• [문화/공연] 논픽션 백화점 펴낸 소설가 조경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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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11.05.27 13:45:11
  • 조회: 12324

 

 

“혼자 있지만 혼자 있고 싶지 않을 때 백화점에 갑니다. 그곳에서 사물들이 주는 기쁨을 누리고 나 자신을 돌아봅니다.”
소설가 조경란씨(43)가 백화점에 대한 논픽션 <백화점-그리고 사물·세계·사람>(톨)을 펴냈다. 백화점이라는 장소의 역사적 발전 과정과 그것이 현대인들에게 갖는 의미와 기능을 조명하는 동시에, 백화점의 다양한 물건에서 비롯된 연상을 자신의 추억과 경험, 독서에 이르기까지 전방위로 펼쳐나간 문화 에세이다.
“한 편집자와 대화를 나누다가 백화점에 가는 걸 좋아한다고 말했어요. 뜻밖이라는 듯이 쇼핑을 좋아하느냐고 물어보기에 내가 번 원고료의 범위 안에서 아름답고 가치 있는 물건을 사는 것, 상품이 주는 감각의 깊이와 백화점이란 건축물이 주는 기쁨을 즐긴다고 이야기했지요. 이런 대화로부터 <백화점>이란 책이 나오게 됐습니다.”
이 책은 어느 날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책을 읽던 저자가 집으로 들어갈까 말까 망설이다가 백화점으로 향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페터 한트케의 중편 <어느 작가의 오후>에 나오는 구절처럼 ‘사람이 모인 장소에서 약간의 서비스를 받고 싶은 욕구’가 생겨난 것. 이어 백화점을 돌아보면서 거기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으로 구성됐다.
백화점에 전시된 물품의 종류에 따라 1층(1장)은 시계와 향수, 2층은 블라우스나 원피스 같은 여성복, 3층은 구두와 핸드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생활용품을 파는 8층에서는 가구 디자이너가 될 뻔한 사연이, 9층에서는 폴 포츠의 공연을 보기 위해 찾았던 문화홀 소개가 나온다.
백화점 순례는 공중정원이 있는 10층에서 끝나는가 싶더니 다시 지하 1층 식품매장으로 돌아와 생활감각을 되찾고, 백화점 통로와 연결된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간다.
“백화점에서는 내가 어떤 걸 좋아하고 좋아하지 않는지, 어떤 걸 살 수 있고 살 수 없는지 명확한 기준이 생깁니다. 그것은 내 취향이나 기호가 되기도 하고, 글쓰기라는 내 노동의 가치가 얼마만큼인지를 깨닫는 순간이기도 하지요.”
그는 시장이자 산책로, 휴식공간인 백화점에서 다른 쇼핑객들을 관찰하기도 한다. 백화점에는 의외로 혼자 오는 사람들이 많다. 외로운 기분을 떨치고 싶을 때, 남는 시간에 마땅히 갈 곳이 없을 때, 가볍게 문화를 즐기고 싶을 때 도시인들은 백화점을 찾는다. 이런 다양한 욕구를 만족시키는 백화점은 근대·욕망·여성·도시·명품 등 현대사회의 한 특성을 설명하는 키워드가 될 수 있다. 책에서는 백화점의 흥미로운 역사가 펼쳐진다.
필요한 물건을 사러가는 게 아니라 보이는 물건을 사도록 유도하는 현대식 백화점을 만든 프랑스인 부시코와 파리의 봉마르셰 백화점, 한국 최초의 화신 백화점, 남성고객에게 주목한 도쿄 이세탄 백화점, 화려한 크리스마스트리로 유명한 뉴욕 메이시 백화점 등 넓은 시공간을 종횡무진한다. 그 사이로 한 여성이자 소설가인 저자의 관심과 취향, 세 자매 중 맏딸이자 네 아이의 이모로서 살아가는 일상과 가족사가 펼쳐진다. 특히 그의 여행과 독서 경험은 행간을 더욱 윤택하게 만든다. 도쿄·뉴욕·파리·베를린 등 그는 도시마다 상세한 기록을 남겼다. 또 글쓰기와 함께 작가의 삶을 구성하는 양대 축인 독서의 축적물이 이 책 군데군데에 녹아 있다.
“백화점은 물질적인 삶과 정신적인 삶 사이의 균형을 가르쳐주는 공간입니다. 물건을 사는 데서 기쁨을 느끼고, 그런 기쁨을 통해 고통스러운 인생을 건너가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진정 행복해지고 싶다면 욕망을 조절해야 할 의무도 있습니다.”
저자의 패션은 이런 생각을 반영하고 있다. 섬세하게 옷을 선택해온 결과물로 그는 거의 검정에 가까운 옷차림을 하되 소재가 다른 검정, 비대칭의 디자인을 선호하며 검정이 싫증날 때는 흰색 셔츠를 받쳐 입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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