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져/여행] “꺅~” 바다와 눈이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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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11.05.26 15:37:33
  • 조회: 11814

 

 

여름이 오기 직전, 바다는 달뜬 표정이다. 그 바다에 뛰어들 듯 열차가 내달린다. 강릉에서 삼척까지 동쪽 땅을 따라 58㎞. 열차의 창은 바다를 집어삼킬 것처럼 해안선을 향했다. 앞을 봐야 할 열차가 옆을 보고 달음질치는 격. 열차는 그렇게 동해안의 금싸라기 땅을 훑는다. 이곳의 열차는 원래 사람을 태우지 않았다.
영동선과 삼척역이 절묘하게 결합된 구간. 동해역부터 삼척역까지의 구간은 일제강점기 당시 동해선 건설 과정에서 추진된 노선이다. 일제의 삼척 시멘트 공장을 연결하기 위해 1944년 완공된 노선이 지금의 삼척선이 됐다. 동해의 절경을 품고 있지만 과거 통일호 등이 운행됐을 뿐 화물 전용 노선으로만 활용됐다.
해안선을 연결하는 이 구간에 사람을 태우기 시작한 것은 2007년 ‘바다열차’가 운행되면서부터다. 모든 좌석이 해안을 볼 수 있도록 창 쪽으로 배치된 특별열차. 겉과 속이 모두 ‘바다’를 테마로 꾸며졌다. 3량을 연결한 바다열차는 특실, 일반실, 프러포즈실 등 차별화된 콘셉트를 띠고 있다.
바다열차의 시작은 강릉역이다. 정동진역, 묵호역, 동해역, 추암역, 삼척해변역을 거쳐 삼척역에 도착하기까지 약 1시간20분. 관광 성수기인 5월과 8월에는 하루 3차례 강릉과 삼척을 오간다. 그렇다고 58㎞ 모든 구간이 바다를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비교적 내륙에 위치한 강릉역에서 출발한 열차는 정동진으로 오면서 바다에 가까워진다. 마치 바다에 뛰어들 듯 속도를 내더니 정동진역에 오면 바다와 맞붙는다. 정동진역은 우리나라 역사 중 가장 바다와 가깝다. 그래서일까. 바다열차에 탄 승객은 모두 정동진역에 잠시라도 발을 내디딘다.
약 5분간의 시간. 드라마 <모래시계>부터 <베토벤 바이러스>까지 드라마의 명소를 담으려는 듯 카메라 셔터는 바쁘게 돌아간다. 서울 광화문에서 곧바로 동쪽에 위치해 있다 해서 정동진(正東津). 시간이 된다면 정동진 인근 명소를 둘러보는 것도 좋다. 돌아오는 열차에서 정동진역에 내리면 그만. 열차에서만 바라보는 풍경과 직접 가서 보고 듣고 만지고 느끼는 감동은 또 다르다.
정동진역 남쪽 방면으로 고성산, 모래시계 공원, 정동진 타임스토리, 썬크루즈 리조트, 헌화로, 금진항 드라이브 코스가 포진해 있다. 정동진 북쪽 방면에는 예술조각공원으로 유명한 하슬라 아트월드, 감로약수터가 있는 등명락가사, 통일공원 안보전시관, 정동진 괘방산 등산로 등이 이어진다. 바다열차는 정동진역을 지나면 잠시 바다와 멀어진다. 야트막한 산과 아기자기한 마을을 도는 열차 안에서는 게임 방송이 진행된다.
퀴즈 프로그램과 신청곡 음악이 번갈아 나오며 바다열차는 ‘관광열차’ 특유의 활기를 띤다. 그러다 두 간이역을 만나면서 열차에서는 조용한 환호성이 터져 나온다. 묵호역까지 가기 전, 열차는 서지 않은 채 두 곳의 간이역을 지나친다. 옥계역과 망상역. 이 구간에서는 눈을 크게 뜨고 창을 바라봐야 한다. 바다열차의 백미가 펼쳐지기 때문. 눈부실 정도로 은빛이 감도는 옥계해수욕장과 망상해수욕장이 보인다. 묵호역과 동해역을 지나면서 열차는 바다를 보여줬다 감췄다를 반복한다. 그러다 추암역에 이르면 열차는 바다에 선뜻 몸을 내준다.
ㅁ역사도 없고 역무원도 없는 추암역은 ‘애국가’ 배경에 등장하는 촛대바위가 늠름하게 서 있는 곳. 삼척해변역을 지나면 삼척역까지 열차는 내륙을 달리기 때문에 많은 승객들이 ‘추암역’과 ‘삼척해변역’에서 하차한다.
추암역에서 촛대바위까지는 걸어서 5분 거리. 동해와 촛대바위를 사이에 두고 해는 저울질을 하듯 떠오른다. 이 장면이 그 유명한 ‘애국가’의 일출장면이다. 촛대바위 주변에 솟아오른 약 10여척의 기암괴석 또한 절경을 연출한다. 조선시대 한명회는 이곳의 바위절경을 가리켜 ‘미인의 걸음걸이’를 뜻하는 ‘능파대(凌波臺)’라 일컬었다.
삼척해변역 주변도 볼거리가 많다. 삼척해수욕장과 증산마을 해수욕장, 삼국유사 ‘수로부인전’의 설화를 토대로 만든 수로부인공원 등도 매혹적이다. 인근 새천년해안도로는 명품 드라이브 코스다.
2006년 건설교통부(현재 국토해양부)로부터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된 해안도로는 새로운 천년을 앞둔 1999년 개통해 이름도 ‘새천년’이다. 돌아오는 바다열차도 바다를 내다보며 달린다. 김해에서 단체로 관광을 왔다는 어머니회원 20여명은 바다를 보며 소녀처럼 깔깔댄다. 마치 마법에라도 걸린 것마냥 열차는 바다에 추억을 흩뿌리며 유유히 사라졌다.

여행 길잡이
바다열차는 8월말까지 하루에 3번 강릉과 삼척을 오간다. 강릉에서는 오전 10시20분, 오후 1시55분, 오후 5시30분 삼척으로 향한다. 삼척에서는 오전 8시40분, 오전 11시50분, 오후 3시50분 강릉으로 출발한다. 강릉역-정동진역-묵호역-동해역-추암역-삼척해변역-삼척역에 정차한다. 열차요금은 편도기준 일반석 1만2000원, 특실 1만5000원이다. 창쪽으로 좌석이 2열로 배치돼있기 때문에 앞쪽열에 앉아야 바다가 더 잘 보인다. 자세한 정보는 코레일관광개발 홈페이지(www.korailtravel.com)를 참고하면 된다. 1544-7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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