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노벨문학상 가오싱젠 “아름다움은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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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11.05.25 14:22:55
  • 조회: 12198

 

 

"아이웨이웨이, 류사오보 등의 경우처럼 중국에서는 표현의 자유를 압박하는 행위가 끊이지 않을 것이다."
2000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중국 출신 소설가 겸 극작가, 연출가인 가오싱젠(71·高行健)은 24일 "중국에 여러 변화가 생기고 있지만 표현의 자유에 대해서 만큼은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며 "아이웨이웨이나 류사오보가 (표현을 압박 당하는) 마지막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세계적인 설치미술가로 2008 베이징올림픽 주경기장인 새 둥지 모양의 '냐오차오(鳥巢)'를 공동설계한 중국의 반체제 미술가 아이웨이웨이(54·艾未未)는 지난달 중국 당국에 체포됐다. 지난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중국의 대표적인 반체제 인사인 인권운동가 류샤오보(56·劉曉波)는 11년 째 복역 중이다. 베이징 외국어대에서 불문학을 전공한 가오싱젠은 중국 당국의 창작 자유에 좌절, 1987년 프랑스로 이주했다. 1989년 톈안먼 사태를 비판한 '도망'이 금서화된 후 중국 공산당과 결별했다.
가오싱젠은 "떠난 이후 중국과 어떠한 접촉도 없다"며 "내 작품이 금지된 곳에 돌아가는 일은 없다"고 단언했다. "그간 중국에 가보지 못했지만 그곳에 큰 변화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며 "예전에 살던 베이징에 돌아가면 알아보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경제적으로 발전해 과거 마오쩌둥 시절의 빈곤에 벗어나 비약이라고 할 만한 발전을 이룬 것 같다. 하지만 언론의 자유가 없다는 것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가오싱젠은 24~26일 '2011 서울국제문학포럼' 참석을 위해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포럼 둘째날인 25일 '이데올로기와 문학'을 주제로 기조 강연하는 그는 "글로벌시대에 문학은 많은 문제에 봉착해있다"고 짚었다. "문학은 사람의 생존, 현재의 생활과 관련이 있다"며 "현실의 어려움에 대해 문학이 반응을 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임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화라는 것이 세계에 급속도로 확산됐고 이런 부분이 경제위기를 불러왔다는 판단이다. "서구는 물론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에서도 경제위기는 예상치 못했을 것"이라며 "물론 이런 점은 정치와 더 관련돼 있지만 문학도 생활 환경과 여건에 밀접한 만큼 반응을 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20세기 과거의 이데올로기로는 이런 어려움을 해석하지 못한다는 생각이다. "지금의 문학은 20세기 이데올로기가 해석하거나 기술하지 못하는 현재의 어려움을 대신 맞닥뜨려야 한다"며 "이번 포럼에서 가장 크게 논의돼야 할 이슈"라고 전했다.
작가라면 정치와 시장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고 믿음이다. "글로벌화 이후 문학이 상업화와 소비화의 대상이 됐다. 정치 역시 계속해서 문학에 간섭을 하고 있다. 이런 여건과 환경 속에서 문학이 독립적이고 자주적이면서 독립적인 사고를 해야 한다."
또 "작가는 시장의 질서와 정치, 권력의 이데올로기에 굴복하지 않아야 한다. 독창적인 사고를 가지고 현실의 문제에 직면, 스스로 자유를 획득해야 한다. 진정한 자유는 누군가에게 부여받은 것이 아닌 스스로 쟁취해야 하는 것이다"이라고 촉구했다.
정치적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싶은 마음이 작가의 기본 조건이라고 여긴다. "시장의 필요나 정치적 압력으로부터 발생하는 것이 아닌 깊은 마음 속에 있는 울림을 진심으로 토로해야 한다"며 "말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을 스스로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문학이 태어났다"고 설명했다.
장편의 시를 구상 중이다. "니체는 '신이 죽었다'고 말했는데 나는 '아름다움이 죽었다'라고 말하고 싶다"며 "지금은 모든 것이 예술이 될 수 있는 시대다. 과연 '심미적 가치를 어디다 둘 수 있는가'라는 부분이 중요하다"고 귀띔했다. "아름다움이 과연 어떤 의미를 갖는가, 아름다움이라는 것의 존재의 이유를 아는가에 대해서 쓰고 싶다"며 "몇 년 전에 쓴 글의 주제인 현대의 미적인 이데올로기에 대한 비판을 성숙시켜서 작품으로 만들고 싶다"고 바랐다.
가오싱젠은 소설과 희곡을 쓰는 것 외에 연극연출, 영화감독 등 다방면에서 활동하고 있다. 수묵화에도 조예가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학 작품은 언어, 미술 작품은 시각중심의 사고, 영화는 복합적인 언어가 필요한 등 장르에 따라 서술 방식이 달라진다"며 "각 예술 장르의 특징을 살려내기 위해 의식하면서 글쓰기를 하고 있다"고 알렸다.
글쓰기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한 때는 "열살 생일에 선물 받은 예쁜 노트를 글로 채운 것이 시작 같다"며 "문화혁명이 일어난 1996년까지 대외적으로 글을 발표한 적이 없었는데 당시 집들을 수색해 썼던 작품들을 불태우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달라진 점은 "전에는 창작 등 개인적인 일 때문에 바빴는데 상을 받은 다음에는 여러 행사의 초청으로 인해 여행을 다니는 등 대외적인 일 때문에 바빠졌다"고 웃었다. "너무 피곤해 심지어 입원까지 했었다"며 머리를 긁적였다.
중국어를 모국어로 하면서 프랑스에 살고 있다. "특별한 문화적 충돌이나 갈등은 겪지 않고 있다"며 "글로벌 시대에 문학이 가 닿아야 하는 보편적인 현상"이라고 수용했다. "문학을 하려면 어떤 속박이나 구속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 필요하다."
처음 방문한 한국에 대해서는 "바다와 산으로 둘러싸인 풍경이 멋지다"며 "전통적인 모습과 현대적인 모습이 잘 어우러진 곳"이라고 봤다. 특히, 서울에 대해서는 "글로벌화한 문화가 집결돼 있는 곳"이라며 "그렇지 않다면 문학을 중심으로 한 대형포럼이 열리지 못했을 것이다. 이런 대규모의 문학포럼이 서울에서 열리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다"고 평했다.
한편, 1940년 중국 장시성(江西省)에서 태어난 가오싱젠은 실험성이 강하고 중국어 속 언어의 흐름 기법을 개발한 언어 연금술사라는 평을 받고 있다. 정치와 이데올로기에 좌지우지돼 상실된 문학의 본성을 회복시키자는 '차가운 문학'을 주장하며 자신만의 독창적이고 실험성 짙은 소설을 발표해왔다. 중국어권 작가로는 처음으로 2000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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