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연예] “우린 달랑 음악 하나 가진 88세대” 요즘 뜨는 2인조 여성 인디밴드 옥상달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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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11.05.23 15:29:31
  • 조회: 832

 

 

아이돌에 ‘걸그룹’이 대세라면 홍대 앞 인디신에도 이 말은 통할 듯하다.
최근 여성밴드들의 활약이 돋보이는 인디신에서 2인조 포크 여성듀오 ‘옥상달빛’은 첫손에 꼽아도 좋을 만한 인디밴드다.
지난달 말 이들이 내놓은 첫 정규음반 <28>은 대중과 평론가들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으며 1주일 만에 초도 물량 5000장이 모조리 팔려나갔다. 털털하고 솔직한 노랫말, 달콤하면서 서정적인 멜로디, 어쿠스틱한 연주의 감각적인 조합이 음악을 듣는 재미를 쏠쏠하게 만들어준다.
음악적 스타일이나 대중의 반응, 급속한 유명세 등이 남성듀오 ‘십센치’를 닮아 ‘여자 십센치’로도 종종 불리는 데 대해, “하하, 저희야 완전 영광이죠. 십센치가 노래도 훨씬 잘하고 팬들도 많고, 무엇보다 돈도 훨씬 많이 벌었어요”라며 너스레를 떤다.
이들은 현재 <라디오 천국>(KBS) 등 3개의 라디오 프로그램에 고정출연하며 만만찮은 입담도 과시하고 있다.
84년생 김윤주(건반, 기타, 보컬)와 박세진(멜로디언, 실로폰, 보컬). 우리 나이로 스물여덟 동갑내기인 이들은 스물네 살 되던 해 처음 만났다.
그전까지 김윤주는 클래식 피아노를, 박세진은 재즈피아노를 연주하다 각각 음대에 진학해 연주자로서의 길을 걷고 있었다.
힘들게 들어간 학교였지만 이들은 이내 비슷한 고민에 싸였다.
“남들보다 딱히 뛰어난 구석이라곤 없다”(박세진), “수백년 전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곡을 지금 똑같이 연주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김윤주). 이들은 각기 학교를 중단한 뒤 진로 모색에 나섰다. 그래도 음악만 하며 자라온지라 큰 범주는 음악을 벗어나지 못했다. 목표는 실용음악과 진학. 김윤주는 우연한 기회에 들었던 재즈피아니스트 전영세의 연주에 반해 있었고, 박세진은 그나마 이전 학교생활에서 작곡수업에 재미를 느껴왔던 터였다.
3년 뒤인 2007년, 둘은 동아방송예술대 영상음악과에 입학하며 늦깎이 신입생으로 만났다.
“30여명 중에 나이 많은 사람이 몇 명 있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우리 둘이 한눈에 알아보고 반했던 것 같아요. 하하.”(박세진) “매일 붙어 다니면서 자취방에서 밥해먹고 커피 마시고 수다 떨면서 시간을 보냈어요. 딱히 음악을 했다기보다는 그냥 좋은 음악 나왔다고 함께 듣는 수준이었어요. 그러다가 흥이 나면 누워서 기타 치며 노래도 불렀고, 문방구에서 사온 멜로디언으로 연주하고 장난하듯 노는 식이었죠. 이번 음반에 실은 ‘25’란 노래도 그때 자취방에서 만들어 불렀던 노래지요.”(김윤주) 사람들 앞에 선 것도 순전히 우연이었다. 졸업하던 해, 친한 선배가 갤러리를 오픈하며 작은 규모의 공연을 의뢰했다. 심심풀이로 만들어 놓았던 노래 몇 곡을 사람들 앞에서 노는 기분으로 들려줬다.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다.
“앨범 내도 되겠다”는 제의가 있을 만큼. “괜한 칭찬 몇 마디에 ‘필’받았던 거죠. 이리저리 다니면서 노래하기 시작했는데, 꿈도 야무지게 이름이나 한 번 제대로 지어보자고 머리를 맞댔어요. 서로 좋아하는 단어를 죽 늘어놓고 교집합을 찾다가 나온 단어가 옥상이랑 달빛이었는데 그 둘을 합쳐놓으니까 더 예뻤어요.”
홍대 앞 클럽을 중심으로 이름을 알려가던 이들이 대중에게 각인된 것은 지난해 초 내놨던 미니앨범 <옥탑라됴> 수록곡이 드라마 <파스타>(MBC)에 소개되면서다. <유희열의 스케치북> 등 음악 프로그램까지 내쳐 출연하면서, 이들의 지난 1년은 곡작업하랴, 라디오 출연하랴, 공연하랴,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흘러갔다. ‘없는 게 메리트라네 난/있는 게 젊음이라네 난/나는 가진 게 없어/손해 볼 게 없다네 난/ 정말 괜찮아요 그리 슬프진 않아요 아직은 나의 젊음이 찬란해’(없는 게 메리트), ‘당장이라도 내가 죽는다면 그렇게 슬퍼하지는 마/기절한 듯이 꼭 눈을 감고 장난친 거라 생각해’(보호해줘). 쓸쓸한 청춘의 이야기와 일상을 위트 있는 언어로 툭툭 내뱉듯 이야기하는 이들의 음악은 위로하고 안아주는 데서 힘이 나온다.
“저희들 역시 음악하는 88세대거든요. 기획사가 있나요, 가진 게 있나요. 젊은 것, 그거 하나로 ‘메리트’가 된다고 생각해요. 지친 88세대들이 그래서 우리 음악에 공감하고 관심을 가져주시는 것 아닐까요.”
이들은 다음달 3일부터 5일까지 대학로 컬처스페이스 엔유에서 첫 단독콘서트를 갖는다. 곡 분위기에 맞춰 멜로디언, 실로폰, 탬버린 등 친숙한 악기들이 총동원될 이들의 공연은 우울한 시대이지만 젊음과 패기 하나만으로 헤쳐가는 청춘들이 모일 축제의 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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