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강/의학] 앙증맞던 내 딸이 어디로 간 걸까, 너무 일찍 찾아온 사춘기

    이 게시글을 알리기 tweet

  • 글쓴이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11.05.23 15:28:58
  • 조회: 775

 

 

직장여성 정모씨(39)는 초등학교 2학년 딸아이가 얼마전부터 가슴이 커지고, 혼자 방안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성격도 까칠해지는 것 같아 걱정이 많다. 뚱뚱한 편인 딸은 1학년 때 키가 훌쩍 자라 이미 140㎝를 넘었고, 음모가 나오면서 목욕도 같이 안하려고 한다. 고민하던 정씨는 딸을 이끌고 병원을 찾았다. 조기에 성징이 나타나면 생리가 빨라지고, 키도 제대로 안 큰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의사는 키 등 신체 성숙도, 과거 병력 및 가족력 등을 청취한 뒤 성선자극 호르몬검사, 손목 뼈 X레이 촬영 등 검사를 통해 성조숙증으로 진단했다.
정씨의 딸처럼 요즘 초등학생 여아들중 신장이나 가슴 발육이 중·고생 언니들 못지않은 경우가 적지 않다. 열살도 채 안되었는데 초경이 일어나 부모를 놀라게 하는 일도 주변에서 종종 빚어진다.
남자 아이도 드물지 않게 목소리가 굵어지고, 콧수염이 거뭇거뭇한 모습이 나타난다. 아이들에게 2차 성징이 빨리 나타나는 성조숙증(조기 사춘기)이 늘어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 따르면 성조숙증 진료환자가 2006년 6438명에서 2010년 2만8181명으로 5년 사이 무려 4.4배로 늘어났다. 여아의 성조숙증이 더 심각해 전체의 92.5%(2010년)로 환자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일반적으로 여아는 만 8세 이전에 가슴이 나오거나 음모가 발달하는 경우, 남아는 만 9세 이전에 고환이 커지는 등 2차 성징이 나타날 때를 성조숙증으로 진단한다.
이보다 1~2살 정도 늦게 2차 성징이 나타나는 경우도 넓은 의미의 성조숙증으로 학계에서는 구분한다.
전문가들은 이런 신체의 급격한 변화가 아이와 부모 모두에게 육체적 정신적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자신의 신체가 친구들과 다른 데서 오는 소외감과, 뼈의 성장판이 일찍 닫혀 더 이상 키가 크지 않을 것이란 불안감을 갖기 쉽다. 사물에 대한 판단력이 뒤따라가지 못한 상태의 ‘처녀 같은 아이들’이 많아지는 현상은 아동 성범죄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성조숙증이 늘어나고 있는 원인으로는 인스턴트 식품 섭취와 신체 활동 저하로 인한 비만이 우선 지목된다. 보건복지부의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아청소년 비만 환자는 1997년 5.8%에서 2005년 9.7%, 2007년 10.9%로 계속 늘어나고 있다. 비만으로 체지방률이 높아지면 성호르몬 분비 시기가 빨라진다. 또 환경호르몬 증가에 따른 내분비계 교란, 성조숙증에 대한 부모의 관심 증가, 인터넷과 TV에서의 성적 자극 노출 확대에 따른 성호르몬 분비 등도 원인으로 꼽힌다. 인체의 내분비 계통에 이상을 가져올 가능성이 있는 외부 물질인 환경호르몬들 중 일부는 성호르몬과 유사한 작용을 하며, 조기 초경과 성조숙증을 야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성조숙증의 증상은 신체적 변화로 나타난다. 음모의 발육, 성(性) 기관의 발달 등이 점차 뚜렷해진다. 여아의 경우 유방이 불룩해지고 1~2년 이내에 월경이 시작된다. 남아의 경우 음경이 커지고 색깔도 짙어진다. 변성기와 더불어 수염이 자라나기 시작한다. 여아의 경우 치모의 발달이 동시에 나타나며 초경도 뒤따른다. 초기에는 무배란성인 경우가 많으나 배란이 돼서 임신이 가능해지는 아이도 적지 않다. 성조숙증이 빠른 여아는 3~4세 유아원에 다닐 나이에 여성스러운 외모를 보이기도 한다. 남아는 고환이 발달하고 음경·치모의 발달과 함께 여드름이 난다. 역시 정자 형성이 가능하며, 빠르면 5~6세에 이미 정자가 만들어지는 수도 있다.
성조숙증은 진성과 가성으로 구분된다. 시상하부~뇌하수체~성선으로 이어지는 호르몬 발달 때문인 경우를 ‘진성(중추성) 성조숙증’이라고 한다. ‘가성(이차성) 성조숙증’은 여아의 경우에 흔한데, 에스트로겐을 분비하는 난소의 종양이나 부신 질환이 가장 흔한 원인이며, 남아의 경우 뇌종양이 주요 원인이 된다. 다른 원인도 있다.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진동규 교수는 “소아백혈병이나 뇌종양 치료 중 방사선에 쏘였던 아이 가운데 성조숙증이 종종 발견되고 있다”면서 “뇌의 감염 또는 손상 등을 받았던 아이에게도 생기며, 갑상선 기능저하증을 치료하지 않아도 성조숙증을 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저학년 시기에 아이들에게서 이 같은 조기 사춘기 증세가 나타나면 진단을 빨리 받아보는 것이 좋다.
을지병원 소아청소년과 서지영 교수는 “세계적으로 사춘기가 빨라지는 추세이며, 우리나라에서도 성조숙증이 늘어나 여자 초등학생들의 초경 연령이 낮아지고 있다”면서 “비만을 줄이고, 성조숙증을 조기 발견해 적절한 치료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이의 성장이 염려된다면 초경시기를 예측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아이의 호르몬 수치를 검사하고 엄마나 언니의 초경연령, 최근 아이의 키 성장속도 등을 종합하면 아이가 언제쯤 초경을 할 것인지 어느 정도 예측가능하다.
그 연령이 너무 이르다면 건강을 해치지 않으면서 초경을 늦추는 방안을 전문가와 상담할 수 있다.
박승만 하이키한의원 원장은 “여아는 8세 이전,남아는 9세 이전에 성조숙증이 나타나면 ‘급성장기’를 거치게 된다”면서 “사춘기가 빨리 찾아온 아이는 처음에는 쑥쑥 자라는 것 같다가도 결국 ‘최종 키’가 정상적으로 사춘기를 거친 아이의 ‘평균 키’보다 작은 경우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 이글은 실명인증이 완료된 회원이 작성한 글입니다.
  • 목록으로
  • tweet tweet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글쓴이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