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져/여행] 벼랑 끝에서 시작되는 새로운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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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11.05.20 12:04:17
  • 조회: 11184

 

 

며칠 단비가 내렸다. 기다렸던 비다. 부리나케 짐을 싸서 경기 북부로 폭포 유람을 떠났다. 경기 포천의 비둘기낭폭포와 강원 철원의 삼부연폭포. 행정구역상 경기와 강원으로 나뉘지만 차로 20분 거리로 지척이다. 이곳은 깊은 산에 들지 않아도 깊은 비경을 간직하고 있는 폭포다. 논밭 가운데, 국도 변에 불현듯 나타난다. 비 온 뒤 폭포는 약속대로 고요한 가운데 우렁찼다.
경기 포천 비둘기낭폭포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비둘기낭폭포는 찾아가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 표지판도 이정표도 없이 숨어 있는 탓이었다. 남들이 잘 모르고 사람 손이 잘 닿지 않고,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간직한, ‘비경(秘境)’의 조건을 두루 충족시키던 곳. 비경을 더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곧 수몰된다’는 처연함 때문이었다. 2012년 한탄강댐이 건설되면 볼 수 없는, 그리운 천혜의 자연. 사람들은 그렇게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사실상 출입이 금지된 이곳의 굳게 잠긴 울타리를 넘어, 아찔한 절벽 아래로 걸어내려가곤 했다.
지금, 비둘기낭폭포는 여전히 찾기 힘든 곳에 있지만 예전만큼은 아니다. 3년 전 폭포를 품고 있는 마을이 ‘비둘기낭 정보화마을’로 지정돼 이정표도 붙었다. 또 하나, 소문과 달리 이곳은 ‘수몰’되지 않는다. 비둘기낭정보화마을 위원장 홍순식씨(49)의 말이다.
“다목적댐이면 다 잠겨버리겠지만, 2012년 완공될 한탄강댐은 홍수조절용댐이에요. 평상시에는 지금처럼 폭포를 즐기는 데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비가 아주 많이 와야 잠기는 건데, 200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물난리를 대비하는 거죠. 그래야 1년 중 장마철에 많아야 한 번 정도, 잠수기간은 최대 3~4일이 될 겁니다.”
그러니까 ‘농사짓던 농부가 수몰되어버린 자신의 고향을 그리워하며 고향마을 위에서 배를 타고 고기 잡는 어부가 됐다’는 슬픈 이야기를 상상할 필요 없겠다. 워낙에도 이곳은 장마철 비가 많이 오면 물이 불어 출입하기 힘든 곳이다.
비둘기낭폭포는 논밭 사이를 걷다 순간 ‘이상한’ 느낌이 들어 고개를 돌리면 거짓말처럼 발견된다. 짙은 숲 안으로 천길 낭떠러지 절벽이 보이고, 그 아래로 옥빛 소(沼)와 쏟아지는 폭포. 바위엔 푸른 이끼가 가득하고, 폭포 옆에는 커다란 동굴이 있다.
2009년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천명공주(박예진)가 죽음을 맞는, 많은 이들이 우리나라라고 생각지 않았던, 아름다운 그곳이다. 그 안에 들어가서 보면 처마에 비가 떨어지는 것처럼 물줄기가 떨어지는 게 보인다. 절벽은 온통 길쭉하게 각진 돌이 더덕더덕 붙어 있는 형상이다. 주상절리.
옆에 서 있던 한 방문객은 “여기 인공으로 만들어놓은 덴가요?”라고 물었다. 그 정도로 깎아놓은 듯하다. 이 지역을 흐르는 한탄강 자체가 화산폭발로 흘러나온 용암 줄기가 굳어 그 위에 생긴 강이라고 한다. 많은 이들이 폭포 근처에만 머무는데, 이끼 낀 바위와 협곡을 따라 아래쪽으로 조금 더 내려가면 두 개의 작은 폭포가 더 있다. 그리고 더 내려가면 한탄강 줄기와 만난다. ‘태고의 신비’와 같은 관용어구가 진짜 의미로 되살아난다. 비둘기낭폭포는 비 온 뒤 3~4일 지났을 때 가는 게 제일 좋다. 비가 안 오면 폭포 물이 마르고, 또 물이 너무 많이 내려와도 고즈넉한 정취가 없다. 지금 이곳엔 계단 공사가 한창이다.
지난해 12월 상수원 보호구역도 해제가 됐다. 이달 말이면 계단이 완공된다고 하니 이제 잠긴 철문을 위험하게 넘고, 아찔한 절벽을 타고 내려갈 일은 없겠다.
그러나 사람들은 금지된 것을 욕망한다. 출입이 허용되고 관광객들을 두 팔 벌려 환영하는 걸, 수몰보다 더 안타까워하는 이들이 필시 많을 것이다.
강원 철원 삼부연폭포
철원 명성산 자락에 있는 삼부연폭포는 비둘기낭과 달리 찾기 쉽다. 도로변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관만큼은 뒤지지 않는다. 차를 몰고 길을 따라 가다보면 소금강이라 할 만한 아름다운 절벽이 강 주위로 펼쳐진다. 그리고 그 길 끝에서 시원하게 물줄기가 떨어지고 있다. 여느 관광지 같지 않다. 주변에 식당이나 노점상 같은 건 하나도 없다. 부연사라는 작은 절집이 하나 있을 뿐이다. 위치도 그렇지만 삼부연은 비둘기낭처럼 비밀스럽지 않다. 비가 오지 않아도 수량은 적절히 유지된다.
삼부연(三釜淵)이란 이름은 폭포 앞에 서면 짐작할 수 있는데, 높이 20m의 절벽에서 물줄기가 세 번 꺾여 떨어진다. 이 꺾이는 모양새가 아주 장쾌하고 호기롭다. 그 꺾이는 세 곳에 가마솥(釜)처럼 생긴 웅덩이가 있다 노귀탕, 솥탕, 가마탕이라고 이름도 붙어 있다. 닿기 쉬운 절경이라 사진촬영하러 많이 온다. 이날도 삼각대를 세워놓고 사진 찍는 이가 몇 있었다. 사진 찍기 더 좋은 곳은 폭포 맞은편 언덕에 있는 부연사라는 작은 절이다. 여기 서면 폭포가 한눈에 들어온다. 옆으로 오룡굴이라 불리는 작은 터널이 뚫려 있다. 이 터널을 지나면 폭포 상류인 용화저수지와 용화동이 있다.
이름에서 짐작하듯 이곳엔 용과 관련된 전설이 있다. 후삼국시대 궁예가 철원에 도읍을 정하는데, 그때 여기서 4마리 이무기가 도를 닦고 있었단 거다. 이 중 3마리만이 바위를 뚫고 용으로 승천했다 한다. 그때 생긴 3곳에 물이 고여 소가 생겼고, 그게 가마솥 웅덩이란 얘기. 사실 이곳을 찾은 것은 겸재 정선의 그림 때문이었다.
1747년 71세 나이의 겸재는 세 번째 금강산을 가던 중 여기서 발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그림을 그렸다. 그림과 지금의 폭포를 비교해봐도 이곳은 그대로다. 그림 속 선비들이 서서 폭포를 바라보던 자리쯤 되는 곳에 앉아 한참 물줄기를 바라봤다. 그리지 않을 재간이 없었겠다고 생각하면서.

● 비둘기낭폭포=자유로-문산-37번 국도-전곡-신장삼거리에서 좌회전-43번 국도 운천방향-운천제2교차로 좌회전(대회산리방향)-78번 지방도로 진입-비둘기낭마을 ● 비둘기낭 마을 이정표가 있다. 마을길을 따라 죽 내려가다보면 포장도로 끝에 슈퍼마켓과 식당이 나온다. 그곳에 ‘비둘기낭 폭포’라는 돌이정표가 있는데 그걸 끼고 왼쪽으로 들어가면 다리가 나온다. 다리를 건너지 말고 오른쪽 밭을 따라 난 비포장로로 죽 내려가면 왼쪽에 ‘상수원 보호구역’ 팻말이 있다. 그 아래다. 계단 완공은 이달 말. 주소는 경기 포천시 영북면 대회산리 298-3 ● 삼부연폭포=의정부-43번국도-포천-영중면-영북면-갈말읍내-우회전-굴 지나기 직전 왼쪽에. ● 비둘기낭마을에 민박이 있다. 비둘기낭민박 (031)535-7740, 대회산리민박 (031)536-9668 ● 비둘기낭으로 향하는 국도변에 망향 비빔국수 본점(경기 연천군 청산면 궁평리, 031-835-3575)이 있다. 비빔국수 5000원, 아기국수 1000원. ● 문의 포천시청 문화관광과 (031)538-2068/ 비둘기낭 마을 홈페이지 dovenang.invil.org, 마을위원장 017-269-6483/ 철원군청 관광문화과 (033)450-5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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