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연극 ‘리처드 3세’ 한국 무대 올리는 루마니아 연출가 가보 톰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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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11.05.19 15:3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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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출신의 루마니아 연출가 가보 톰파(54·사진)가 연극 <리처드 3세>로 한국관객을 만난다. 1792년 트란실베니아 지역에 설립된 최초의 헝가리 극단 클루지헝가리안시어터의 예술감독인 그는 영국 비평가협회 선정 최고 해외연극상(1993)을 수상하는 등 유럽에서 재능을 인정받고 있다. <리처드 3세>는 1592년께 집필된 셰익스피어의 초기작으로, 피비린내 나는 권력 다툼을 거쳐 요크 왕조의 마지막 왕좌를 차지한 실존인물 리처드 3세(1452~1485)를 그린 연극이다.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가보 톰파는 “일본에서 내 작품 <햄릿>이 공연된 적은 있지만 아시아를 직접 방문한 것은 처음”이라며 “평소 아시아 문화에 관심이 컸던 터라 이번 내한공연이 몹시 설레고 기쁘다”고 말했다. - 왜 지금 <리처드 3세>인가.
“2008년 초연한 작품이다. 그간 셰익스피어 작품을 여러 번 올렸지만 <리처드 3세>는 특히 배우가 중요하다. 졸트 보그단이라는 좋은 배우가 있어 무대화할 수 있었다. 과거엔 총칼을 쓰는 전쟁을 통해 권력을 잡았지만 현대의 정치인들은 매스미디어의 조작을 통해 전쟁을 벌이고 권력을 쟁취한다. 추악한 정치인들이 매스미디어 조작으로 얼마든지 아름답게 포장될 수 있다. 그런 이유로 난 현대의 지배자는 정치적 괴물이라고 생각한다. 밀로셰비치, 부시, 카디피, 김정일 등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리처드 3세>는 이 같은 현대 정치와 정치인을 잘 반추하게 하는 작품이다.”
가보 톰파는 TV, 전화 등 당대의 전자기기와 현대적 의상을 활용, 리처드 3세가 역사 속에 묻힌 인물이 아니라 현재성을 지닌 인물임을 표현한다. 또 리처드 3세가 교묘한 말로 살육을 조장하고, 토크쇼 등 조작된 미디어 플레이를 통해 권력의 정당성을 확보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 신체적 불구자이자 정신적 불구자인 리처드 3세 역의 배우 졸트 보그단을 평가해달라.
“졸트 보그단에게 <리처드 3세>는 배우로서 터닝포인트가 된 작품이다. 체호프의 작품을 비롯해 아주 다양한 연극에 출연했으며 독일, 헝가리, 루마니아에서 영화 출연도 했다. 그는 단순히 인물을 연기하는 게 아니라, 인물의 입장에서 인물을 이해하려고 한다. 아주 좋은 광대라고 생각한다.”
- 무대 디자인이 그로테스크한 것으로 알려져있는데….
“무대 가득 유리상자 안에 말라비틀어진 몸과 머리들을 진열했다. 오래된 범죄박물관 같은 분위기다. 이 세트는 리처드 3세 앞에 망령들이 나타나는 장면에선 없어진다.”
가보 톰파는 클루지헝가리안시어터에 대해 “루마니아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지만 헝가리인의 민족적 정체성을 가진 세계 최초의 극단”이라면서 “하지만 오랜 전통을 갖고 있다는 것은 때로 극단과 관객이 보수 성향을 띠기에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루마니아에서 해외공연을 가장 많이 하는 극단으로 2007년 유럽극장연합에 가입하면서 해외투어 공연이 활발해졌다. 극단에는 젊은 배우들이 많지만 97세의 유럽 최고령 배우도 있다고 소개했다.
평소 아시아 문화에 매료돼있다는 그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공자 사상이나 이태백, 일본영화를 굉장히 좋아한다. 구로사와 아키라와 미조구치 겐지의 영화들, 일본 고전 연극인 ‘가부키’를 즐겨봤고 이자람의 판소리 공연도 봤다. 난 기독교인이지만 자기 자신을 성찰하게 하는 불교에 관심이 크다. 연극이 세상을 성찰하는 거울이라는 점에서 연극과 불교는 서로 맞닿아있다. 게다가 아시아는 전통을 굉장히 잘 보존하고 있다. 이런 여러 점들이 날 아시아에 빠지게 했다.”
- 마지막으로 한국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관객들이 호기심을 가지고 공연을 보러 와주길 바란다. 난 언제나 새로운 관객을 만난다. 그리고 관객들은 공연에 특별한 기운을 불어넣어준다. 이번 한국공연에선 어떤 관객들이 와서 어떤 에너지를 공연에 주게 될지 기대된다.”
가보 톰파의 <리처드 3세>는 대전문화예술의전당에서 21~22일, 서울 LG아트센터에서 26~28일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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