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의향기] 동화 ‘나쁜 어린이 표’ ‘마당을 나온 암탉’ 나란히 밀리언셀러 기록한 작가 황선미

    이 게시글을 알리기 tweet

  • 글쓴이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11.05.18 14:58:01
  • 조회: 944

 

 

‘밀리언셀러’로 불리는 100만부는 책의 일생에서 중요한 분기점이 된다. 판매부수가 책의 가치를 판단하는 절대 잣대는 아니지만 100만부를 넘으면 한 시대를 풍미한 책, 역사에 남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동화작가 황선미씨(48)는 남다른 기록을 세웠다. 1999년 발표한 <나쁜 어린이 표>(웅진주니어)와 2000년작인 <마당을 나온 암탉>(사계절)이 최근 나란히 100만부(출고 기준)를 돌파했다. 국내에서 동화로서 100만부 넘게 팔린 책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100만부보다 10년이란 시간이 저한테는 더 중요해요. 처음에 이 책을 읽은 아이들이 벌써 성인이 되고 새로운 독자들이 계속 생겼다는 뜻이니까요.”
그는 이 같은 장수 비결로 “동화에 대한 편견을 깬 것”을 들었다. 흔히 동화라고 하면 아이들만 읽는 책, 선악 구도가 분명하고 교훈적인 책을 떠올리는데, 이 책들은 다양한 연령대의 독자들과 공감하면서 보편적인 감성에 호소하고자 했다는 것이다.
<나쁜 어린이 표>는 스티커를 통해 아이들을 규제하려는 선생님과 착한 어린이가 되고 싶지만 번번이 나쁜 어린이로 몰리는 ‘건우’의 이야기로, 아이들의 심리를 세밀하게 포착했다.
또 <마당을 나온 암탉>은 알을 품어 병아리의 탄생을 보겠다는 소망을 간직하고 양계장을 나온 암탉 ‘잎싹’이 자기와 다른 아기 오리를 지극한 사랑으로 키운 뒤 제 목숨을 족제비에게 내주기까지 고통스럽지만 자신의 소망과 자유, 사랑을 실현해가는 삶을 아름답게 그린 장편 동화다. 이 작품은 연극, 국악 공연으로 무대에 올랐고 올 7월에는 애니메이션으로 개봉할 예정이다. 작가는 동화를 쓸 때 깊은 감정을 끌어내고자 노력한다.
“책 속의 인물과 독자가 사람 대 사람으로 만난다고 할까요. 진한 공감을 나눌 수 있도록 공들여 쓰는 부분이 몇 군데 있습니다. 그게 결국 책의 매력이고 독자와의 소통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쁜 어린이 표>에서는 선생님 책상에서 ‘나쁜 어린이 표’ 뭉치를 발견한 건우가 그 많은 스티커를 자기나 친구들이 받아야 한다는 사실에 절망해 변기에 버린 뒤 화장실에 쪼그려 앉아서 나오지 못하는 부분, <마당을 나온 암탉>에서는 잎싹이 부실한 알을 마지막으로 낳자 양계장 주인이 집어던지고 그걸 개가 먹어치우는 장면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두 작품은 판매부수뿐 아니라 다른 면에서도 작가에게 특별하다. <나쁜 어린이 표>는 주인공의 아픔을 보면서 자신의 아픔을 꺼내놓는 독자가 많았고, <마당을 나온 암탉>의 경우에는 작가 자신이 미처 생각지 못한 해석과 반응이 나왔다. 이를테면 잎싹의 알이 버려지는 순간, 유산의 고통을 떠올리면서 눈물을 쏟았다는 독자가 있었다. 97년 등단해 15년째 작가생활을 해온 그는 34종의 책을 냈다.
그 가운데 <초대받은 아이들>은 80쇄 가까이 찍어 두 권의 밀리언셀러를 바짝 뒤쫓고 있다. 이 책은 친구 생일에 초대받지 못한 아이의 힘든 마음을 그리면서 모든 아이는 이 세상에 초대받아 왔다는 위로를 건넨다. 60쇄까지 나온 <목걸이 열쇠>를 비롯해 <일기 감추는 날> <과수원을 점령하라> <새마을 몽당개비> 등도 각각 30쇄를 찍은 스테디셀러이다. 요즘처럼 많은 책이 쏟아져 나오고 책의 수명이 점점 짧아지는 가운데서도 그의 책은 끈질긴 생명력을 자랑한다. 그 이유는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본질에 천착하기 때문이다.
그는 “나와 동화를 읽는 어린 독자의 나이 차이가 점점 커지고 최신 유행에 대한 정보도 떨어지지만, 아이들은 역시 아이들”이라고 말한다. 그가 생각하는 아이들의 본질은 “놀고 싶고, 사랑받고 싶고, 자신을 드러내고 싶고, 자유롭고 싶은 것”이다. 한마디로 아이들은 ‘우리에게 자유를 주세요’라고 끊임없이 외치는 존재다.
모교인 서울예대 문예창작과에서 창작수업을 하는 그는 후배작가들에게도 “너무 유행을 ○○○지 말라”로 권한다. 마법사나 전사가 등장하는 동화는 게임이나 판타지 소설과의 경계가 모호해진다. 흥미를 ○○○기보다 진솔한 이야기를 통해 사람의 가장 깊은 데를 울리는 힘을 가질 때 비로소 독자들과 진정으로 통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어린이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계속 추구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누구보다 충실한 독자가 된다”는 그는 자신의 신작을 따라 읽으면서 정성껏 쓴 편지를 보내던 소녀, 밤마다 읽어서 책장이 너덜너덜해진 책을 들고 강연에 왔던 소년을 가슴에 품고 살아간다.

 

  • 이글은 실명인증이 완료된 회원이 작성한 글입니다.
  • 목록으로
  • tweet tweet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글쓴이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