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공연 10주년 맞은 연극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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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11.05.12 15:53:51
  • 조회: 12262

 

 

현란한 무대장치도, 스타도 없다. 입소문만으로 수많은 관객을 웃기고 울렸다. 진정한 사랑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준 아름다운 무대. 10주년을 맞은 연극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이하 백사난) 얘기다. 그간 120개 도시에서 2300회 공연을 했고 70만명이 관람했다.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의 세월. 그러나 <백사난>이 뿜어내는 감동만은 현재진행형이다. <백사난>은 유명 동화 <백설공주>를 재창작한 작품으로 백설공주를 향한 난쟁이 ‘반달이’의 가슴 시린 짝사랑을 담고 있다. 2001년 당시 ‘꿈꾸는 어린이극’을 만들고자 했던 박승걸 연출(39)의 바람은 이루어졌다. 평일 관객의 80%는 성인이다. 한때 어린이였을 어른 관객들에게 순백의 마음을 되돌려주는 공연임을 입증한다.
박 연출을 비롯해 초연 배우 최인경(32·반달이), 최다 출연 배우 고은경(33·길님이), 팬클럽 회원으로 활동하다가 가세한 이다연(24·산들마음)을 통해 <백사난>의 10년을 들어 본다. 이 작품에는 모두 일곱 난쟁이가 등장하고 이들은 백설공주와 왕자를 포함, 1인10역 이상을 소화한다.
- <백사난> 탄생 배경에는 박 연출의 짝사랑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아는데….
“하하하. 2000년 조연출 시절 7년간 짝사랑해온 여자가 있었어요. 제 키는 163㎝인데 그녀는 170㎝가 넘었죠. 그녀에게 잘 보이기 위해 인터넷을 검색해 재미있는 이야기 세 편을 매일 e메일로 보냈어요. 그런 어느 날 재미있는 이야기 게시판에 <백사난>이 있었어요. 감동적인 이야기 게시판에 있어야 할 게 잘못 올라온 거였죠. <백사난>은 이미 1998년부터 네티즌들 사이에서 유명한 이야기였더라고요. 인쇄 후 책처럼 편집을 해서 그녀에게 선물하며 직접 읽어줬어요. 울더라고요. 전 약속했죠. 나중에 제가 연출이 되면 이 작품을 꼭 무대에 올리겠다고요.”(박승걸)
그러나 그녀는 1년 후 다른 남자와 결혼했다. 백설공주가 반달이의 노력으로 왕자님과 혼인한 것처럼. 하지만 예견된 일. <백사난>을 들려줬을 때 그녀는 “짝사랑하는 남자가 있는데 이 이야기를 듣고보니 용기를 내 고백을 해야겠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 연출 역시 또 다른 백설공주를 만나 2001년 결혼했다. 배우자는 당시 <백사난> 안무가였던 조성주 현 LIG문화재단 예술감독. 조성주씨의 키도 174㎝다. 박 연출은 “자기 사랑을 가슴 아프게 떠나보낸 경험을 지닌 많은 분들, 그리고 순수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고자 하는 분들이 <백사난>을 사랑하는 것 같다”고 인기비결을 풀었다.
- 10년을 맞은 감회는 어떤가요.
“전 대학에서 연기를 전공했지만 졸업 후 작은 키(153㎝) 때문에 오디션 볼 때 서류심사조차 통과하지 못하는 일이 많았어요. 배우를 포기하고 교수님 지인이 운영하는 아동복 매장에 취직했죠. 그런 어느 날 고객 사은행사로 연극 한 편을 올리는데 배우로 2주간 참여하면 매장 홍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제안을 받았어요. 교수님의 또 다른 제자인 박 연출이 ‘반달이’를 연기할 키 작은 배우를 찾고 있다는 거예요. 그게 바로 <백사난>이었죠. 그런데 2주 예정하던 공연이 대박이 나면서 10년을 하게 된 거예요.”(최인경) “2000년 유시어터에 입단해 이 작품이 데뷔작이에요. 10년간 빠짐없이 출연하다보니 최다 출연 배우가 됐죠(웃음). 이 작품을 하면서 뒤늦게 대학도 다녔고, 결혼도 했어요. 그러고 보면 요즘 연습실에는 20대 때 참여해 지금은 부모가 된 배우들의 자녀들로 북적여요. 연인으로 공연장을 찾았던 분들이 유치원생이나 초등생 자녀를 동반하고 관람하는 모습도 근래 자주 목격되죠.”(고은경)
- 가수 이기찬씨의 뮤직비디오 배경으로도 유명했죠?
“제가 중학생이던 2001년 이기찬씨의 ‘또 한번 사랑은 가고’ 뮤비를 보고 배경으로 사용된 <백사난>에 흠뻑 빠졌어요. 곡을 구상하던 박진영씨가 연극을 보고 매료돼 곡 완성 후 뮤비 배경으로 쓰고 싶다고 했다죠. 뮤비의 파장은 대단했어요. 직후에 팬클럽 ‘백설기마을’과 최인경 언니 팬클럽이 생겼고 저도 ‘백설기마을’ 회원이 됐죠. 중학생 신분으로 혼자 연극을 보면서 언젠가 저도 저 무대에 서겠다고 결심했어요. 결국 재작년에 오디션에 합격해 산들마음 역으로 출연 중이죠.”(이다연)
- 저마다 1인다역이면서 동심을 연기하느라 체력 소모가 클 것 같아요.
“매번 공연 전 한 달간은 배우 트레이닝을 ‘놀이’로 대신했어요. 이를 위해 개발한 놀이가 40여가지나 되죠. 얼음땡,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등 놀이의 규칙을 더 복잡하게 만든 거예요. 하루 3~4가지씩 하는데 할 때는 미친듯이 재미있어 하지만 끝나고 나면 탈진해요. 이를 통해 동심과 동신(童身)을 만드는 거죠. 실제로 이렇게 웃고 땀흘리며 놀다보면 배우들의 눈빛이 초롱초롱해져요.”(박승걸)
- 바람이 뭔가요.
“아직 안 보신 분들은 꼭 한 번 보시면 좋겠어요. 울고 웃으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끼시기 바라요.”(최인경) “고객이 있는 한 <백사난>은 계속될 거예요. 우리 배우들의 자녀들이 커서 이 작품의 배우로 다시 서길 바랍니다(웃음).”(박승걸) <백사난>은 오는 8월28일까지 유시어터에서 공연한 후 12월2일 강동아트센터 개관 공연으로 다시 막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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