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육아/교육] ‘있어도 못 놀고, 없어서 못 노는’ 학교 운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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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11.05.11 14:4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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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운동장에 아이들이 없다. 안전사고를 우려해 점심시간에 운동장 사용을 제한하는가 하면, 고등학교와 인접하거나 아파트 단지 안에 자리잡은 학교들은 조용히 하라는 주변 민원 때문에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맘껏 뛰어놀 수 없다. 운동장에서 진행되는 방과후수업이 늘면서 수업이 끝난 뒤에도 아이들은 운동장 복판을 차지하지 못하고 귀퉁이로 내몰린다. 최근에는 운동장이 아예 없는 학교도 늘고 있다.
지난 3월 경기 성남 ㅅ초등학교 학부모들은 뜻밖의 가정통신문을 받았다. 점심시간에 학생들이 운동장에서 한꺼번에 놀 경우 안전사고가 일어날 수 있으므로 학년별로 요일에 따라 운동장 사용을 제한하겠다는 내용이었다. 학년별로 주 1~3회 정해진 요일에만 운동장에서 놀 수 있도록 했다. 나머지 학년은 그 시간 교실에서 독서나 한자, 영어방송 등의 재량활동을 하도록 안내했다. 게다가 점심시간도 50분으로 이전보다 10분 줄였다.
학교 측은 “좁은 운동장에서 많은 학생들이 놀다보니 지난 한 해 동안 골절 4건, 외상 1435건 등 사고가 많아 교사들이 논의 끝에 결정했다”면서 “이렇게 바뀐 후 사고가 많이 줄고 재량활동 시간을 확보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 학부모들은 “학교 끝나면 학원 다니느라 놀 시간이 없는 학생들에게 가혹한 통제”라며 “안전사고가 문제가 되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지, 운동장 사용을 원천적으로 막는 게 옳으냐”고 반발했다.
서울 송파구 ㅂ초등학교 학생들은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좀처럼 운동장에서 놀지 않는다. 1학년 딸을 둔 이모씨(42)는 “학부모들 사이에선 소란스럽게 놀면 바로 옆 고등학교에서 싫어하고 인근 아파트 단지에서도 민원이 발생한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운동장이 없는 학교도 생겨나고 있다. 2007년 서울 도심에 문을 연 ㅅ초등학교는 운동장이 없다. 설립 전에는 담 하나를 사이에 둔 고등학교와 운동장을 같이 쓰기로 했지만 이 약속은 잘 지켜지지 않았다. 학부모들의 항의가 계속되자 지난해 말 고등학교와 같이 쓰는 3층짜리 체육관을 세웠다. 학교 측은 강당과 체육관, 풋살장 등이 있어 아이들 체육활동에 특별히 지장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 학교 교사는 “아이들이 밖에 나가 놀 수가 없으니 교실에서 뒹굴고 복도에서 뛰어다닌다”며 “이런 아이들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어 좀 소란스럽더라도 우리 반은 뛰는 것을 허용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2010년 현재 전국에는 서울 6곳, 경기 2곳, 부산, 대전 각 1곳 등 모두 10곳의 학교에 운동장이 없다. 10곳 모두 공립초등학교다.
기존 운동장도 각종 시설물 공사로 더 좁아지고 있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 안민석 의원(민주당)의 조사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0년 상반기까지 56만8381㎡의 운동장이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전국 초·중·고 1만1200곳 가운데 702곳(초 399, 중 194, 고 109)에서 운동장에 강당과 다목적관, 체육관, 주차장, 공원, 통행로, 기숙사, 급식소 등을 짓는 공사를 벌였다. 운동장이 좁아지자 축구 골대를 뽑아버린 학교도 28곳이나 됐다. 강준호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는 “가뜩이나 골목길 등 뛰어놀 곳이 사라진 상황에서 운동장을 포기하는 것은 체육의 교육적 가치를 고려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선진국에서 왜 그렇게 운동장 활동을 중시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아이들은 신체와 정신이 같이 성장하는데, 어느 한쪽의 비대칭적 성장은 개인을 위해서나 사회를 위해서나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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