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경기 안산 스피드웨이 경비행기 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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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11.05.06 18:07:53
  • 조회: 12741

 

 

활주로엔 레이밴 선글라스를 끼고 위아래가 붙은 비행복을 입은 조종사들이 그림처럼 서 있다.
비행기로 세계 첫 대서양 논스톱 횡단에 성공한 미육군 항공단 소속의 존 매크레디 대위가 처음 썼던 그 선글라스가 처음으로 적재적소에 자리한 것을 목격한 기분. 활주로에 선 이들은 모두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다. 태양빛이 강렬했고, 리투아니아에서 온 곡예비행팀이 첫 시험비행을 하고 있었다. 나는 한 시간째 활주로 곁에 서서 비행기를 타려고 기다리는 중이었다.
“우리는 하루 종일 가만히 하늘만 보고 있어도 재미있는데, 기다리기 지루하시죠?” 레이밴식 선글라스를 낀 조종사가 말을 건넸다. 선글라스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경비행기를 타러 갔다. 경기도 안산시 시화호 인근 안산 스피드웨이. 자동차 서킷용으로 만들어진 스피드웨이 부지에 750m의 활주로가 펼쳐져 있다. 그 위에 다양한 기종의 경량비행기들이 늘어서 있다. 곡예비행팀의 비행기 3대는 리투아니아에서 온 것으로, 모두 분해해 화물칸에 실어와 한국에서 다시 조립했다고 한다. 비행기를 비행기에 실어서 올 수밖에 없었다는 것. “거기서부터 타고 오려면 몇 번은 착륙해서 기름 넣으면서 와야 할 걸.” 누군가 우스갯소리를 한다.
드디어 맨눈으로 ○○○기도 힘든 시험용 곡예비행이 끝이 났다. 그들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비행기에서 펄쩍 뛰어내려 손으로 비행기를 밀어 주차시킨다. 맨손으로 밀어도 밀리는, 이것은 250~300㎏짜리 경비행기다.
이윽고 차례가 왔다. 저쪽에 서 있는 빨간 비행기다. 작은 바퀴 세 개가 앙증맞다. 비가 그치고 파랗게 갠 날이었다. 누군가는 “비행하기에 가장 좋은 날씨”라고 했는데, 함께 탄 ○○○ 경력의 베테랑 조종사 이성규 교관(46·서해항공)은 “청명한 날씨의 뭉게구름은 요동치는 기류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시야는 좋은데 승차감은 떨어질 수 있단 얘기다.
경비행기 안은 생각보다 훨씬 좁다. 가방 놓을 자리가 없으니 두고 가란다. 딱 두 사람만 탈 수 있고, 조종사와 어깨를 맞대고 앉아야 할 정도. 좁은 둥지에 들어앉은 새가 된 기분이다.
안전벨트를 매고, 헤드폰을 썼다. 귀를 먹먹하게 했던 프로펠러 소리가 멀어진다. 대신 헤드폰을 통해 조종사의 목소리가 들린다. 이제 거기에 달린 마이크로만 옆 사람과 대화할 수 있다. 이제 정말 경비행기를 탔구나 싶다. 눈앞엔 속도계, 고도계 등 각종 계기판과 스로틀(파워조절 장치) 등 조절장치들. 언뜻 조악해 보이는 이 장치들로 250㎏짜리 고철이 하늘을 난다.
늘 평화로운 건 아니다. 기체가 가벼운 경비행기는 비, 안개, 바람 등에 모두 취약하다. 이날은 날은 맑았지만 바람이 초속 3~4m 정도로 불었다. 기류가 좋은 날은 아니었다. 초속 6m 이상이면 위험해 웬만하면 비행하지 않는다. 아직 탑승하기 전 활주로에서 봤을 때, 이륙하는 다른 비행기들의 기체가 바람에 다소 휘청대는 게 보였다. 하늘에서도 순항할 땐 괜찮았지만, 방향을 바꿀 때는 바람에 기체가 요동쳤다.
이 교관 말로는 이른 아침이나 오후 늦게, 늦봄과 늦가을에 기류가 안정적이다. 오후 대여섯시가 되면 바람도 잦아들 거란다. 뒤로 사진기자가 탄 비행기와 교신이 오간다. 교신 뒤에는 항상 말로만 듣던 “롸저(Roger·알아들었다)”라는 응답이 이어진다. 좀 더 멀리 인천 앞바다까지 나아가 달라는 주문이다. 사진 촬영을 위해 비행기는 몇 번이고 같은 지점을 지난다. 덕분에 급선회를 몇 차례 반복해야 했다. 빠르게 변화하는 고도에 몸이 적응하지 못한다. 이내 오장육부가 뒤틀리는 느낌. 머릿속 피가 빠져나가는 것 같다. 이 교관이 발아래 공기구멍을 열어 주고 크게 심호흡을 하라고 한다. 그리고 “착륙해야겠다”는 교신을 전한 뒤, 활주로 쪽으로 조종간을 돌리면서 말한다. “인간은 지상에서 늘 살아와서 올라오면 불안해지는 거거든요.”
멀리 보였던 현실이 눈앞에 다가오고, 몸은 지상에서 곧 안정을 찾는다. 다시 올라가면 조금 적응이 되어 있을까. 바람이 잦아들 오후 대여섯시까지 기다릴 요량으로 다시 활주로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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