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져/여행] 역사 따라 한라산 원시림 속을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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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11.05.04 14:06:17
  • 조회: 11794

 

 

한라산 둘레길은 제주 올레길과는 사뭇 다르다. 원시림 사이에 녹아있는 아픈 현대사의 흔적을 만날 수 있는 환상(環狀) 숲길이다.
◇ 항일운동과 4·3의 흔적이 남아있는 = 4월 30일이었다. 개통된 지 하루가 지난 한라산 둘레길을 서둘러 찾았다. 한라산에 호우주의보가 내렸지만 “비를 맞으며 걷는 것도 낭만적일 것 같다”는 막연한 기대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제주에서 서귀포로 가는 1100도로부터 자욱한 안개가 감쌌다. 서귀포 자연휴양림을 지나자 무오법정사 진입로에 닿았다. 한라산 둘레길을 알리는 표지판이 서 있다. 진입로에서 2㎞쯤 들어가자 무오법정사 주차장이다. 주차장은 넉넉한 편이다.
무오법정사는 현재 복원공사가 진행 중이다. 제주도 내 최대·최초의 항일운동이 일어난 곳이다. 무오법정사 항일운동은 3·1운동보다 5개월 먼저 일어났다. 종교계가 일으킨 전국 최대규모 무장 항일운동이라고 안내판이 말해준다. 주차장을 출발해 5분쯤 가면 항일운동탑이 한눈에 들어온다. 법정사 안 의열사 옆으로 ‘한라산 둘레길’이 시작된다. 나무에 달린 ‘환상숲길 제1구간 동백길’이라는 빨간색 리본이 길 안내 역할을 하고 있다.
◇ 동백길에 동백꽃 지다 = 한라산 둘레길 제1구간은 무오법정사~시오름까지 9㎞다. 해발 600~900m 사이에 조성됐다. 크고 작은 동백나무가 많아 ‘동백길’로 이름붙여졌다. 겨우내 피었던 동백꽃은 대부분 져버렸다. 둘레길은 자연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폭이 2m를 넘지 않는다. 연인이 손을 꼭 잡고 가면 딱 맞는 너비다. 비에 젖은 숲길은 오히려 촉촉한 땅의 감촉을 더 느끼게 해준다. 길의 형태가 선명해 길을 잃을 염려는 없을 듯하다.
빨간색 리본이 눈높이에 맞게 20~30m 간격으로 달려있다. 옆으로 누운 고사목들이 길을 벗어나지 않도록 막아주는 지킴이 역할을 해준다. 여러 개의 건천을 지나도록 돼있다. 숲길에서 지루했던 아이들이 잠시 쉴 수도 있다. 둘레길 1구간은 법정사~동백나무숲~화전마을 숯가마터~4·3유적지 시오름 주둔소~표고버섯 재배장~편백나무숲~돈내코 계곡으로 이어진다.
일제 강점기 건설된 병참도로(일명 하치마키도로)를 활용했다. 병참도로는 한라산의 산림과 버섯 등 임산자원과 군수물자를 수송하기 위해 만든 길이다. 한라산 국유림 지대에 머리띠를 두르듯 건설됐다. 동백나무는 한라산 난대림 지역의 대표적 수종이다. 서귀포 자연휴양림부터 어점이 오름, 시오름, 효돈천 남성대 제1대피소, 수악계곡까지 약 20㎞에 걸쳐 분포하고 있다. 우리나라 최대 군락지를 이루고 있다. 둘레길은 제주 4·3사건의 아픈 역사를 보여주는 체험학습장이기도 했다. 4·3사건 당시 군경 토벌대가 주둔했던 시오름 주둔소에는 통시(변소) 등 흔적이 남아있다. 1950년 초 삼각형의 돌담으로 만들어졌다.
◇ ‘올레’보다 원시를 걷는 느낌 = 둘레길에서 만난 김영대씨(48·제주시)는 “둘레길은 원시림을 걷는 느낌을 준다”며 “나무 사이를 계속 지나는 만큼 자연스레 삼림욕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악근천 상류 계곡에 서면 시야가 탁 트이는 시오름을 만난다. 나무만 보다 숲을 보는 느낌이다.
1구간은 2시간30분~3시간 정도 소요된다. 아직 화장실은 없다. 탐방객들은 시오름에서 발길을 돌려야 한다. 시오름~돈내코 구간이 난대산림연구소 시험림이기 때문이다. 둘레길은 계단이 없고 오르막과 내리막이 적당해 운동코스로 적격이다. 울창하게 숲그늘이 지는 여름이면 더 환상적으로 변할 듯 싶다. 한라산 둘레길 80㎞는 이 1구간을 시작으로 2014년까지 연차적으로 개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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