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두 개의 아픈 기억, 무대로 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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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11.05.02 14:27:16
  • 조회: 12236

 

 

‘기억하고 계십니까. 이 쓰라린 현대사의 장을.’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용산참사는 우리 현대사에서 잊을 수 없는 아픔이다.
두 사건에는 공통적으로 거대권력의 무자비한 폭력에 처절히 항거하다가 무참히 희생당한 민초들이 있다.
각각 1980년과 2009년에 발생해 두 사건 사이에는 29년의 시차가 있다.
그러나 이 시차는 오히려 권력의 횡포, 그리고 그 속에서 짓밟히는 개인의 삶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섬뜩한 진실을 맞닥뜨리게 한다.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용산참사가 무대 위에서 되살아난다. 연극 <여기, 사람이 있다>(김재엽 작·연출)와 <푸르른 날에>(정경진 작, 고선웅 연출)를 통해서다.

<여기, 사람이 있다>는 용산참사 20년 후의 모습을 그린 작품. 2029년 미래 용산4구역 남일당 건물 자리에 들어선 고급아파트를 배경으로, 공통적으로 자신의 삶의 터전에서 쫓겨나야 했던 용산참사 희생자들과 19세기 인디언들의 이야기를 오버랩해 이야기를 풀어간다. 이 아파트로 이사온 한 아이가 뇌사상태에 빠지는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용산참사의 아픔이 재현된다.
<여기, 사람이 있다>는 김재엽 연출이 지난해 초연한 <타인의 추억>을 기본 모티브로 하되, 이야기를 끌어가는 방식을 바꿔 다시 올리는 것이다.
용산참사 희생자 망령들이 등장하고, 현재 주 오사카 총영사인 김석기 전 서울경찰청장의 승승장구를 빗대어, 용산참사 당시 서울경찰청장이 국회의원을 거쳐 장관까지 되는 것으로 묘사된다. 실제로 아버지를 용산참사로 잃은 이충연 용산4구역 철거민세입자대책위원장에게 징역 5년의 중형을 선고하는 등 법원은 모든 죄를 철거민들에게 뒤집어씌우고, 경찰과 용역 등에게는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김재엽 연출은 “대다수 한국의 중산층은 집을 삶의 터전이 아닌 부의 축적 수단으로 인식하니까 용산참사의 이야기도 그저 타인의 일로만 생각하고 금세 망각한다”면서 “용산참사 희생자들도 가게를 운영하는 중산층이었다는 점에서 정권이 토건적 발상에 집착하는 한 이 같은 참사는 우리 모두에게 다시 일어날 수 있음을 상기시키고 싶었다”고 말했다. 즉 타인의 고통이 나와 결코 무관한 일이 아님을 이 작품은 강조하고 있다. ▶5월19일~6월5일 연우무대 소극장. (02)745-4566

광주민주화운동 그후 30년
‘푸르른 날에’

<푸르른 날에>는 차범석희곡상 제3회 수상작을 무대화한 것으로,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휘말린 어느 남녀의 사랑과 그 후 30여년의 인생역정을 그린 작품.
대학생 신분으로 광주항쟁에 참가한 후 고문 후유증으로 정신이상을 겪고 불가에 귀의한 남자, 그 남자의 아이를 가진 채 남자의 형과 결혼한 여자, 그리고 아버지를 삼촌으로 알고 살아온 딸 등이 등장한다.
딸이 남자에게 죽은 아버지 대신 결혼식 때 자신의 손을 잡아달라고 요청하면서 이야기는 1980년 5월로 돌아간다. 그리고 이들은 30여년이나 지나서야 화해와 용서를 하게 된다. 이를 통해 5·18의 역사적 사실과 정신은 과거의 것이 아니라 동시대의 역사로 이어지고 있음을 이 작품은 말하고 있다. 고선웅 연출은 각색과 무대화 과정을 통해 어둡고 무거운 서사와 멜로드라마식 대사를 희극적인 연극어법을 사용해 유쾌한 통속극으로 변주한다.
고선웅 연출은 “거대한 역사의 탁류 속에서 개인의 존엄성이 무시되는 현실은 역사 이래 계속되고 있다”며 “작가의 주제의식을 훼손하지 않는 한도에서 유머와 위트를 곁들인 명랑한 통속극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고 연출은 “그러나 관객을 눈물짓게 하는 페이소스가 짙은 작품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남산예술센터와 신시컴퍼니가 공동 제작한다.
▶5월10~29일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 1544-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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