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인디 음악인들 ‘자립음악생산자조합’ 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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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11.04.27 14: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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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대 일대에서 전업 음악인으로 활동하는 단편선씨(25·본명 박종윤)는 한 달에 40만~50만원을 번다. 하지만 공연으로 버는 돈은 한 푼도 없다. 홍대 앞 클럽에서 공연을 해도 공연비는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쿨렐레 강습을 하거나 잡지에 칼럼을 기고해 생활비를 충당한다. 집회 현장에 나가 노래를 부르기도 하지만 이마저 정기적이지 않다. 특히 겨울에는 집회가 많지 않기 때문에 가을에 벌어놓은 돈으로 겨울을 나야 한다.
매달 수입이 불규칙하다보니 통장 잔액은 항상 ‘0’에 가깝다. 얼마 전에는 돈을 마련하기 위해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아르바이트를 알아보기도 했다.
단씨는 “그래도 나는 집회 행사 등을 통해 수입이 들어와 상황이 나은 편”이라며 “많은 음악인들은 더 궁핍한 생활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디 음악인들이 이런 상황을 함께 타개해보자는 뜻에서 생활협동조합 형식의 ‘자립음악생산자조합’을 결성했다. 경제적 이유로 음악을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하자는 취지다. 실제 대부분의 인디 음악인들은 경제적 이유로 음반을 내는 일에 많은 부담을 느낀다.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는 이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ㅎ씨(37)는 지난해 초 발표한 앨범을 700장 팔았다. 그는 앨범을 내고 공연을 하며 한 달에 100만원 정도는 벌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ㅎ씨 부인은 3개월 전 아이를 낳고 직장을 그만둔 상태다. 가난은 이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홍대 앞 인디 음악인들 가운데는 밥값을 아끼기 위해 트위터·페이스북 등을 통해 싼 밥집을 수소문해 다니는 경우도 있다.
1인밴드 ‘달빛요정 역전만루홈런’(본명 이진원)은 생활고에 시달리다 지난해 11월 뇌출혈로 세상을 떠 많은 이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하지만 더 큰 고민은 노래 부르고 연주할 공간이 없다는 것이다.
임차료를 내지 못해 많은 클럽 등 공연공간들이 문을 닫고, 인기 있는 음악인만 무대에 세우는 클럽이 많다. 운 좋게 무대에 설 기회를 얻는다 해도 연습실 대여 비용은 각자 부담해야 한다.
하루 2~3시간씩 매주 서너 번 연습실을 이용하면 한 달에 40만~50만원은 든다. 앨범을 만들기 위해 녹음하는 데도 많은 돈이 들어간다. 녹음실을 3시간 대여하는 비용은 20만~30만원이다. 아무리 적게 잡아도 음반 제작에는 300만원 이상이 든다.
박다함씨(25)는 “전업 뮤지션이 된다는 건 힘든 일이다. 음악을 계속하기 위해 역설적으로 직장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자립음악생산자조합은 4월 29일 공식 발족식을 하고 조합원 모집에 나선다.
조합은 한국예술종합학교 학생회관 지하에 직영 라이브클럽 ‘대공분실’을 만들어 인디 음악의 독자적 유통을 시도할 계획이다. 음반을 내려는 음악가들에게 소액대출을 해주는 프로그램도 준비 중이다.
조합원 카즈(27·본명 고영철)는 “음악 창작물을 생산하는 데 드는 비용을 없애는 것이 목표다. 물적 기반을 구축하면 생산비가 줄어 질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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