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안철수 교수와 순회강연 ‘시골의사’ 박경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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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11.04.26 13:5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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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의사’라는 별칭으로 유명한 박경철씨의 이름 뒤에 대중매체는 ‘원장’이란 호칭을 붙인다. 경북 안동의 신세계연합클리닉 원장이니까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중이 그를 만나는 공간은 병원이 아니라 신문이나 잡지, 방송, 책과 같은 매체다. 그는 칼럼니스트이며 방송 진행자, 베스트셀러 작가이며 동시에 경제평론가다. 다만 이를 하나로 아우르는 적절한 통합호칭이 없으니 ‘원장’이라 부를 뿐이다. 그가 건네준 명함을 보니 ‘외과의사 박경철’이라 쓰여 있다.
박 원장이 지난해부터‘아름다운 동행’에 나서고 있어 눈길을 끈다. 안철수 카이스트 석좌교수와 함께 지방의 대학으로 강연을 다니는 것이다.
두 사람이 동행 강연을 해야 할 피치 못할 사정은 없다. 누가 그들에게 요청한 적도 없고, 정부가 관심을 보인 적도 없다. 단지 우리 사회를 보는 문제 인식에서 두 사람의 의기가 투합한 결과다. 꿈을 잃은 젊은이들을 위로하고 그들에게 용기를 주는 것이 기성세대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라고 보는 것이다. 세상 누구 못지않게 바쁜 두 사람이 각자의 일정을 쪼개고 맞춰서 함께 길을 떠나는 까닭이다. 두 사람은 요즘 젊은이들이 멘토삼고 싶어하는 사람 1순위에 꼽힌다. 이들의 한마디는 다른 누구보다 젊은이들에게 울림을 줄 수 있다. 이들이 젊은이에게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그동안의 소통에서 느낀 점은 무엇이고 문제를 풀 해법은 과연 찾았을까.
서울 충정로에 있는 박 원장 사무실을 찾아 두 사람의 동행이 어디까지 왔는지 물어봤다.
- 안 교수님과 지방대 순회 강연을 하고 있지 않습니까. 명사 두 분의 동행이 쉽지도 않겠지만 국내에 전례도 없는 일입니다.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재작년 말 안 선생님이 이화여대에서 리더십 강연을 하면서 저에게 제의를 해왔어요. 외국에 나가보니 한 사람이 아니라 두 사람이 강연을 하던데 우리도 한번 해보자고요. 그래서 흔쾌히 수락하고 같이하게 됐죠. 첫 강연하던 날 제가 공개석상에서 다른 제의를 했어요. ‘오늘 반응 좋은데 이 강연 앞으로 계속하자. 그것도 서울보다는 지방으로 가자’고 했죠. 여기에 안 선생님이 동의하면서 오늘에 이르게 됐습니다.” 동행이 있기까지 두 사람이 번갈아 아이디어를 낸 셈이다. 강연은 박 원장이 주로 묻고 안 교수가 대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 두 분의 강연에도 각본이 있나요.
“첫 번째 강연할 때는 질문지를 만들었어요. 그런데 실제 해보니 쓸모가 없더라고요. 두 번째부터는 안 만들었죠. 대신 내려가는 날 차 안에서 현안과 이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러면 자연스레 강연의 방향이 잡히고 교감이 되더라고요.”
- 그동안 무슨 이야기를 주로 했는지 궁금합니다.
“안 선생님은 대학에 계신 IT(정보기술) 전문가로서 그 시선에서 보시는 게 있고, 저는 마이너리티 출신에 고교생을 많이 만나면서 갖게 된 문제의식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야기를 하다보면 두 문제의식이 합쳐져 하나가 됩니다. 예를 들어 안 선생님은 국가적 차원에서 지금의 인재양성 방법이 과연 온당한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놓고 생각해보자 합니다. 저는 개인의 관점에서 자아실현의 기회가 과연 공평하게 주어지는가 하는 문제를 봅니다. 사람의 자질이라는 게 각기 달라서 누구는 예능에, 누구는 그림에, 혹은 고등어 배따는 데, 면(麵) 뽑는 데 물리(物理)가 트이는데, 지금은 성적이라는 잣대 하나로 사람을 자르잖아요. 그러면 공부에 물리가 트인 아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아이들의 불행은 누가 감당할 것이냐, 이런 문제를 저는 이야기합니다.”
두 사람이 동행 강연에서 우리 사회의 구조적 모순에 대해 이처럼 깊숙한 이야기를 나눈다는 게 놀랍다.
- 강연 다니면서 많은 것을 느끼시는군요. “처음에는 우리 이야기를 학생들에게 들려주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들이 갖고 있는 진짜 고민들을 우리가 받아들이게 됩니다. 눈빛을 보면 느껴지거든요. 안 선생님과 같이 만나는 대학생들도 그렇지만 특히 지방의 고교생들을 보면 저는 마음이 아파요. 과거 우리 때는 공부가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고 서슴없이 말했거든요. 실제 그걸 증명도 많이 했고요. 그런데 지금은 공부가 인생의 전부가 됐어요. 그걸 강요하는 사회에서 뒤처진 사람들이 받는 열패감은 깊은 상처가 됩니다. 달리기를 하는데 누구는 운동화 신고 뛰고 누구는 자전거, 혹은 오토바이 타고 간다면 어떻게 될까요. 여기에서 자전거냐 운동화냐는 보지 않고 누가 1등으로 들어왔느냐만 따지면 운동화 신은 사람은 사회가 원망스럽겠죠. 이렇게 한(恨)을 가진 사람이 늘어나면 20년, 30년 뒤 우리 사회의 가치를 말할 수 있겠습니까.”
- 문제가 어디 있는 걸까요.
“문제는 기성세대라고 봅니다. 뒤틀린 사회질서를 말로만 바꿔준다고 하고 실제로는 안 바꿉니다. 기존 질서가 자신과 자기 자녀에게 유리하니까요. 사교육해서 스펙 쌓고 좋은 대학 가서 해외연수까지 하면 좋은 직장 잡아 고액 연봉 받으며 대를 이어갈 수 있는데 왜 바꾸려 하겠습니까.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진 사람은 바꿔야 할 동기가 없고, 바꿔야 할 필요가 있는 사람은 현실적 힘이 없는 게 딜레마인 거죠.”
- 그래서 학생들에게 무엇이라 합니까? “기성세대가 흔히 하는 말이 ‘젊은이여 도전하라’는 것입니다. 그 말을 들으면 젊은이들이 뭐라 하는지 아십니까. ‘함부로 도전했다가 결과가 잘못되면 선생님이 책임지겠느냐’고 합니다. 도전 정신이 없는 게 아니라 한번 잘못 내디디면 결과가 비참하기 때문에 못하는 겁니다. 안 선생님과 저는 학생들에게 도전하라고 하지 않습니다. 그저 약속을 합니다. 여러분의 도전과 모험이 무모한 일이 되지 않도록 사회를 바꿔나가는 데 작은 힘이나마 되어주겠다고 합니다. 지금은 여러분들 앞에 우리 둘이 있지만 주변에 얘기해서 늘려가겠다, 노력하겠다고 합니다. 그렇게 약속할 테니, 너희들도 어렵지만 절벽에서 떨어져라, 그러면 나무에 옷자락이라도 걸릴 수 있지 않느냐고 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진짜 이해하는 눈빛으로 하면 그들은 꽤 오랜 시간 위로를 받습니다.”
이걸 박 원장은 기성세대가 젊은이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무브먼트라고 표현했다. 작은 영향력이라도 있는 사람들이 그들의 고민을 진정 이해해서 무브먼트에 동참할 때 사회는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 학생들 앞에서 약속했다면 허투루 넘길 수 없을 텐데요. 어떤 실천을 계획하시는 건가요. “큰 고민 중입니다. 안 선생님과 요즘 주말마다 만나서 머리 맞대고 이야기하고 있죠. 책 읽고 토론하는 전국 독서모임을 만들면 어떨까, 그건 너무 피상적인가? 우리 같이 강연팀을 만들어 전국에 위로강연을 다니면 어떨까? 여러가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조만간 어떤 형태로든 무브먼트를 시작할 겁니다. 진심의 발자국을 내딛는 거죠.”
- 관련된 질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얼마 전 한 인터뷰에서 “이너서클에 들어갈수록 사회의 부조리를 많이 보게 되더라”고 한 말이 인상 깊었습니다. 무얼 염두에 둔 말인지요.
“제가 좀 유명해져서 정부나 기업의 높은 사람들과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잖아요. 저는 굉장히 고민했던 사안을 그들은 전혀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을 보고 한 말이죠. 가령 자식에게 부담 안 주려고 치료를 포기한 할머니 이야기는 저에게 엄청난 충격이었는데 그들은 그건 개인의 문제라며 관심조차 갖지 않는 거예요. 정책담당자들의 직업 윤리가 이 정도인가 싶을 때도 있었고요.”
그가 ‘마이너리티 출신’이라고 한 말이 실감나는 대목이다. 하지만 과거의 마이너리티일 뿐 지금은 누구보다 강력한 머저리티(주류) 아닌가.
“제가 라디오에서 이념문제를 터치하면 그런 비판이 날아옵니다. 너도 이제 주류 아니냐고. 세속적 기준으로 보면 저도 주류인 거 맞죠. 하지만 저는 발이 어디에 있든 시선을 어디 두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 요즘의 강남좌파 논쟁을 연상시키는 말이네요.
“아, 그거 제가 몇 년 전에 여러차례 공개적으로 얘기한 것이죠. 막걸리우파가 있으면 위스키좌파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요. 무턱대고 좌파 우파로 나뉘어 갈등하는 것은 머리 나쁜 사람의 전형입니다. 머리 나쁜 사람은 두 가지밖에 생각 못해요. 예스 아니면 노, O 아니면 X. 어떻게 인간의 생각이 그렇게 단선적일 수 있나요. 더구나 지금은 정치권력이 아니라 자본 독주의 시대인데요.”
- 경제평론가로서 자본의 힘을 실감하는 모양이군요.
“그럼요. 지도자의 수준은 국민의 수준이다, 플라톤이 한 말입니다. 권력은 투표로 뽑으니까요. 그런데 자본의 수준은 국민의 수준을 반영하느냐? 하면 아니거든요. 제가 강연을 다니면서 느끼는 건데 MB(이명박 대통령)는 까도 됩니다. 심지어 정부나 공공기관에 가서 대통령 거론해도 사람들이 웃어요. 그런데 삼성을 비판하면 분위기가 싸늘해집니다. 자본을 어떻게 개혁하고 통제할 것인가, 이 부분이 우리의 큰 숙제입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시간, 소셜 네트워크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자. 그는 트위터 영향력이 국내에서 가장 큰 인물로 꼽힌다. 팔로워 숫자는 더 많은 사람이 있지만 트윗에서 호응하고 전파되는 것을 종합하면 그가 1위라는 조사다. 실제 그가 트위터에 무슨 책이 좋다고 추천의견을 올리면 그 책은 곧바로 베스트셀러에 진입한다.
- 트위터 이용에 적극적입니다.
“제가 얼리어답터이거든요. 스마트폰에 글을 써서 e메일로 보냅니다. 하지만 트위터에 대해서는 양가(兩價)감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트위터하는 게 재미있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것에 호기심을 가지면 그것이 내 것이 된다고 니체가 말했거든요. 문제는 사유의 동종교배가 일어나기 쉽다는 점입니다. 팔로워라는 게 선의나 호감을 가진 사람들의 모임이잖아요. 어떤 사안에 대해 팔로워들은 중립적이지 않습니다.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한 방향으로 흐르는 것을 전체 여론으로 착각해선 안되죠. 팔로워 숫자를 가지고 대중적 영향력을 논의하는 것은 언어도단입니다.”
- 안 교수님도 얼리어답터인데 트위터를 보기만 한다고 하더군요. 그 점이 두 분이 다르네요.
“안 선생님은 우리 사회의 롤 모델이 되는 사람입니다. 대중과의 과도한 커뮤니케이션은 안 좋을 수 있어요. 저는 제 정체성을 메신저로 규정합니다. 대중과 친하게 지내며 대중의 언어를 결정권자에게 전해주고 반대로 결정권자의 말을 대중에게 들려주는 역할이죠. 밀가루의 물과 같은 존재라는 생각도 합니다. 물은 아무것도 아니고 값어치도 없지만 물이 없으면 밀가루 반죽을 못하잖아요.”
그의 비유가 적절한지 고개가 갸우뚱거려지지만 박 원장 같은 메신저, 물이 있다는 것은 우리 사회에 큰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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