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창단 25주년 맞은극단 ‘작은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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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11.04.25 17:5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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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작은신화’가 창단 25주년을 맞았다. 1986년 서강대 연극반 출신들을 주축으로 서울지역 5개 대학 13명이 모여 창단한 작은신화는 그간 120여편의 신작(80%가 창작극)을 왕성하게 선보이며 한국 연극의 중추 역할을 해왔다. 또 구성원 모두가 작품 구성에 참여하는 ‘공동창작’, 창작극의 활성화를 위한 ‘우리 연극 만들기’, 고전을 새롭게 해석하는 ‘고전 넘나들기’ 등 다양한 실험을 통해 공연문화 활성화에 기여했다. 창단 이래 순수연극만을 고집해온 것도 이 극단의 특징이다. 19일 대학로에서 만난 극단 대표이자 창단멤버인 최용훈(48)은 “인생의 절반을 작은신화와 함께 걸어왔다”며 “그러나 늘 부족함을 느끼기에 이제는 제대로 된 연극을 해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이 시점에서 하게 된다”고 밝혔다. 작은신화는 25주년 기념으로 신작 <메기의 추억>과 그간 관객과 평단의 사랑을 받았던 <돐날> <가정식 백반 맛있게 먹는 법> <황구도> 등 모두 4편을 5월26일부터 8월28일까지 잇따라 올린다. 모두 최용훈 연출작이다.
- 25돌을 맞는 감회가 클 것 같습니다.
“군부독재 시절인 86년만 해도 연우무대를 제외하면 연극다운 연극을 올리는 극단이 없었어요. 상업성 짙은 연극만 판을 쳤죠. 당시만 하더라도 연극을 하려면 극단에 들어가 도제방식으로 배운 후 독립을 해야 하는데 끌리는 극단이 없더란 말입니다. 그래서 졸업을 앞두고 서강연극회 동기들과 다른 대학 연극반 출신들이 모여 ‘그럼 우리끼리 극단을 만들어보자’고 의기투합했어요. 저마다 아르바이트를 해서 모은 5만원으로 대학가의 카페를 빌려 창단공연을 했죠. 당시 분식집 라면값이 300원이었으니까 학생 신분에 적은 돈은 아니었어요. 그렇게 작게 시작했는데 25년의 세월 동안 건재했으니 감사할 뿐이죠.”
- 창단 당시 13명으로 출발한 극단이 7명의 연출가를 포함해 지금은 90여명의 대식구가 됐습니다. 극단 운영이 만만치 않을 텐데요.
“단원 100명을 채우는 게 제 바람인걸요. 전 대다수 극단들이 대표연출 한 사람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게 답답하다고 여겼어요. 처음부터 좋은 연출을 많이 배출하자고 마음먹었죠. 지금은 그들이 자기 색깔에 맞춰 연출할 수 있도록 적극 조력하고 있습니다. 또 프로젝트별로 스태프와 배우가 구성되는데, 단원이 많으면 작품을 잠시 쉬는 사람은 그 기간 동안 TV 출연 등 연극 외 활동을 하면서 돈을 벌 수 있다는 이점이 있어요. 아무리 연극에 대한 열정으로 모인 사람들이라고 해도, 연극만으론 먹고살기 힘들거든요(웃음). 창단 때부터 벌면 모두가 나누고, 손해 보면 같이 메우는 재정공동체인 점도 운영에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특히 신진 희곡작가 발굴 차원에서 공모를 통해 한번에 2~4편씩 무대에 올리는 ‘우리 연극 만들기’는 해를 거듭하면서 억대의 빚을 극단에 안겨줬다. 다행히 그외 작품들의 선전으로 3년 전 모든 채무는 청산했다. 최용훈은 “흥행작이 많았다기보다는 크게 손해 보는 작품이 없었던 것”이라며 “극단에 헌신한 단원들과 관객들의 관심 덕분”이라고 말했다.
- 25주년 기념공연작의 선정기준은 뭔가요.
“<황구도>는 93년 ‘우리 연극 만들기’ 첫번째 선정작이고, <돐날>은 동아연극상 작품상 등 많은 수상을 하고 흥행에도 성공한 작품이에요. 지난해 초연한 <가정식 백반 맛있게 먹는 법>은 관객의 사랑을 받은 가장 최근작이죠. 신작 발굴에 적극적인 극단인 만큼 창작신작 <메기의 추억>도 올립니다. 4명의 여고동창생을 통해 40대가 처한 우리 사회의 도덕적 붕괴와 현실에 대한 환멸의 현주소를 담아낼 생각이에요.”
그는 “공통적으로 386세대인 김명화 극작의 2001년작 <돐날>과 장성화 극작의 2011년작 <메기의 추억>을 비교해 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라고 말했다. 10년의 차를 두고 각각 30대의 386과 40대의 386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최용훈은 “그러나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우리 사회가 별반 달라지지 않았음도 발견하게 될 것”이라며 씁쓸하게 웃었다.
<돐날>은 팍팍한 현실 속에서도 20대의 꿈에 대한 미련을 못버리고, 때로는 현실과 타협하는 자신을 조소하기도 하는 30대의 분열적 자화상을 그리고 있다.
- 창작극에 매진하고 순수연극을 고집하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연극은 우리 사회에 대한 발언을 해야 해요. 그러려면 현시대를 살아가는 작가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관객과 나눠야 하죠. 번역극도 있지만 그건 많은 분이 하시니까 저희는 창작극을 하는 거죠. 순수연극을 하는 이유는 그게 우리 극단의 출발점이기 때문입니다. 요즘 젊은이들에게 깊은 생각이나 감정을 건드리는 순수연극은 크게 환영받지 못하겠지만, 그래도 소수의 힘이 전체를 지탱하는 근간이 될 수 있다는 게 제 생각이거든요. 무엇보다 잘 만든 작품에는 반드시 관객이 온다는 게 제 믿음입니다.”
25주년 기념 공연 첫번째 작품인 <메기의 추억>은 5월 26일 대학로 정보소극장에서 막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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