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쌍둥이 소설가 장은진·김희진, 공동집필? 불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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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11.04.21 14:3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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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복제인간이 다른 소설을 쓰고 있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자라온 환경이 같고 같은 드라마를 좋아하는 등 취향도 비슷하며, 상황이 같은 꿈을 서로 꾸기도 하지만 각자 색깔의 소설을 써가는 중이거든요."
쌍둥이 소설가인 장은진(35·김은진·오른쪽)씨와 김희진(35)씨가 동시에 장편 소설을 펴냈다.
장씨의 '그녀의 집은 어디인가'는 전기와 물 밖에 먹을 수 없는 여자 '제이'와 상처를 간직한 채 살아가는 불우한 두 남자 '와이' '케이'가 소통해가는 과정을 담았다.
김씨의 '옷의 시간들'은 '빨래방'이라는 공간을 통해 관계를 회복해가는 순간을 그린다. 불면증을 겪는 도서관 사서 '오주'를 중심으로 뭐든 수집한다며 이것저것에 사진기를 들이대는 '조미정', 한때 잘나가던 카피라이터였던 만화가 '조미치' 등이 소통하며 서로를 위로한다.
두 작품 모두 지난해 7~11월 인터넷 웹진 '인터파크도서 북&[앤]'에 동시에 연재됐다. 장씨는 "서로 초고를 완성한 뒤 분량도 맞춰 연재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인터넷 연재 당시 "상대방의 소설에 대한 조회수가 많거나 댓글이 하나라도 더 달리면 미안해하고 그랬다"며 웃었다. 김씨는 "언니 글의 조회수가 많은 날에는 '쟤 소설이 나보다 뭐가 나은데'라는 생각도 했다"며 "은근히 숫자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깔깔거렸다.
서로 "야!"라고 부른다는 자매는 앞서 등단한 장씨가 먼저 성(姓)을 갈았다. "희진이도 등단할 것이라 믿었다"며 "우리 둘을 구분하기 어려울 것 같아 성을 바꿨다"는 것이다. 장은 '문장 장(章)'의 장이기도 하고 글 쓰는 일을 길게 하자는 뜻에서 '긴 장(長)'의 장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언니가 보는 동생 소설의 장점은 "에피소드가 신선하고 유머러스하다는 점"이다. 동생은 언니의 소설에 대해 "문장이 맛깔스러우면서도 단정하다"고 평했다.
두 사람 위로 디자인을 하는 네 살 터울의 언니가 있다. "언니가 재주가 많은데 어릴 때부터 글을 잘 썼다"며 "언니의 일기장을 훔쳐보곤 했다. 일상을 적었을 뿐인데 시적인 느낌이 나더라. 언니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다"고 여겼다. "밑으로 남동생이 하나 있다. 사실 부모가 언니 밑으로 남동생을 두려 했는데 여자 쌍둥이를 낳아서 당시 초상집 분위기였다고 하더라. 호호호."
자매는 광주광역시에서 부모와 함께 살고 있다. 처음에는 한 방에서 작업을 함께 했는데 지금은 언니인 장씨가 방, 동생인 김씨가 거실을 작업실로 삼았다.
김씨는 "은진이가 자판을 두드리는 소리가 크다. 나는 한 줄도 못쓰고 있는데 자신은 잘 쓴다고 과시하는 것 같더라", 장씨는 "자판이 뻑뻑해서 그랬을 뿐"이라며 즐거워했다.
소설가가 되려는 자매를 부모는 싫어했었다. 장씨는 "당선이 된 후에는 믿음이 생겼는지 좋아한다"며 "지금은 우리가 나란히 소설을 쓰고 있는 모습을 가장 흐뭇해한다"고 전했다.
장씨는 전남대 지리학과, 김씨는 목포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김씨는 "내가 소설 쓰는 과제를 하고 있는데 은진이가 불편한 시선으로 쳐다봤다"며 "'너도 소설 써 볼래?'라고 퉁명스럽게 던졌는데 그 다음날 바로 소설을 쓰기 시작하더라"고 기억했다. "은진이가 쓴 소설을 교수에게 보여줬는데 가능성이 있다고 해서 놀랐다."
초기작은 '은둔'과 '고립'을 중심 소재로 삼는 등 서로 비슷한 분위기를 풍겼다.
김씨는 "지금은 조금씩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며 "각자의 개성을 찾아가는 단계라고 생각한다"고 알렸다.
든든한 관계다. 장씨는 "서로의 소설에 대해 가차 없이 평가를 내릴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처음에는 기분이 나쁘기도 했지만 지금은 기꺼이 수정을 가하는 등 많은 도움이 된다"고 인정했다.
김씨는 "6월에 새 장편이 나오는데 작품 속에 등장하는 캐릭터인 엄마를 죽일 것인가 말까에 대해 고민을 했다"며 "나는 연민이 들어 엄마를 죽이지 않으려고 했는데 은진이는 임팩트를 위해서 죽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결국은 죽였다"고 설명했다. 힘든 점도 있다. "각자가 쓰는 소설에 대한 정보를 처음부터 알고 있으니 독자의 입장에서 객관적인 평가를 내리기는 힘들더라"는 고백이다.
공동 작업을 시도하기도 했다. 김씨는 "'먼지' 등 각기 다른 5개의 소재로 함께 소설을 써보려고 했는데 잘 되지 않았다"고 한다. "함께 '대화체'로 글을 쓰는 작업도 해봤는데 의견 조율이 힘들었다"며 "성격이나 생활하는 모습, 남자 보는 눈도 비슷한데 소설을 같이 쓰는 것은 불가능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털어놓았다.
싸움도 자주 했다. 김씨는 "심하게 다툰 이후 복수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은진이가 쓴 소설의 파일을 지워버릴까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며 "나중에 이 사실을 은진이에게 털어놓았는데 자신도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더라고 하더라"는 어떤 이심전심을 귀띔했다. "그런 생각을 해도 두 사람 모두 실천으로 옮기지는 못할 것 같다. 소심해서…. 호호호."
"소설 작업은 함께 못해도 시나리오 작업 같은 것은 함께 해보고 싶어요. 둘 다 움직이기를 싫어하지만 앞으로는 함께 여행도 자주 다니고 싶고요."
한편, 200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장씨는 소설집 '키친 실험실'과 장편 '앨리스의 생활방식', '아무도 편지하지 않았다' 등을 펴냈다. 2009년 문학동네 작가상을 받았다. 김씨는 2007년 세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혀'가 당선되며 문단에 들어왔다. 장편소설 '고양이 호텔'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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