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명동예술극장, 이진순 선생 헌정공연 ‘갈매기’김석만 예술감독? 김의경 연출

    이 게시글을 알리기 tweet

  • 글쓴이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11.04.20 15:28:17
  • 조회: 12463

 

 

“이진순 선생은 체호프를 좋아하셨어요. 특히 체호프의 <갈매기>는 이 선생이 1966년 ‘여인극장’ 창단공연으로 올리셨는데 한국의 메이저 극단이 이 작품을 무대화한 것은 처음이었죠. 당시만 해도 체호프의 작품은 몹시 어렵게 여겨졌거든요. 이 선생은 초연 이래 서라벌예대와 동국대 교수시절 공연을 포함해 83년 문예회관 대극장 공연까지 <갈매기>를 4번 연출하셨고, 이 작품이 곧 선생의 마지막 연출작이 됐습니다. 이번에 선생에 대한 헌정공연으로 <갈매기>를 선택한 이유입니다.”(김의경)
“이 선생님이 활동하실 때 저는 너무 어렸거나 외국유학 중이어서 가까이에서 모시거나 작업한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이 선생은 이해랑 선생과 함께 한국연극계의 양대산맥이시기에 늘 존경해왔습니다. 이 선생에 대한 헌정공연인 <갈매기>의 연출을 맡아달라는 요청을 바로 수락한 이유입니다. 이 선생의 뜻을 잇고 싶은 마음과 체호프의 작품을 현대화하는 작업을 통해 한국연극을 더 살찌우고 싶습니다.”(김석만)
명동예술극장은 지촌(芝村) 이진순 선생(1916~1984) 헌정공연으로 14일부터 내달 8일까지 안톤 체호프의 희곡 <갈매기>를 올린다. 생전 이진순 선생과 함께 작업했던 배우들, 그와 각별한 인연을 맺어온 이들이 함께 하는 무대다. 서울시극단장을 역임하고 다시 연출가로 돌아온 김석만씨(60)가 연출을, 1974년 이진순 선생이 연출한 <남한산성>을 비롯해 <함성>(1976), <북벌>(1979) 등의 희곡을 쓴 극작가 김의경씨(75)가 예술감독을 맡았다. 김의경씨는 지난해 세권짜리 <지촌 이진순 선집>을 펴내기도 했다. 생전 이 선생이 남긴 글을 집대성한 책이다.
연극을 포함해 악극, 창극, 오페라, 무용극 등 평생 200여편의 작품을 연출한 이 선생은 동양극장 시대의 홍해성이나 동시대 이해랑, 이원경과 더불어 한국연극의 초석을 닦은 인물. 최초의 연극전문지인 계간 ‘연극’을 발행하고, 극단 ‘광장’을 창단했으며 연극교육자로 수많은 후진을 양성하는 데도 앞장섰다. 이 선생은 배우의 동선을 그린 연출노트를 작성했는데 모두 유실되고 현재 유일하게 남은 연출대본이 <갈매기>이다.
체호프의 <갈매기>는 10명의 등장인물이 벌이는 엇갈린 사랑을 통해 인간의 삶과 운명을 담담하게 그려낸 작품. 작가 지망생 트레플레프, 그의 어머니이자 유명한 여배우인 아르카지나, 그녀의 애인인 통속소설가 트리고린, 트레플레프의 사랑을 받지만 트리고린에게 마음을 빼앗긴 니나 등이 주인공. 그러나 1896년 러시아 알렉산드린스키극장에서의 초연은 처참하게 실패한다. 충격을 받은 체호프는 절필을 선언했지만 스타니슬라브스키의 설득으로 이 작품의 공연을 허락한다. 그리고 1898년 스타니슬라브스키의 연출로 모스크바예술극장에서 다시 태어나면서 세계 연극사에 길이 남을 명작으로 기록된다. 평범한 일상을 세밀하게 묘사하면서도 넓고 보편적 의미가 있는 인생 본연의 모습을 그린 사실주의극의 진수를 보여준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이 공연에서 스타니슬라브스키는 사실주의 연기술을 개발해 보여줍니다. 배우들이 마치 실생활에서처럼 지극히 자연스러운 연기를 표출하는 연기술이죠. 종전까지만 해도 연기는 배우들간 서로 눈도 마주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외치다가 퇴장하는 식이었거든요. 당시 <갈매기> 공연이 끝나자 짧은 순간 객석에는 정적이 흐르다가 이내 폭발하듯이 박수가 쏟아졌다고 해요. 이후 체호프의 사실주의극과 스타니슬라브스키의 사실주의 연기술은 미국 연극인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죠.”(김석만)
체호프는 트레플레프의 자살을 통해 희곡을 파국으로 마무리하면서도 애초 장르를 코미디로 규정했다. 이 작품에는 짝사랑, 해서는 안될 사랑,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등 일상에서 흔히 보이는 세 가지 사랑이 나온다. 그 사랑 때문에 누군가는 심각한 좌절과 방황을 겪지만 보는 이들에게는 가벼운 웃음거리일 수도 있다는 걸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스타니슬라브스키는 이 작품을 진지한 비극으로 연출했다. 이진순 선생도 83년 공연에서 비극으로 그렸다. “
당시 무대에 호수를 만들어서 트레플레프 역을 맡은 송승환씨가 물에 빠져 자살하는 것으로 그렸습니다. 공연이 끝나고 송승환씨가 몸을 닦아내려고 하니까 이 선생은 ‘닦지 말라우’하셨죠. 커튼콜 때 송승환씨는 물이 뚝뚝 떨어지는 몸으로 객석을 향해 인사를 했고 이 선생은 그런 배우를 끌어안으면서 박수 갈채를 받았습니다.”(김의경) “저는 이번 공연에서 희극이냐 비극이냐 하는 결말보다는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10명의 등장인물들을 모두 끌어내 제대로 그리고자 했습니다. 또 비극적 슬픔이 아니라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안타까운 눈물을 담아내려고 합니다.”(김석만)
김의경씨는 “이번 공연이 세대간 장벽을 허물고 선후배가 서로를 알아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트리고린 역은 송승환과 박지일, 아르카지나 역은 김금지와 서주희, 트레플레프 역은 김수현, 니나 역은 신예 한선영이 맡아 출연한다.
20대부터 70대 배우가 한 무대에 서는 보기 드문 공연이다.

 

  • 이글은 실명인증이 완료된 회원이 작성한 글입니다.
  • 목록으로
  • tweet tweet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글쓴이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