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의향기] 바다엔 산호빛 물결… 돌담 사이론 봄의 물결, 제주가 낳고 품은 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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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뉴시스 [http://www.newsis.com]
  • 11.04.15 15:36:02
  • 조회: 598

 

 

제주엔 방사능비가 내렸다. 오름군이 모여 있는 들판의 광활한 대지 위에 흩뿌리는 비는 도시의 비와 달랐다. 비의 실체를 여실히 보여준다고 해야 할까. 방사능비에도 아랑곳없이 제주엔 봄이 한창이었다. 그렇게 전국을 찾아헤맸던 온갖 봄꽃들이 제주에선 아무 데나 무심히 피어 있다. 활짝 핀 동백이 도로 위에 잔뜩 떨어져 있고, 노란 유채가 벌판을 뒤덮고, 빗물 맺힌 왕벚꽃과 매화, 개나리에 수선화까지…. 그렇게 대지를 적신 비는 다음날 말끔히 그쳤다.
배를 잡아타고 섬 속의 섬, 우도에 갔다. 우도에는 다양한 탈것들이 있다. 제주 성산포항에서 배를 타고 12~15분이면 도착하는 우도 천진항 입구에는 온갖 탈것들의 대여점이 즐비하다. 자전거, 스쿠터, ATV, 전동카 등등. 전동카의 종류도 다양하다. 골프장에서 볼 수 있는 카트를 비롯해 일본의 콘셉트카처럼 생긴 전기차도 있다. 그중에서도 ATV는 소음이 심해 주민들이 고통스러워 한다고 한다. 게다가 위험하다. 이 소박하고 평화로운 섬에 있어야 할 이유가 없는 탈것이다. 추천하고 싶은 것은 자전거다. 우도봉을 빼면 우도는 대체로 완만한 곳이다. 해안도로가 13㎞, 자전거로 일주하는 데 2시간 남짓이면 충분하다. 2009년에는 올레도 생겨 1-1코스에 포함돼 있다. 올레로 걸으면 16㎞, 3~4시간 걸린다.
우도는 제주 동쪽 끝에 있다. 제주에 딸린 섬 중 사람이 사는 섬은 우도, 가파도, 마라도, 비양도, 추자도 등 5개. 우도는 그중 제일 큰 섬이다. 오랜 옛날에는 해산물 채취를 위해 주변 지역 주민들이 오갔다고 하나, 기록에 남은 것은 조선조 숙종 23년(1697). 국유목장이 설치되면서 국마(國馬)를 기르고 관리하기 위해 사람들의 왕래가 잦아졌다. 목장이 1842년 폐지되면서 개간이 허용됐고, 이후 1844년에 김석린 진사 일행이 들어와 정착하면서 마을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마을이 생긴 지 160여년 된 셈인데, 색색 지붕을 얹은 집과 펜션들만 빼면 그때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우도엔 어딜 가나 여전히 까만 돌담이 구불구불 늘어서 있다. 본섬인 제주보다 소박한 느낌. 돌담의 종류도 여러 가지다. 집 울타리인 울담, ‘올레’라고 부르는 골목을 타고 흐르는 골목담, 묘 주변에 두른 산담, 밭의 경계를 이루는 밭담, 바다에서 물고기를 잡기 위한 원담…. 담 위로 관광객들이 쌓은 돌탑들도 즐비하다.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우도봉. 1906년에 지어진 오래된 등대가 서 있는 곳이다.
우도(牛島)는 소가 누워 있는 것 같다고 해 붙여진 이름인데, 여기가 우도에서 가장 높은 곳, 소의 머리다. 그래서 ‘섬머리’라고도 부른다. 우도봉에 오르면 한쪽으론 노랗고 파란 우도의 바둑판 같은 들판이, 다른 한쪽으론 제주도가 내려다보인다. 날이 맑으면 제주의 368개 오름 중 3분의 1이 보인다고 한다. 이맘때쯤 우도는 노랑과 초록 물결이다. 노랑이 유채, 조금씩 명도를 달리하는 초록은 파와 청보리다. 우도봉 아래로 내려오면 검은 모래 해변이 펼쳐진 검멀레 해변이 나온다. 해변 주변 검은 해안 절벽이 절경인데 아래쪽에 구멍이 뻥뻥 뚫려 있다. 여기가 ‘고래 콧구멍’이란 해식 동굴이다. 동굴 안에 커다란 고래가 살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곳에선 97년부터 10년째 매년 동굴음악회가 열린다. 썰물이 되면 동굴 안의 물이 빠지는데, 그러면 1000명이 족히 들어갈 공간이 안에 생긴다는 것이다. 동굴은 천연 공명장치가 되고, 고래 콧구멍 안에서 제주 민요가 울려 퍼진다니 생각만 해도 즐거운 일이다.
검멀레 앞에서 ‘땅콩 붕어빵’을 사먹고 비양도 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우도 특산물인 땅콩이 들어간 붕어빵은 이곳의 별미다. 보통 비양도 하면 제주 서쪽 한림읍의 비양도를 떠올리는데, 제주엔 비양도(飛陽島)가 두 개다. ‘동비양’ ‘서비양’ 양쪽 날개다. 동비양에서 해가 떠오르고, 서비양에선 해가 지는 것을 건져 올린다. 우도에 딸린 ‘동비양’은 육로로 연결된다.
그중에서도 비양도 끝의 노란 등대가 서 있는 작은 섬은 밀물 때 길이 잠기고 썰물 때 길이 열린다. 제주의 동쪽 끝인 이곳엔 ‘영해 기준점’을 표시하는 비석과, 적을 관찰하기 위한 망대가 서 있다. 우도엔 망대가 두 개 있는데 이곳에 하나, 북동쪽 끝 전흘동의 망대가 그것이다. 1948년 제주 4·3사건 때 공비 침투 등 해안 관찰 목적으로 우도 사람들이 만들었다고 한다. 망대에 오르니 우도와 멀리 제주도까지 내려다보인다.
차를 몰아 하고수동 해수욕장과 홍조단괴해빈 해수욕장으로 향한다. 동남아 휴양지에서나 볼 수 있는 에메랄드빛 바다와 눈부시게 하얀 백사장이 거기에 있다. 특히 홍조단괴해빈 해수욕장은 자연문화재로 학술적 가치를 인정받아 2004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우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을 꼽으라면 ‘돌칸이 해안가’를 꼽겠다. 돌칸이는 우도봉 남쪽 기슭에 숨은 해안가다. ‘소의 여물통’을 뜻하는 ‘촐까니’에서 비롯한 어여쁜 이름을 가졌다. 그러니까 우도봉이 소의 머리라면, 그 옆으로 툭 튀어나온 기암절벽이 소 얼굴의 광대뼈, 그 옆에 놓인 먹돌 해안이 소 먹이통이라는 것이다. 소의 광대뼈라는 절벽에는 우도팔경 중 ‘주간명월’에 해당하는 동굴이 있다. 주간명월(晝間明月), 한낮에도 밝은 달을 볼 수 있다? 오전 10~11시 동굴 안으로 들어오는 햇빛이 반사돼 동굴의 천장을 비추는데 이게 천장의 무늬와 합쳐지면서 달 같은 모양을 만든다는 것이다. 주민들은 이곳을 ‘달그린안’이라고도 부른다.
우도를 빠져나오는 길, 항구입구에 ‘경축 우도 해저 상수도 통수’란 현수막이 붙어 있다. 예부터 우도는 물이 귀했다. 땅을 파도 물이 안 나오고 비가 와도 물이 안 고여 각시를 데려오듯 서쪽 ‘여자 지형’의 동네에서 ‘색시물’을 모셔와 부었더니 물이 솟았다는 ‘각시물통 전설’이 전해져 내려올 정도다.
올해부터 우도엔 본섬 제주에서부터 3.03㎞ 길이의 해저 상수도관이 연결됐다. 주민들의 또 다른 오랜 바람은 제주도와 ‘연륙교’를 잇는 것. 최근 들어 풍랑주의보가 잦아 배가 끊겨 발이 묶인 적이 많다고들 했다. 그래도 뭍사람들은 섬 속 비경이 혹 어찌 변할까 염려한다.
그게 모든 아름다운 섬의 딜레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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