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오현경·이대연 “인생의 연민과 애정은 세대가 달라도 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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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11.04.05 19:2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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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서울연극제 30주년 기념작으로 공연되면서 화제를 모았던 극단 백수광부의 <봄날>(이강백 작·이성열 연출)이 돌아왔다. 1984년 극단 성좌의 권오일 연출에 의해 초연됐던 작품. 절대권력자이자 회춘에 대한 욕망을 감추지 못하는 아버지와 봄날 타오르는 산불처럼 아버지에게 반역을 꾀하는 아들들의 갈등과 화해를 ‘동녀설화’의 구조 속에 담았다. 원로배우 오현경(75)이 초연과 2009년 공연에 이어 이번에도 아버지 역을 맡고, 이대연(47)이 2009년에 이어 장남으로 출연한다. 이 작품에서 장남은 ‘모성성’을 대체하는 인물로, 늙은 아비와 동생들 사이를 중재한다. 1일 공연장인 서울 대학로예술극장에서 만난 두 배우는 이 작품의 핵심을 “인생에 대한 세대를 뛰어넘는 안타까움, 연민, 애정”이라고 입을 모았다.

 “전 <봄날>이 불후의 작품이 될 것으로 확신해요. 인간 본성을 바탕에 깔고 있기 때문에 시대가 달라져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데다, 얼마든지 다른 해석을 입혀 평자들의 논란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죠.”(오현경) 
 
“인간에 대한 이야기이자 인생에 대한 연민이 담긴 작품이에요. 인생을 되돌아보게 하죠. 특히 제가 연기하는 장남은 모든 등장인물, 즉 가슴앓이를 하는 막내도, 반역의 불을 드는 동생들도, 가버린 봄을 잡겠다는 아버지도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인물입니다.”(이대연) 오현경의 설명에 의하면 <봄날>은 초연 때와 2009년 공연 때 전혀 다른 해석이 잇따랐다. 군부독재 시기에 창작돼 초연할 때는 인색하고 절대적인 권력의 늙은 아버지와 ‘못 가진 자’ ‘빼앗긴 자’로 대변되는 젊은 아들들의 대립과 갈등이 당대의 시대상을 반영한 정치적 연극으로 해석됐다. 반면 2009년 공연 때는 정치적 해석은 사라지고 ‘인간’에 초점이 모아졌다. 이번 공연은 2009년과 크게 다르지 않되 등장인물들의 캐릭터가 한층 더 강화됐다. 두 배우는 연세극회 선후배 사이. 서울고교 연극부에서 연극을 시작한 오현경은 1956년 연세대에 입학해서도 연세극회를 이끌었다. 83학번인 이대연과는 무려 27년 차이. 두 사람이 처음 한무대에 선 것은 95년 연세극회 동문과 재학생들의 합동공연에서다. 이후 2005년 MBC 사극 <신돈>에서 만났으며 프로 연극무대에서의 조우는 <봄날>이 처음이다.

 

이대연은 오현경을 ‘선생님’으로 불렀다. “동문이라고는 해도 거의 30년 연배 차이가 나다보니 그저 제겐 어려운 분이셨죠. 그런데 <봄날> 공연으로 선생님과 정서적인 친밀감을 갖게 됐어요. 선생님은 대한민국 배우들의 전범이시라서 제가 배우는 게 참 많아요. 무엇보다 작품과 인물을 해석하시는 게 정확하시죠. 준비도 치밀하시고, 분명한 화술을 구사하시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강점이세요.”(이대연) “허허허. 저는 성격이 좀 까다롭긴 해요. 그러나 무섭진 않아. 전 연극하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애정이 가거든요. 붙들고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전해주고 싶죠. 이대연은 인간적으로 대하기 상당히 편한 후배죠. 포용력이 커요. 연기에서도 외곬이 되면 불편한데 이 친구의 원만한 성격은 연기에도 도움이 돼요.”(오현경) <봄날>의 아버지는 극중 “봄날은 짧다”고 거듭 말한다. 두 사람에게 봄날은 언제였을까. 오현경은 “선후배들과 뭉쳐 예술에 대한 열정을 불사른 대학 시절”을 꼽으면서도 “그러나 연극에 미쳐 살면서 데이트 한 번 못했기 때문에 내 봄날은 불쌍하다”고 말했다. 이대연은 “더 살아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화답했다. “나이 들도록 감성이 넘쳐서 봄날을 제대로 즐기지 못했어요. 봄만 되면 슬픈 감정에 휩싸이면서 청춘의 열병을 앓았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꽃피는 것도 눈에 들어오고, 마음의 여유가 생긴 것 같아요.”(이대연) “저도 요즘 봄을 즐기고 싶어요. 젊어지고 싶지. 이건 육체적 회춘을 말하는 게 아니에요.”(오현경)

 

사실 오현경은 건강이 좋은 편은 아니다. 쉰아홉 살에 받은 식도 수술로 죽음 직전까지 갔다가 심폐소생술로 간신히 살아나기도 한 그는 이후에도 위암, 목디스크 수술 등 크고 작은 수술을 4차례나 경험했다. 현재 체중은 54㎏. 근력이 달릴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그는 공연 내내 짱짱한 모습이다. 오현경은 “평생 해오다보니 발성법에 익숙해져서 소리만 나오면 무대에 서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선생님은 무대에만 서시면 기운이 솟아나세요. 평소와 달리 무대에 서는 순간 엄청난 집중력이 살아나시거든요. 그러니까 건강하시려면 공연을 자주 하셔야 해요(웃음).”(이대연) “전 감투, 돈과 같은 세속적인 욕심은 전혀 없어요. 하지만 다 내려놓을 때도 됐는데도 배우의 자존심만은 양보 못하겠어요. 어두운 객석의 누군가가 최선을 다한 나의 연기에 ‘감정의 교류’를 했을 거라는 자부심, 그게 바로 배우의 자존심이죠.”(오현경) 아름다운 봄날. 두 배우에게서는 아지랑이와 같은 따뜻한 기운이 피어올랐다. 17일까지 대학로 예술극장 대극장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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