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연예] ‘퀴즈왕’ 이후 6개월 만에 내놓은 열번째 작품 ‘로맨틱 헤븐’ 감독 장진, 그 명성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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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11.03.25 13:2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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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은 한국영화계가 내세울 만한 재주꾼이었다. <허탕> <택시 드리벌> 등의 극작과 연극 연출로 이름을 알린 뒤, 1998년 <기막힌 사내들>로 영화 연출 데뷔했다. <간첩 리철진> <아는 여자> <박수칠 때 떠나라> 등 데뷔 이후 거의 매년 영화를 내놓았으며, <바르게 살자> <웰컴투 동막골> 등 흥행작의 각본을 쓰고 제작까지 맡았다. 한국영화계의 ‘파워맨’인 강우석 감독과 제작사 케이엔제이 엔터테인먼트를 만들기도 했다.


<로맨틱 헤븐>은 장진 감독의 10번째 작품이다. 9번째 영화 <퀴즈왕>이 지난해 9월 개봉했으니, 불과 6개월 만에 다음 작품을 공개하는 ‘다산성’을 과시하는 셈이다. <퀴즈왕>과 마찬가지로 <로맨틱 헤븐> 역시 집단 주인공 체제다. 아내를 먼저 저 세상으로 떠나보낸 뒤 삶의 의욕을 잃은 변호사 민규(김수로), 치매에 걸린 할아버지를 간병하는 택시기사 지욱(김동욱), 시한부 인생을 사는 엄마에게 이식할 골수를 찾는 미미(김지원)가 주요 인물이다. 죽은 혹은 죽어가는 가족에 대한 사랑과 추억은 천국에 있는 신(이순재)까지 감동시킨다. 장진은 배우를 잘 다루는 감독이다. ‘장진 사단’이라고까지 불리는 그의 배우들은 다른 영화에서 보여주지 못한 매력을 장진의 영화에서 발산하곤 했다.


그는 유명 배우에게서 의외의 면모를 끄집어내거나 신인급 연기자를 과감히 기용해 한국 영화계의 배우 인력 풀을 넓혔다. <로맨틱 헤븐>을 통해서는 음료 CF로 알려진 김지원이 영화 데뷔했는데, 엉뚱하면서도 사랑스러운 배역을 잘 소화했다. <국가대표>의 조연이었던 김동욱 역시 앞으로의 가능성을 확인시킨다.
그러나 <로맨틱 헤븐>의 장점은 그 정도다. 배우들이 좋은 연기를 보여준다고 곧바로 좋은 영화가 되는 건 아니다. <로맨틱 헤븐>의 주·조연 배우들이 보여준 호연은 영화 전체의 완성도에 기여하지 못한 채 소모돼 흩어진다. 각본가와 감독이 창조자라면 배역은 피조물이다.


좋은 영화에는 창조의 질서가 있어야 하지만, <로맨틱 헤븐>의 어떤 인물들에겐 존재의 이유가 없다. 이 같은 문제점은 전작 <퀴즈왕>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장진 영화의 장점은 좋은 시나리오에 있었는데, <퀴즈왕>과 <로맨틱 헤븐>은 부실한 설계도로 지어진 건물같이 아슬아슬하다.


물론 장진의 영화는 언제나 산만했다. <기막힌 사내들> <킬러들의 수다> <거룩한 계보> <굿모닝 프레지던트> 등에도 여러 명의 주인공이 있었다. 그러나 예전 장진 영화들의 산만함은 시골 장터같이 떠들썩하고 쾌활한 분위기로 극복될 수 있었지만, <퀴즈왕> <로맨틱 헤븐>은 장편이 아니라 단편을 힘겹게 붙여놓은 듯한 느낌마저 준다. 많은 인물들이 한 번쯤 웃기고 한 번쯤 울렸다가 성급히 퇴장한다.


게다가 근작들에서는 초기작이 보여준 톡 쏘는 재기마저 찾기 힘들다. <로맨틱 헤븐>도 몇 차례의 웃음을 선사하지만, 배우의 개인기량, 단편적인 언어유희와 상황설정에서 나온 유머가 대부분이다. 초기작의 웃음은 초밥 속 겨자 같이 알싸했는데, 근작의 웃음은 돌아서면 왜 웃었는지 모를 만큼 밍밍하다. 장 감독은 “세상 모든 이들에게 따뜻한 희망을 전할 수 있는 천국 같은 영화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관객을 행복하게 하는 ‘착한 영화’를 만들겠다는 의도를 나무랄 일은 없다. 그러나 맥없는 영화가 착한 영화는 아니라는 점 또한 분명하다. 이름만으로 브랜드가 됐던 장진의 영화를 기억하는 팬이라면 최근작에 아쉬움을 표할 수밖에 없다. 지금 장진에겐 큰 전기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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