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연예] 생의 오후에 선 네 남녀, 그 주위를 서성이는 행복. 영화 ‘세상의 모든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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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11.03.24 14:2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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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에 사는 지질학자 톰과 심리상담사 제리 부부의 삶은 평화롭고 안정적이다. 이들 60대 노부부 주변에는 여러 친구들이 있다. 제리의 직장동료 메리는 셋집에 혼자 살며 함께 갈 사람이 없어 휴가 계획도 못세우는 처지다. 톰의 친구 켄 역시 삶의 기쁨을 찾지 못해 술에 의지해 살아간다. 켄은 메리에게 호감을 보이지만, 메리는 몸서리치며 켄의 구애를 거절한다. 사실 메리는 톰과 제리 부부의 아들 조이에게 마음을 두고 있다. 어느날 조이가 새 여자 친구 케이티를 데려오자 메리는 자신의 속마음을 드러낸다.


<세상의 모든 계절>(원제 Another year)을 연출한 영국 감독 마이크 리는 현재 68세다. 이 영화에 출연한 짐 브로드벤트, 루스 쉰, 레슬리 맨빌 등의 배우들도 50~60대다. <세상의 모든 계절>은 세심한 관찰력, 정밀한 표현력을 잃지 않고 긴 세월을 살아온 노장들의 절묘한 화음을 들려준다. 영화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절을 차례대로 보여준다.


철마다 톰과 제리 부부가 텃밭을 가꾸는 모습이 나온다. 이들 부부의 삶은 욕심내지 않고 꾸준하고 차분하게 가꿔온 텃밭 같다. 때가 돼 씨를 뿌리고 잎을 가꾼 뒤 열매를 수확하면 식물은 죽는다. 인생의 말년에 이른 부부도 언젠가 그렇게 세상을 뜨겠지만, 부부는 오늘 밭을 가꾸고 맛있는 요리를 만들고 친구들과 가벼운 술자리를 갖는 삶을 즐긴다.


그러나 세상의 행복은 모두에게 공평히 분배되지 않는다. 가끔 활력을 찾을 때도 있지만 메리의 삶은 대체로 궁상맞다. 결혼은 실패했고, 새 연애의 가망성은 적다. 술에 취해 톰과 제리 부부의 집에서 잠들어 민폐를 끼치는가 하면, 그들의 아들에게 연정을 드러냈다가 마지막 친구 관계마저 끊길 위기다. 또 다른 한 해(another year)는 톰과 제리 부부에게 올해와 다름없이 풍요롭겠지만, 메리에겐 올해와 다름없이 쓸쓸하다.

 

‘죽음 앞에는 만인이 평등하다’는 진리조차 고독한 메리를 위로하진 못한다. 무엇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메리, 감독, 관객 아무도 모른다. 단지 그렇게 영문 모른 채 불행한 사람이 있다는 사실만 확실할 뿐이다. 리 감독은 “나의 관심사는 누군가를 매우 다각적으로 철저하게 그려냄으로써 공감을 얻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12세 관람가’ 등급을 받았지만, 이 사려 깊고 냉정한 영화를 이해하기 위해선 많은 인생 경험이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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