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故 이영훈의 주크박스…뮤지컬 광화문 연가 주인공 윤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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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뉴시스 [http://www.newsis.com]
  • 11.03.23 13: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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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세월따라 떠나갔지만…눈물·설렘으로 보내는 ‘연가’

작곡가 이영훈이 암투병을 할 때다. 여러 차례 문병을 갔던 가수 윤도현이 병실에 들어설 때마다 그를 맞았던 것은 침대에 기대 앉아 뭔가를 끼적이던 이영훈의 모습이었다. 핏기 없고 앙상한 얼굴, 복수가 가득 차올라 앉아 있는 것은 고사하고 숨쉬는 것조차 쉬워보이지 않았지만 펜을 쥔 그의 손은 힘겹게 움직이고 있었다. “응, 왔어?”하며 겨우 입을 뗀 그를 향해 윤도현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힘든데 뭐 하시냐”면서 그의 팔을 잡았다. 그런데도 그는 잦아들어가는 목소리로 “이것만 마저 쓰고…”하며 펜을 쥔 손에 힘을 모았다.

“가실 날이 얼마 안 남은, 정말 힘들어보이는 모습이셨는데도 끝까지 쓰고 계셨어요. 뮤지컬 <광화문연가> 시나리오였죠. 그러면서 나중에 이 작품이 만들어지면 저더러 꼭 했으면 좋겠다고 하시는데 얼마나 눈물이 쏟아졌는지 몰라요. 건강하셨을 때도 저에게 뮤지컬 계획을 이야기하시면서 ‘같이 하자’고 하셨거든요. 할 수 있다면 한번 해보고 싶다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사실 그 말씀을 들을 땐 막연했죠. 완전히 새로운 뮤지컬 한 편이 만들어져야 하는 상황이었으니까 그저 먼 미래의, 현실감 없는 일로 여겨졌거든요.”

고 이영훈이 오랫동안 매달렸던 뮤지컬 <광화문연가>. 가수 윤도현은 고인의 뜻대로 주인공 상훈역을 맡았고 이 작품은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올랐다. “깜짝 놀랐죠. 수년전 병실에서 선생님과 가볍게 주고받았을 뿐인데 막상 캐스팅 제안이 오고 보니 설렘과 떨림을 주체할 수 없었어요.” 알려지다시피 <광화문연가>는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선보이는 본격적인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맘마미아>처럼 한 뮤지션의 음악으로만 만든 뮤지컬이 외국에는 꽤 있다.

윤도현은 “사례로 삼을 만한 게 아무것도 없다보니 모든 것이 매일 바뀌는 등 시행착오의 연속이었다”면서 “지금까지 뮤지컬을 꽤 했다고 생각했지만 이번처럼 힘든 것도 처음이고, 전 스태프가 겪는 고생도 이런 고생이 없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그동안 <헤드윅> <지저스크라이스트 수퍼스타> <하드록카페> 등 많은 뮤지컬에 출연해 왔지만 이번만은 신인으로 돌아간 듯한 긴장감이 전작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라고. 참고할 수 있는 것도 없고 지금껏 출연했던 뮤지컬과 달리 엄청난 분량의 안무를 소화해야 하는 것도 큰 부담이었다. 그나마 힘이 되는 것은 추억을 자아내며 공감으로 세대를 아우르는 음악이다.

“‘붉은 노을’ ‘소녀’ 등 주옥같은 명곡이 재조명되고 다시 대중적으로 생명력을 부여받게 됐잖아요. 게다가 시각적인 장면까지 결합되면서 그 절절하고 아름다운 노랫말이 주는 감동은 훨씬 크게 와 닿을 거라고 생각해요. 전 송창의씨(윤도현과 함께 상훈역에 더블 캐스팅)가 연습하고 있는 장면을 보면서 펑펑 울었다니까요. 다른 스태프들이 ‘이 작품 출연하는 배우 맞느냐’고 물어봤을 정도예요.”

그와 15년간 동고동락해 온 YB 멤버들도 클럽에서 음악을 연주하는 역할을 맡아 이번 무대에 오른다. 그는 최근 가수로서도 다시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화제의 프로그램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에 출연해 노래로 서바이벌 경쟁을 펼치면서, 다른 가수들과 함께 대중적 화제의 중심에 섰다.

“2002년 월드컵 때 받았던 것 이상의 관심을 받고 있어서 살짝 무서울 정도예요. 평가방식이나 의미를 두고 논란이 있는 것 같은데 전 격려해주고 즐겨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런 황금 시간대에, 그처럼 많은 분들이 귀기울여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것 자체에 큰 의미가 있다고 봐요. 물론, 잘하고 싶죠.” 인터뷰 말미, 그는 “노래 한 곡 불러드릴까요?”하며 손때 묻은 낡은 기타를 잡았다. “이제 모두 세월따라 흔적도 없이 변하였지만….” ‘이게 웬 호사냐’ 싶어 허둥대는 순간, 시원스러운 그의 목소리에선 ‘광화문연가’가 감미롭게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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