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적서차별에 좌절한 홍길동? 지극한 효성에 목숨을 버린 심청? 그렇게만 읽으니까 고전소설이 재미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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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11.03.22 14:2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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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소설인 <홍길동전>과 <심청전>. 두 작품의 이름을 접하면 적서차별에 좌절하다 의적이 되고, 아버지에 대한 효성이 지극했다는 각각의 줄거리가 자동적으로 떠오른다. 고문, 한문 등으로 돼 있어 직접 읽기 쉽지 않은 고전문학은 교과서 등 어디에선가 보고 들은 것들을 바탕으로, 마치 정해진 공식 같은 내용으로 우리들의 머릿속에 남아있다.


“고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졌지만 고전문학 교육은 여전히 작품에 대한 상투적인 해석과 분석에만 치우쳐 있어서 젊은 세대들이 고전을 멀리하고 있다”며 이런 현실에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고전문학 전공 교수 6명이 뭉쳤다. 이들은 현재 우리의 삶과 관련된 문제의식을 담고 있는 주제의 고전을 골라 이해하기 쉽게 내용을 풀이하고, 상세하게 해석을 덧붙이고, 관련된 그림과 사진 등 시각자료를 동원했다.


젊은 세대들이 맞닥뜨리고 있는 현실의 문제를 고전에서 발견할 수 있도록 재구성하는 작업을 했다. 청소년들을 위한 대안적 교과서로 집필했다는 <살아있는 고전문학 교과서>(전 3권)가 그 결과물이다. ‘꿈과 환상’ ‘삶과 죽음’ ‘이상향’ ‘나라 밖 다른 세계와의 만남’ ‘소수자’ ‘갈등과 투쟁’ ‘노동’ ‘풍류와 놀이’ ‘나’ ‘가족’ ‘사랑’ ‘사회적 관계’. 책에 소개된 총 300여점의 고전문학은 이런 12가지 주제 중 하나를 갖고 2011년을 사는 청소년들과 대화를 시도한다. 책에서 <홍길동전>은 ‘나를 찾아서-자아의 성장과 변모’라는 주제로 소개된다. 서자로 태어나 벼슬을 할 수 없는 한이 활빈당 행수로, 병조판서로 나아가게 했으며, 결국 율도국 왕으로까지 이어졌는데 이 바탕에는 공통적으로 자아실현이라는 문제의식이 깔려있다는 것이다.


개인의 각성을 통해 자신을 세계로 성장시키는 모습을 담은 고전문학으로 책은 신라말기 문신 최치원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담은 <최고운전>, 추노담 <구복막동> 등도 함께 소개했다. 필자 중 한 명인 정출헌 부산대 교수(한문학)는 “기존에는 홍길동전을 문학작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마치 사회상을 알려주는 교재처럼 이용했다”며 “자아를 찾아가는 길, 사랑과 우정, 존경과 갈등의 관계 등 작품의 세세한 결을 살피지 못했던 것”이라고 했다.


책은 <심청전> 역시 아버지를 위해 목숨을 던진 효녀로만 묘사하는 것에 대해 반기를 든다. 오히려 심청이 몸을 던지기 전에 망설이는 인간적인 장면, 아버지와의 정 때문에 자신의 망설임을 자책하는 장면 등을 생생한 살을 붙여 보여주고 있다. 심청 역시 죽는 순간에는 인간적인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는 데 감동이 있다고 책은 소개한다. 작품의 전체 맥락을 음미하며 감상하면 옛사람들이 인간의 내면을 어떻게 응시하고 있는지가 드러나 있다는 것이다. 심청의 이야기가 효행을 강조하기 위한 윤리 교과서처럼 활용되기도 하지만, 그것은 후대 사람들이 주제를 강조하기 위해 왜곡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책은 기존 교과서에서 다룬 유명 작품에만 주목하지 않고 새롭게 음미해볼 만한 작품들도 대거 소개했다. 서사무가, 신화, 민중의 삶의 애환과 신명이 묻어나는 민요와 판소리, 실기문학인 여행기나 견문기, 연행록, 편지 등도 적극적으로 다룬다. 그 속에서 시대와 문화, 그 속의 사람들 이야기를 들여다보고 있다. 동화적 환상이 깃든 작자미상의 설화 ‘구렁덩덩신선비’, 조선시대 여성의 편지글 ‘원이 아버님께’, 강원도 횡성 민요 ‘풀써는 소리’, 이름없는 기녀가 사대부들의 한시에 시비를 건 무제의 시 등을 보면 우리 고전문학의 세계가 알고 있던 것보다 깊고 넓음을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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