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연예] ‘달빛길어올리기’ 볼 이유, 그 이름 임권택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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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뉴시스 [http://www.newsis.com]
  • 11.03.17 14:46:29
  • 조회: 593

 

 

“나이도 있고 해서 차기작으로 어떤 영화를 만들지는 모르겠지만, 긴 세월 해놓은 것이 있으니 딴짓은 안 하겠죠. 허허허.” 거장 임권택(75)


그가 101번째 영화를 만들었다. 임진왜란 때 불타버린 ‘조선왕조실록’ 중 유일하게 화를 면한 전주사고 보관본을 전통한지로 복원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 ‘달빛 길어올리기’다. 자료조사 1년, 시나리오 작업 1년, 촬영 1년 등 3년여에 걸쳐 완성한 작품이다.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거장은 청년 감독 못지않게 열정적이다. 말투에서는 대가답지 않은 겸손함이 연신 묻어난다. 하고 싶어하는 말은 여전히 뚜렷하고 한국적인 것을 알리고자 하는 데도 적극적이다. 임 감독은 “영화 촬영과 후반 작업을 해놓고 영화를 보면 모두 다 똑같다”며 “100번이 다 매번 불안하다”고 말했다. 스스로 최고라 꼽는 작품은 무엇이고, ‘달빛 길어올리기’는 그 중 몇 번째일까. “상당한 실력의 감독이라면 작품을 평가할 수 있을 텐데 그렇지 못하다”고 손사래쳤다.


“101번째 영화를 새로 데뷔하는 심정으로 하겠다고 얘기해놨는데, 데뷔 감독이라는 말을 들을만큼 뭔가 새로워지고자하는 노력을 했어요. 나를 앞에 놓고 험한 소리 하기가 뭣한지 모르겠지만 심하게 말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아요. 젊은 사람들 반응도 그런대로 괜찮고요.” 영화는 한지 복원 프로젝트 담당 시청공무원 ‘한필용’(박중훈·45)과 한지를 취재하는 다큐멘터리 감독 ‘민지원’(강수연·45), 뇌경색 투병중인 한필용의 아내 ‘이효경’(예지원·38) 등이 1000년 세월을 견디는 한지를 찾아내고 제조하는 과정을 전한다.


임 감독은 앞서 시사회에서 “너무 섣불리 깊고 넓은 세계에 들어왔다는 경솔함에 굉장히 후회를 했다”고 했다. 그만큼 한지의 깊이와 넓이를 파고 들어 수용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포기라는 단어는 없었다. 영화 촬영현장에서 느끼는 장벽은 언제나 존재하기 때문이다. “영화 ‘비구니’ 촬영 중간에 종단에서 반대하고 데모도 해서 촬영이 중단됐었다”며 “그 땐 ‘영화 집어치우고 그만뒀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지나고 생각하면 다들 이유가 있었던 것”이라고 회상했다.


“제일 어려울 때는 영화를 촬영해가는 도중에 뭔가 꽉 막히는 느낌이 들 때지. 카메라는 돌아가고 있는데 어떻게 찍어야 할 지 모를 때가 있어. 전날 대충 틀이 정해지게 마련인데 모든 것을 송두리째 다시 생각해야 할 때가 올 때도 있다니까. 감독이라는 직업은 누군가의 도움없이 혼자 결정내려야 하는 굉장히 어려운 작업인데 그런게 잘 안 됐을때 혼자 도망치고 싶은 생각이 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지.”


힘에 부칠 때도 있었지만 그 때마다 주위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전주시와 전주국제영화제, 동서대학교, 영화진흥위원회가 투자를 지원했다. CJ엔터테인먼트와 롯데엔터테인먼트, 쇼박스는 힘을 합쳐 투자, 배급, 마케팅을 협업했다. 김동호(74), 민병록(61) 등 국내 국제영화제 전·현직 위원장과 임 감독의 부인 채령(60), 아들 동재(30·예명 권현상)씨 등은 카메오로 참여했다. 한지를 향한 마음과 바람을 표현해내기 위해 임 감독의 모습을 3갈래로 투영해 놓은 박중훈과 강수연, 예지원도 도움을 줬다. 영화를 찍으면서 이번만큼 많은 이야기를 나눈 것은 처음이고, 3명의 연기도 만족스럽기만 하다.


강수연에게는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 어려운 비구니를 연기한 명배우에서 이제 40대가 갖는 농익은 매력을 해낼 것”이라고 기대했다. 박중훈에 대해서는 “오랫동안 액션과 코믹스러움에 익숙해 연기하기가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마음을 열어 놓고 같이 다듬어 고치는 과정을 거쳤다”고 흡족스러워했다.


강수연의 추천으로 만난 예지원도 눈에 띄었다. “이름과 얼굴을 따로 떠올린 예지원의 출연 드라마를 봤고, 이번 영화에서 ‘효경’의 역할을 하면 더 좋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불편한 몸으로 나온 예지원은 위태위태하면서도 꿋꿋하고 강인한 전통 한지를 은유하듯 완벽한 연기를 펼쳤다. 101번째 만에 디지털 촬영을 처음 시도한 임 감독은 “5년 후면 현상소가 문 닫을 것이라고 하더라”며 “디지털에 대한 관심을 안 가질 수 없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디지털이라는 화질이 주는 느낌이 단순하고 거칠며 화면에 깊은 심도를 주지 못할 것이라는 단점들이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면서 “대형화면에 영사했을 때 손실되는 화상을 제일 걱정했는데 거의 필름과 다름없을만큼 질이 좋았다”며 웃었다.


나아가 “휴대폰을 가지고 영화를 찍는 세상이니 누구나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것 아닌가”라며 “화질에 문제가 있다고 해도 디지털 화질이 여기까지 발전했다. 누구라도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세상이 됐다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수용했다. “나이만큼 중고차가 됐다”면서도 영화를 향한 관심과 의지는 굳건하기만 하다. 차기작이 구체적으로 정해지진 않았지만, 전통 문화를 다룬 것에 더 애착이 간다. “잊혀진 우리 문화를 영화에 담아 젊은 세대에 전달해주고 싶은 생각도 있지요. 특히 외국에 영화를 내보내서 세계 속에서 보편성을 얻어내고, 세계인과 공유할 수 있었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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