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연예] 대중문화에 부는 멘토 열풍,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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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11.03.14 14:3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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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프로그램에 ‘멘토’ 바람이 불고 있다. 멘토 바람은 Mnet의 <슈퍼스타 K>를 비롯해 MBC <스타오디션-위대한 탄생>과 <일요일 일요일밤에-신입사원> 등 최근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연예오락 장르의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두드러진다. <위대한 탄생>의 경우 5명의 가수 출신 심사위원들이 저마다 4명씩의 멘티를 선정함으로써 이들을 멘토스쿨에 합류시키고 이 중 최종적으로 2명의 멘토만 돼주는 것이다. 이들 프로그램에 앞서 KBS 2TV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 ‘합창단편’을 통해 스타덤에 오른 박칼린도 단원들의 멘토로 강렬한 카리스마를 보여준 바 있다.


이들 프로그램에서 멘토들은 공통적으로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을, 심지어 ‘루저’에 가까운 개인을 반짝이는 보석으로 거듭나게 하는 데 도움을 준다. 때로는 눈물을 쏙 빼게 만드는 혹독한 질책으로, 때로는 따뜻한 조언으로 멘티들을 다듬어간다. ‘합창단’편에서 박칼린이 오합지졸 합창단을 이끌고 마지막 방송에서 멋진 하모니를 만들어낸 후 단원들과 함께 눈물을 쏟았을 때, <위대한 탄생>에서 무대에 선 도전자가 잘못된 습관을 버리지 못해 결국 울음을 터뜨리자 심사위원 중 한 사람인 이은미가 마음 아파하며 되레 화난 표정으로 말을 잇지 못했을 때 시청자들의 마음도 움직였다. 멘토는 드라마에서도 보인다.


가깝게는 최근 종영한 KBS2 <드림하이>에서 교사 ‘강오혁’ 역의 엄기준, 멀게는 2008년 화제 속에 방영된 MBC <베토벤 바이러스>의 까다로운 지휘자 ‘강마에’ 역의 김명민 등이다. 멘토라는 말의 출처는 <오디세이아>다. 오디세우스가 트로이 전쟁 출정길에 오를 때 어린 아들 텔레마코스의 장래를 그의 오랜 친구인 멘토르에게 부탁했다. 덕분에 오디세우스가 20년 만에 고향에 돌아왔을 때 그의 아들은 잘 성장해 있었다. 이후 영어권에서 멘토르라는 고유명사는 아버지 같은 스승을 뜻하는 보통명사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도움을 주는 자를 멘토(mentor), 도움을 받는 자를 멘티(mentee)라 한다.


그렇다면 왜 최근 부쩍 TV프로그램에 멘토 열풍이 이는 것일까. 현시대의 대중이 처한 사회·심리적 상태와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이에 대해 주은우 중앙대 교수(사회학과)는 “김수환 추기경, 법정 스님, 김대중 전 대통령 등이 돌아가시면서 크게 보면 이제 우리 사회에는 정신적으로 더 이상 믿고 존경하고 따를 수 있는 어른이 없다”며 “모든 사람을 개별화시키고 서로를 경쟁상대로 여기게 만드는 신자유시대에서, 어른에 대한 동경, 향수, 갈구가 멘토라는 판타지 형태로 형상화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주 교수는 “그러나 최근 예능프로에서 보여지는 멘토라는 것은 멘티가 필요로 하는 기술이나 의식 등 일종의 생존기술을 전수해주는 존재라는 점에서 굉장히 실용화된 방식이라는 특성을 보인다”고 덧붙였다. 문학평론가 신형철씨도 “구조적으로 공정하거나 정의롭다는 믿음을 주지 못하는 치열한 경쟁사회 속에서 현대인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며 “이런 불안심리를 잠재우기 위해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을 예능프로에서 멘토라는 이름으로 위로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황상민 연세대 교수(심리학과)는 “권위가 작동하지 않고 다양성이 두드러지면 사람들은 과거 정답이라고 믿었던 통념을 더 이상 믿지 못하게 된다”며 “이런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한국민들은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인식하거나 해결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되고 누군가가 정답을 알려주기를 기대하면서 멘토 바람도 일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예능오락 장르를 중심으로 일고 있는 멘토 붐 현상이 결국은 시청률을 높이기 위한 상술에 불과하다는 곱지 않은 시선도 공존한다. 윤인진 고려대 교수(사회학과)는 “한국의 연예인 등용문은 대부분 기획사와 방송사 PD의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한 개인의 독자적인 능력이나 노력으론 도저히 진출할 수 없는 높은 장벽이 가로막고 있다”며 “예능프로에서의 멘토의 역할은 이러한 기획사를 끼지 않고서는 진입이 불가능한 사람들에게 일종의 통과의 팁을 주는 단순한 측면이 두드러진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또 “멘토라는 것은 지속성과 책임성이 동반되어야 하는 것인데, 상업화한 예능프로에서 시청자의 감성을 자극하는 일시적인 말과 행동을 하는 이들을 멘토라는 이름으로 포장하는 것은 멘토의 진정성을 무시하는 사이비 멘토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원용진 서강대 교수(신문방송학과)도 “기획사들이 양산하는 예능스타들은 자율적으로 성장하는 게 아니라 짜여진 틀에 맞춰 만들어진다”며 “오디션 프로그램에서의 멘토 역시 멘티들에게 개성을 가지라고 요구하면서도 결국은 비슷비슷한 예능인들을 찍어냄으로써 자기방식으로 성장하는 것을 막는 존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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