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법정 스님의 향기’ 가슴에 품어온 두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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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11.02.28 17:4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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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고 향기로운 삶과 글로 무소유의 의미를 일깨워준 법정 스님(1932~2010)이 입적한 지 2월 28일로 1년이 된다. 스님의 육신은 떠났지만 무소유 정신과 청빈한 삶, 그리고 지혜가 녹아든 말씀은 우리 사회 곳곳에 녹아있다. 종교를 뛰어 넘어 우리에게 깊고 넓은 울림을 여전히 안기는 것이다.

깊고 넓은 그 울림, 글로 손글씨로 새기다

서예가이자 캘리그래피스트인 김성태씨(43)와 시나리오와 방송대본을 쓰는 작가 이시현씨(39). 두 작가도 법정 스님의 삶과 글로 인해 보다 맑고 향기롭게 사는 법을 깨우친 이들이다. 서로 인연이 전혀 없는 두 사람이지만, 알고보니 이들은 지난 1년간 온통 법정 스님을 가슴에 품고 살았다. 김씨는 법정 스님의 말씀들을 고르고 골라 30여점의 작품으로 승화시켰다. 서예가로서의 탄탄한 내공을 바탕으로 한 손글씨 예술작품인 캘리그래피다. 법정 스님의 뜻이 오롯이 살아있는 그의 작품은 ‘법정 스님의 죽비소리’란 전시회를 통해 3월8일까지 서울 관훈동 토포하우스에서 선보이고 있다.


이씨는 지난해 법정 스님의 생가인 전남 해남 선두리로부터 스님이 출가한 서울 선학원, 은사인 효봉 스님을 모시고 행자시절을 보냈던 통영 미래사, 봉은사 다래헌, 길상사, 강원도의 오두막 등 스님과 인연이 닿은 곳을 모두 순례했다. 그리고 순례기 <나를 찾는 또 하나의 순례-법정 기행>(마더북스)을 최근 펴냈다. 책은 스님의 행적과 그에 따른 의미는 물론, 이씨 자신의 내면을 찾아가는 내밀한 이야기를 통해 잔잔한 감동을 선사한다. 김씨의 작품전이 열리고 있는 토포하우스 전시장에서 두 작가를 만나 법정 스님의 삶과 정신을 되새겨봤다.

-스님과 개인적 인연은 있는가. 작업의 계기가 있다면.
김성태(이하 김)=어릴 때 집으로 배달된 잡지에서 스님의 글을 봤고, 80년대 후반 <무소유>를 읽으면서 그 이름을 가슴에 담았다. 작년 입적 소식을 듣고 한동안 멍했었다. 아, 내가 스님을 잊고 정신없이 살았구나, 왜 그랬을까 계속 자문했다. 그때 ‘내년 1주기에 스님 글로 꼭 작품을 만들겠다’고 생각했다.


이시현(이하 이)=개인적 인연은 없다. 한때 작가로서 쓰고 싶은 글을 경제적 여건에 얽매이지 않고 마음껏 쓰고 싶어 동대문시장에서 옷장사를 했다. 그때 <무소유>를 읽고 감동을 받았다. 책을 읽으며 내가 얼마나 한도 끝도 없는 욕망에 사로잡혀 사는가 깨달았다. 그야말로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걸고 있는 내 모습이 보였다. 책의 구절마다 참 아프게 다가왔다. 다 버리고 다시 작가로 나섰다. 그러던 중 입적 소식을 들었다. 몸과 마음이 텅 비는 듯했다. <무소유>를 다시 꺼내 몇번이고 읽었다.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것일까란 질문이 이어졌다. 그래서 법정 스님의 발자취를 ○○○아 무조건 떠났다. 스님을 향한 순례길이자 결국 나 자신을 찾아가는 여행이었다.


-작업 과정은 어땠나.
이=다비식 장면을 지켜본 뒤 통영 미래사로 훌쩍 떠났다. 10년 전에도 찾아가 내 삶과 관련한 여러 질문을 던진 곳이기도 하다. 다시 내려가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고 소리치고 싶어졌다. 미래사를 찾아 묵으며 모든 것을 이기려는, 또 싸우려는 스스로를 돌아봤다. 법정 스님의 삶이 떠올랐고, 말씀의 의미들이 새삼 느껴졌다. 자연스럽게, 스님의 발자취를 ○○○아 쌍계사로 향했다. 특별한 일정을 잡은 여행이 아니라 쉬고 싶으면 쉬고, 명상도 하고, 스님의 글도 찬찬히 음미한 그런 시간이었다.


김=지난해 4월부터 스님의 책 모두를 꼼꼼하게 읽으면서 가슴을 뒤흔든 글 80여점을 겨우 골랐다. 그런데 막상 작업에 들어가니 도대체 어떻게 써야할지 감감했다. 다시 책을 읽었지만 마찬가지였다. 전시회 일정을 잡았음에도 작업에 진척이 없어 작년 10월에 불일암으로 떠났다. 비로소 마음이 평온해졌다. 담백하고 간결하게, 여백에 주안점을 둬야겠다는 깨달음이 왔고 이후 작업은 술술 진행됐다.
이=저도 불일암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불일암 마당에 서니 가슴 속에 꽉 차 있던 게 터져나오는 느낌을 받았다.


-법정 스님 1주기를 맞았다. 개인적으로, 또 우리 사회가 스님에게 배워야 할 것이 있다면.
김=심각한 환경오염, 생태 파괴의 시대에 그분이 가르쳐준 자연주의적 삶이 새삼 자각된다. 또 청빈이란 말도 자꾸 되새기게 된다. 맑은 가난은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누는 것이다. 가만 생각해보면 누구나 가진 것들이 있다. 그것들을 나눴으면 좋겠다. 모든 사람들이 잠깐이라도 자신과 주변을 돌아봤으면 한다. 제 작품을 통해서라도 각자의 여백을 잠시나마 찾기를 바란다.


이=삶은 소유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우리는 누구나 죽는데도 영원할 것이라 생각하며 살아간다. 나한테 있는 이 물건도 언젠가 사라지는 것 아니겠나. 개인적으론 열정과 욕심이 다르다는 것을 새삼 깨닫고 있다. 매순간을 열심히 살되 더 가지려는 욕심을 줄이고 싶다. 우스갯소리로 적게 벌고 많이 쓰자는 생각이다. 필요하지 않은 것을 굳이 가지려는 욕심을 버렸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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