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연예] 한물간 배우의 ‘퇴물’ 연기… 그 잔인한 열연. ‘블랙 스완’ 위노나 라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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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11.02.28 14: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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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노나 라이더는 1990년대 할리우드의 ‘요정’이었습니다. 이제 불혹이 된 요정은 지금 어디 있습니까. <블랙 스완>에서 그의 모습을 오랜만에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영화 포스터에는 이름조차 없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블랙 스완>은 라이더가 아니라 그보다 10살 어린 내털리 포트먼의 영화이기 때문입니다.


니나(포트먼)는 뉴욕 발레단의 전도유망한 발레리나입니다. 예술감독(뱅상 카셀)은 새 시즌의 오프닝 작품으로 <백조의 호수>를 올리면서, 발레단의 간판스타였던 베스(라이더)를 하차시키고 새 주역을 내세우기로 합니다. 감독의 눈에 든 니나는 <백조의 호수>의 주역으로 화려하게 발탁됩니다. 하지만 연습벌레이자 완벽주의자인 니나는 순수한 백조 연기엔 능하지만 관능적인 흑조 연기는 미숙해 감독의 불만을 삽니다. 테크닉은 떨어지지만 천부적인 관능성을 가진 신입단원 릴리(밀라 쿠니스)는 니나의 불안감을 자극합니다.


다른 배우들과 달리 라이더는 토슈즈를 신은 우아한 모습을 한 번도 보이지 않습니다. 짙은 눈화장을 한 그녀는 늘 술에 절어 있고, 세상을 조롱하고, 결국 스스로를 해치는 파괴적인 캐릭터입니다. 포트먼은 <블랙 스완>에서 이전까지의 모습이 잊혀질 만한 열연을 선보였습니다. 흥미로운 건 즉흥적·관능적 면모를 보이지 못해 고생하는 <블랙 스완> 속 모범생 발레리나 니나가 포트먼의 실제 이미지와 겹친다는 것입니다. 명문 하버드대 출신, 채식주의자, 열정적인 사회활동가인 데다가 마약이나 성 등에 있어 별다른 스캔들 한 번 없는 포트먼은 말 그대로 ‘모범생 배우’입니다.


반면 라이더는 어떻습니까. <유령수업>과 <가위손>으로 팀 버튼의 뮤즈가 됐고, <순수의 시대>를 통해 명장 마틴 스콜세지와 만났으며, <청춘 스케치>로는 90년대 청춘의 표상이 됐습니다. 그러나 이후 위노나의 경력은 차츰 시들어 갔습니다.


99년 나온 <처음 만나는 자유>의 주연은 라이더였지만, 정작 주목받은 건 앤젤리나 졸리였습니다. 2000년대 들어 기억할 만한 라이더의 연기는 더욱 드물어졌습니다. 대런 아르노프스키 감독은 포트먼과 라이더 모두에게 그들의 실제 처지와 비슷한 배역을 맡긴 셈입니다. 영화사에서도 비슷한 경우가 있습니다. <선셋 대로>(1950)는 늙은 여배우가 은둔한 대저택이 배경입니다.


아무도 그녀를 찾지 않건만, 그녀는 여전히 스스로를 정상급의 스타라고 믿고 있습니다. 이 배역에는 실제로 당시 거의 잊혀졌던 무성영화 시대의 스타 글로리아 스완슨이 캐스팅됐습니다. 자신의 실제 모습과 비슷했기 때문인지 스완슨은 과대망상, 현실부적응의 배우 연기를 그로테스크하게 해냈습니다. 라이더는 짧은 시간 출연해 강렬하게 자신의 역할을 소화합니다. 아마 별다른 감정이입도 필요 없었겠죠. 극중 베스가 바로 자기 자신의 처지니까요.


한물간 배우 위노나 라이더가 한물간 발레리나 역을 제의받았을 때 어떤 기분이었을까요. 최고의 성과를 내기 위해서라고는 하지만, 예술이란 건 참 잔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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