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클래식 명강의로 ‘괴물’이라 불리는 남자, 바이올리니스트 조 윤 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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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11.02.28 14:16:24
  • 조회: 12291

 
“클래식은 사치품이 아닙니다 생활필수품입니다”

“여러분, 비발디란 작곡가가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살펴보니 사람들이 많이 놀러오는 곳에 ‘비발디’란 이름의 식당이나 건물이 많더군요. 아마도 그의 작품 ‘4계’ 덕분인 것 같아요. 봄·여름·가을·겨울 4계절 내내 놀러와 즐기란 뜻이겠죠. 이 비발디란 작곡가는 신부님 출신입니다. 미사 시간에 신도들에게 일단 기도를 시킨 후에 작곡을 한 거예요. 그런데 신도들도 지루한 그의 설교보다는 그저 기도하는 걸 더 좋아했답니다.”
클래식이 이렇게 재미있다니. ‘클래식 음악계의 괴물’로 불린다기에 무서울 줄 알았더니 상냥한 목소리에 친절하고 자상한 말투, 그리고 애교(?)까지 있어 선입견을 완전히 깬다. 바이올리니스트이자 현악사중주단 콰르텟엑스의 리더인 조윤범(36) 이야기다.


냉정하고 우아하다고 여겨지는 클래식음악가가 본업인 연주 활동 외에도 칼럼 기고와 웹디자인, 출판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고, 극동아트TV에선 <콰르텟엑스와 함께하는 조윤범의 파워클래식>을 진행한다. 또 대중들에게 클래식과 서양음악사를 쉽게 알려주는 강의를 괴물(?)처럼 맹렬하게 해서 그는 ‘괴물’이란 별명을 얻었다. 그는 최근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으로부터 명예교사로 초청돼 전국을 누비며 특별한 클래식 강좌를 펼치고 있다.


시골 노인들부터 중범죄를 저지른 소녀들이 수용된 소녀원까지 찾아가 클래식과 작곡가의 생애를 옛날이야기처럼 들려주고 직접 연주도 한다. 민요나 트로트만 들었던 노인들, 힙합에 익숙한 청소년들이 슈베르트, 멘델스존, 차이코프스키의 인생과 음악을 들으며 음악의 아름다움에 매료된다.


“미술계에 작품 전시와 설명을 해주는 큐레이터가 있듯 클래식 음악계에도 대중들에게 쉽게 전할 수 있는 마케터나 전도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제가 나선 거죠.” 연세대 음대에 진학했으나 음악보다 다른 과목에 더 관심이 많던 그는 중퇴 후 벤처회사를 차렸다가 망했다. 연세대 치대 오케스트라의 객원연주자로 다시 음악과 인연을 맺은 후 2000년에 ‘현악사중주단 콰르텟엑스’를 만들었다. 연주회를 위한 악단이 아니라 음악이 즐거워서 오래오래 같이 갈 팀을 꾸려 고정 레퍼토리부터 정했다.

 

악단 결성 3년 만인 2002년 첫 공연을 펼쳤다. <거친바람 성난파도>라는 이름의 공연은 폭발적이었다. 슈베르트의 ‘죽음과 소녀’, 베토벤의 ‘현악4중주 17번’ 등 난해한 곡을 연주했지만 관객들은 완벽한 연주와 쉽고 간결한 설명, 연극처럼 짜인 무대 동선에 놀라움을 표했다. 비디오로 연주장면을 몇 번이고 찍어가며 연습한 덕분이었다.


“클래식은 사치가 아니라 우리 삶에 꼭 필요한 생활필수품이란 걸 알려주고 싶어요. 클래식의 세계에 들어가는 건 마치 동굴 안의 굉장한 보물을 꺼내러 가는 것과 마찬가지예요. 대중이 ‘우리는 무서워서 못 들어가겠으니까 네가 먼저 들어가라’고 연주자들한테 부탁하는 겁니다. 들어가서 봤더니 정말 기가 막힌 보물이 있는 거죠. 저는 제가 발견한 보물을 혼자 독차지하는 게 아니라 더 많은 이들과 나누고 싶어요. 이게 바로 클래식의 대중화라고 생각해요”


그는 클래식 강좌를 하면서 전율을 느낀다. 평소 자신도 잘 몰랐던 음악가들의 생애를 연구하고 자료를 찾으면서 보석 같은 그들의 음악과 인생에 감동한다. 또 클래식이라곤 접할 기회가 없던 촌로들이 벅찬 감동에 눈물 흘리는 모습을 보면서 힘을 얻는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찾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다보니 1년에 200회 정도의 공연을 소화한다.


“산골에 가건, 초등학교에 가건 저는 관객들과 눈높이를 맞추려고 노력하지 않습니다. 관객들의 수준은 이미 높아요. 다만 클래식을 자주 접해보지 않았을 뿐이죠. 광고 음악이건, 드라마 OST건 가능한 한 많은 분야에 클래식이 사용되어 대중화되기를 기대합니다. 진짜 좋은 교육이란 영어나 수학문제를 잘 풀게 가르치는 게 아니라 좋은 사례를 많이 보여주는 것 아닐까요? 어릴 때부터 좋은 음악이나 미술을 자주 접해야 교양 있고 훌륭한 성품의 인재로 자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명예 교사’란 직함으로 전국을 누비며 학생과 노인분들에게 클래식의 감동과 즐거움을 선사하는 ‘괴물’ 조윤범. 그는 언젠가 고3교실에서도 음악수업을 하는 그 날을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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