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연예] “요즘 시청자 똑똑해 속일 구멍 없어… ‘투박 코드’로 승부 계속” 나영석 KBS ‘1박2일’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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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11.02.25 15: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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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때? 잘 나가는 프로그램 하는 게.
“피곤해. 많이.”
-1등은 원래 그래.
“신경 쓸 게 너무 많아. PD가 프로그램에만 신경 쓸 때는 아무리 힘들어도 편안한건데 어느 순간 너무 많은 것을 신경 써야 하는 순간이 오네. 관심을 받다 보니 관련 기사들도 많이 보고, 주변의 반응도 더 신경 쓰고. 전혀 생각지 못한 것까지 시청자들이 지적하는 경우가 많아졌거든. 인터넷의 게시판에 올라온 별별 코멘트를 멍하니 보고 있으면 이런저런 생각이 다 들어. 결국은 순진하게도 너무 재미있었어요, 좋았어요 하는 말이 듣고 싶은 거지.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재미있다 없다 외에 많은 시선이 씌워지면서 피곤해지는 지점에 다다르는 거지. 그게 뭔지 형은 알 것 같은데….”


-힘든 길로 접어들었구나 싶다. 왜냐면, 넌 이제 연예인이야. 그만큼 책임도 부여받은 거고. 버겁지. 동료들에게 말하기도 부담스럽고. 힘들다고 하면 나도 인기있는 프로그램 연출하고 싶다고 맞받거든.
“맞아. 내려놓고 싶다고 해도 곧이곧대로 안 들어줘.”
-그 부담감이 보통이겠냐. 그래도 고맙지 않아?
“대부분은 고맙지. 관심에서 촉발된 것이고 그만큼 힘이 되지만 간혹 짐이 될 때도 있어. 힘과 짐. 이거 각운으로 괜찮은데?”


나 PD는 지난해 하차했던 김C 형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더 늦기 전에 음악에 100% 집중하고 싶다는 형을 두 번 잡지는 못하겠더라고 했다.
나 PD가 김C 형에게 앞으로 뭘 할 계획이냐고 물었더니 형은 “아무것도 안하고 가만히 있다가 나중에 손끝이 움직이면서 뭔가 하고 싶다고 생각나면 그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갑자기 웃음이 터졌다. 김C 형, 손끝이 움직이면서 한 ‘첫 일’이 뭔지 궁금하지 않은가? 휴대전화로 문자 보낸 거다. 유럽에서 방랑자로 떠돌다가, 지인들에게 ‘뭐해?’라고 물었다.


-인기가 많아지면 필연적으로 부수적인 관심이 많아져. 그걸 이겨내는 방법이 있을까?
“아직까지는 잘 모르겠는데. 나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이니까 프로그램으로 설득해야 한다고 생각해. 처음엔 섭섭해. 내 의도는 이게 아닌데 왜 그렇게 생각하나 싶지. 그런데 어느 순간 그런 생각이 들어. 내가 그렇게 생각할 여지를 준 거로구나, 그래서 다시 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되긴 하지. 그렇게 생각하고 매번 최선을 다하는 것. 그런 거지 뭐. 별것 있어?”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려고 하면 스스로가 너무 불행해져.
“맞아. 이러나저러나 나 하는 대로 하게 되더라고. 처음엔 이것저것 신경이 쓰이고 고민하는데 결국 내 길을 가게 돼.”
-그건 오만이나 독선이 아니라 고유의 결이야. 그 결을 보여줬기 때문에 사람들이 좋아해준 거잖아. 그 결을 어떻게 바꿔?
“요즘 시청자들은 누구보다 똑똑해. 난 그리고 그게 카메라를 통해 다 전달된다고 생각해. 그래서 그것만 생각하면서 살아. 제대로 된 것을 보여주겠다고. 속일 구멍도 없어.”


-있는 그대로의 자기 결을 보여줄 때 시청자들도 그것을 그대로 느껴. 그 다음에 나오는 것은 비난이라기보다는 취향의 문제야. 개나리보고 왜 노랗냐고 하는 건 취향의 문제거든. 결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1박2일’은 ‘무한도전’과 비교를 당하게 돼. 너도 알게 모르게 김태호 PD랑 비교돼 본 적도 있을 거고.
“생각하지. 그런데 솔직히 이야기하면 너무 다른 프로그램이야. 컬러도 다르고 연출 스타일도 극과 극이고. 거긴 세밀하고 아기자기하고 아이디어도 많고, 그런 아이디어를 보여주는 재주도 많아. 그런 면에서 우리 프로그램은 훨씬 투박해. 그냥 풀어놓고 찍는 경우가 많으니까. 들여다보면 많이 다른데 같은 리얼 버라이어티이고, 각 방송사의 대표 프로그램으로 생각하니까 비교하는 거지.”


-여성적, 남성적이라고 할까?
“그런 것도 좀 있지. 예전에 한 여성 연예인이 우리 프로그램이 부담스러워 못 보겠대. 너무 마초적이라면서 자신은 ‘패밀리가 떴다’를 본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싶더라고. 우리 프로그램은 우악스러운 코드가 지배하는 곳이거든. 그 코드가 재미이고 아이덴티티인데 난 그걸 버리는 게 힘들지. 그 시청자까지 만족시키기 위해 우리 아이덴티티를 버릴 순 없잖아.”


어느 순간부터였을까. 난 남들이 깔깔대고 웃는 예능 프로그램을 객관적으로 볼 수 없다. 나오는 사람들부터 스태프들도 다 알기 때문에 화면에 잡히는 사람을 반가워하면서 본다. 그래서 웃긴 장면을 봐도 짠하다. 웃으면서 본 기억도 거의 없다. 저거, 저 장면 하나 웃기려고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다양한 시도를 했을까를 알기 때문이다. 슬픈 일이다. 나도 김C 형처럼 1년 만이라도 어디 떠나갔다 와야 하나.
-1등하고 있으면 두려움이 더 크지 않아? 내려가야 하는.
“그런 건 또 별로 없어. 거스를 수 없는 자연의 법칙이잖아. 지금은 일등이지만 언젠가 내려가는 건 기정사실인데. 자연스럽게 도태되고 다른 좋은 게 나타나서 채워주고. 난 그래서 별 부담감은 없어. 단지 내 역할은 어디까지일까 하고 생각하지. 할 만큼 하고 받을 만큼 받았으면 내려갈 줄도 알아야지. 단지 내가 어느 순간 방송에 나오고, 그게 부담으로 작용하는 거야.”


-많이 알아볼 텐데, 개인적인 고민은 없니?
“솔직히 처음엔 좋았어. 백화점에 갔는데 알아보는 거야. 아, 나 인기 있나봐, 나 떴나봐. 이렇게 생각했지. 그런데 하루가 지나고 한 달이 지나면서 너무 부담스러워져. 외출도 안하게 되고.”
-개인의 일상성이 깨지는 건데 부담스럽지.
“그러게, 모든 일에는 대가가 따르는 법이잖아. 가끔씩 택시 타면 칭찬도 받지만 어떨 때는 와이프랑 애 데리고 나가면 사진 찍자고 하는 분들도 있고. 맞아. 일상이 깨지는 거지. 그럼 사람들이 그래. TV에 나오지 말았어야지. 맞아. 다 내 탓이야. 뭐가 오던 간에 다 내가 한, 내가 저지른 일의 결과야.”


듣다보니 나 PD도 향후 몇 년 안에 떠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사실 나도 모든 것을 놓고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굴뚝같지만 자꾸 주변을, 다른 사람을 핑계대면서 내 욕심을 합리화한다. 내 삶의 주인이 되지 못한 채 살고 있다는 찜찜한 기분이 끊임없이 발목을 붙잡는 것은 이런 어정쩡한 태도 때문이리라.


-예능 PD로서 이런 유의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는 게 있어? 아니면 앞으로 예측 가능한 예능 프로그램의 판도 같은 것?
“글세. 잘 모르겠네. 그런데 난 리얼 버라이어티는 아직 초기단계라고 생각해. 우린 여행을 주제로 하고 있지만 다룰 수 있는 건 무궁하다고 보고 있어. TV를 볼 시간이 별로 없는데도 아주 재미있게 보는 게 있는데, ‘라디오스타’ 코너랑 <개그콘서트>야. 난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해. 보면서 넋놓고 웃을 수 있다는 거 말야. 웃기는데 전력투구하겠다는 의지가 보이거든. 난 그런 프로그램이 참 좋아.”


-1박2일의 방향은 뭐지?
“개인적으론 조금은 가학적이고 공격적이라고 욕을 먹더라도 일정 수위만 유지하면서 재미를 최고의 가치로 놓는 프로그램을 좋아하지만 내가 하는 프로그램은 주말의 가족 시청 시간대잖아. 같잖게 들릴지 모르지만 그 시간대 방송을 만드는 PD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의무감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난 개인적으로 감동을 추구하지는 않는데 시간대가 시간대이니만큼 8 대 2, 혹은 7 대 3 정도로 2, 3할은 재미가 아닌 다른 걸 보여주려고 하고 있어. 감동이든 경치든 메시지든 뭐든 섞어야지. 얼마 전에 했던 외국인 노동자 특집에서 그들이 가족과 만나는 것을 보면서 찡한 느낌을 받고 엄마한테 전화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이 든다면 그거로 된 거라고 생각해.”


-난 어떻게 될 것 같냐?
“냉정하게? 아니면 온정주의로? 냉정하게 말해 형은 슬퍼. 예능에서 쓰기엔. 만일 형이 예능계에서 슬픔의 아이콘으로 성공한다면 대한민국 최고가 될 거야. 그러나 시기상조라는 생각은 들어. 과도기랄까? 형의 입담이나 재주가 많이 부각되는 프로그램이 없거든.”
-내 성향이나 결을 버리면서까지 흔히 말하는 재미에만 모든 것을 맞추기엔 너무 멀리 왔고 맞지 않아. 내가 하고자 하는 분야에서 내 결을 유지하는 건 내 생사가 걸린 문제야. 변화가 싫다는 것이 아니라.
“토크콘서트는 그런 면에서 형 몸에 아주 잘 맞는 옷인 것 같아. 잘 발견한 거야.”


인터뷰가 끝날 즈음 나 PD의 휴대폰이 울렸다. 수신자를 보더니 “응, 자기야” 이러면서 전화를 받는다. 내 앞에서 자기야라니. 한대 쥐어박으며 욕이라도 해주고 싶은 마음에 입을 비죽거렸다. 비죽거리는 내 얼굴을 봤는지 전화를 끊고서는 “형 결혼해 봤어? 아기 낳아봤어? 결혼하고 애가 있어야 어른이 되는 거야” 이러면서 염장을 지른다. 에잇, 그게 질문이냐? 그래, 난 못했지만 나랑 같이 MC 봤던 여자 아나운서들은 다 시집 보냈다. 노현정, 강수정, 오정연…. 에휴, 이 와중에 이걸 꼽고 있는 나는 또 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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