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져/여행] 봄이 그리운 겨울 따뜻한 ‘초록 나들이’ 서울 근교 가볼 만한 식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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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11.02.18 16:47:52
  • 조회: 11432


누군가 물었다. ‘근데, 식물원이란 게 대체 왜 존재하지?’ 과거 식물원은 스펙터클 그 자체였다. 식물원은 15·16세기 유럽 탐험가들이 신대륙에서 발견한 진기한 물건들을 한 곳에 모아 분류하고 진열한 것에서 출발했다. 미지의 대륙에서 발견한 것은 그야말로 온갖 물건들이었는데, 그중에는 물론 사람도 포함됐다. 18세기 후반 유럽의 지식인과 부르주아들은 탐험가들의 여행기와 ‘희귀 진열장’에 매료됐고, 잡다한 것들을 분류해 모아놓는 박물학을 발전시켰다.

 

그게 근대적 의미의 박물관, 동물원, 식물원, 박람회가 존재하게 된 기원이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근대 문물의 유입이 대부분 그렇듯 식물원도 일제강점기에 즈음해 도입됐다.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식물원은 서울 종로의 창경궁 대온실이다. 1909년 당시 궁내부 차관이었던 일본인 고미야 미호마쓰가 우울한 순종을 위로한다는 명목으로 창경궁 안에 동물원과 함께 지었다 한다. 궁을 놀이터로 만들어버렸다는 비판에 지금 창경궁엔 동물원은 흔적도 없고 대온실 하나만이 덩그러니 남아 있다.

 

1960~70년대만 해도 이곳은 진귀한 구경거리와 스펙터클이 지배하는, 서울시민의 최대 나들이 장소였다. 여전히 같은 나무들이 서 있지만, 지금 식물원에 스펙터클 같은 건 없다. 오히려 식물 같은 사람들이 배회하는 아주 정적인 공간이 됐다. 꽃 사진을 찍는 노인, 고즈넉한 곳을 찾아 이야기를 나누는 연인, 나무를 좋아하는 아이와 그의 부모…. 식물원에는 그런 사람들뿐이다. 서울과 근교에 남아 있는 식물원 몇 곳을 찾았다. 창경궁 대온실과 경기 용인의 한택식물원, 과천 서울동물원 식물원. 겨울의 식물원은 어딘지 쓸쓸했지만, 또 어딘지 따뜻했다. 온실에 들어서면 추운 공기에 바짝 얼어붙은 안경에 김이 서렸다. 그때마다 꿈꾸듯 눈앞이 흐려졌다.

창경궁 대온실


창경궁 후원에 위치한 대온실은 적요했다. 겨울이라서가 아니라, 애초에 갖고 있는 처연한 느낌이 있다. 이곳은 1909년 목재와 철재, 유리로 지어진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온실이다. 지금 봐도 고풍스럽고 세련된 모습이다. 1907년 일본 왕실 식물원 책임자였던 후쿠바가 설계하고 시공은 프랑스의 한 회사가 맡았는데, 건축 당시 동양 최대 규모였다. 열대지방의 관상식물을 비롯해 희귀한 식물들을 전시했다고 한다. 1983년 창경궁은 일제에 의해 ‘원(苑)’으로 격하됐던 지위를 되찾기 위해 복원공사를 벌였다. 이때 대온실 뒤쪽에 있던 돔식 온실 2개는 철거됐고, 그곳의 식물들은 대부분 서울대공원 식물원으로 이식됐다. 열대지방 희귀식물과 같은 것들은 모두 이곳을 떠났다. 대온실 혼자 과거의 영욕을 짊어지고 여기 남았다.

안에 놓인 식물들은 소리없이 소박하다. 꽝꽝나무, 조팝나무, 겹동백나무와 갯패랭이, 섬노루귀, 백량금같이 이름도 예쁜 나무와 꽃들. 우리나라의 야생화, 자생식물들이다. 삼각대를 들고 출사에 나선 중년의 남성들이 꽤 있었다. 취미로 사진을 찍는다는 이영철씨(62)는 “일주일에 한두번은 꼭 온다. 겨울에 꽃을 볼 수 있는 곳이 여기말고는 없다”고 했다. 건축물 자체를 주의깊게 들여다보는 것도 재미있다. 대온실은 19세기 말 세계박람회 전시 건물의 형식을 따른 근대 건축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아 2004년 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일제의 잔재라며 무참히 헐려버린 대부분의 건축물들이 그렇듯, 외관으로만 보면 국내 온실 식물원 중 가장 아름답다고 하겠다.

가는 길 : 서울 종로구 와룡동 2-1 창경궁 안에 있다. 12~2월 매표시간은 오전 9시~오후 4시(문닫는 시간은 5시). 매주 월요일은 휴관. 요금은 대인 1000원, 소인 500원. (02)762-4868

한택 식물원


야외 식물들이 언 땅과 쌓인 눈 속에 잠겨 있는 겨울, 이곳에 갈 생각을 한 이유는 단 하나, 바오밥나무를 보기 위해서다. 바오밥나무는 어린왕자가 자신의 행성을 뒤덮을까봐 걱정했던 배가 불룩하고 거대한 그 나무다. 지구상에 존재할 것 같지 않은 이 나무가 여기에 있다. 바오밥나무는 ‘호주 온실’에 세 그루가 있다. 줄기가 물병처럼 생겨 물병나무라고도 하는데, 호주에서도 건조한 사바나지역에 살기 때문에 제몸 안에 물을 저장해놓는 것이다. 원주민들은 이 나무의 몸통에 구멍을 내고 저장창고를 만들기도 했다고 한다. 전 세계에 바오밥나무는 8종이 있다.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것처럼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공화국에 6종, 아프리카 대륙에 1종 그리고 호주에 1종이 있다. 여기 있는 건 호주의 바오밥나무다.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그 앞에 서서 경이에 찬 눈으로 나무를 바라봤다. 초등학교 3학년이라는 한 아이는 줄곧 종종거리면서 수첩에 뭘 적었다. ‘뭘 적어?’라고 물었더니 “나무 이름”이라며 눈을 빛낸다. 아이의 엄마는 “아휴, 쟤는 나무를 너무 좋아해서 걱정일 정도”라며 손사래를 친다. 바오밥나무는 온실 높이의 한계가 있는 탓에 더 높이 자라지 못한 듯했는데, 지붕을 뚫을 듯 크고 높았다. 그 곁에 철제 울타리를 두른 울레미 소나무가 서 있다. 겉보기엔 별 특징이 없어 보이는 이 작은 소나무는 ‘살아있는 화석’이라 불린다. 공룡시대인 중생대에 살았던 고대식물이라고 한다. 1994년 호주 시드니 울레미 국립공원에서 발견돼 전 세계 식물원에 분양됐다. 자생지 파괴로 인한 멸종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우리나라에선 한택식물원에만 있다.

또 하나, 이곳엔 국내 유일의 남아프리카 온실이 있다. 돌아본 온실 중 이곳이 가장 더웠다. 여기엔 나무 알로에인 ‘알로에 디코토마’가 있다. 남아프리카의 사막지대 나미비아에서 자생하는 것으로, 상업적인 국제거래가 규제되고 있는 멸종위기종이다. 이 역시 자생지 훼손에 대비해 이곳에 데려왔다. 나무 껍질은 마치 파충류의 물기 없는 가죽처럼 미끈하고 질겨 보인다. 가지는 화살을 꽂아놓은 듯하고 잎 끝에는 뾰족한 가시들이 달려 있다.

 

사막지대에서 평균 100년 이상을 산다니, 인상처럼 강인한 생명력을 가진 나무다. 한택식물원은 이국적인 나무들 때문에 최근 더 유명해졌지만, 사실 민간 식물원 중 가장 오래된 곳이다. 자생식물이란 개념조차 없던 1979년 이택주 원장(70)이 식물원 조성을 시작했다. 진귀한 식물 수집용, ‘진열장’으로 식물원을 가꾼 게 아니다. 그는 기후 변화 등으로 사라져가는 멸종 위기 식물들을 가져다 가꾸고, 새롭게 복원하기도 했다. 지금은 9000여종의 식물과 35개의 주제원을 갖춘 대형 식물원으로 성장했다. 농약을 치지 않고 다양한 식물끼리 서로 균형을 이뤄 토양의 자생력을 키우는 생태조경도 실시하고 있다.

가는 길 : 중부고속도로를 타고 일죽IC로 진행한다. 우회전해 38번 국도 안성 방향으로 달리다 매산 삼거리에서 다시 직진. 첫번째로 나오는 GS칼텍스 주유소에서 우회전해 작은 길로 들어서 다시 우회전해 500m쯤 가다보면 우일가설(강산조경)이 나온다. 여기서 좌회전하면 된다. 주소는 경기 용인시 처인구 백암면 옥산리 365. 연중무휴이며 동절기 요금은 어른 4000원. (031)333-3558

서울동물원 식물원


서울동물원(구 서울대공원)은 말하자면, ‘창경원’이란 첩이 낳았지만 출생의 비밀을 지운 서자 같은 것이다. 창경원의 동물들을 이곳에 옮기면서 생긴 동물원과 마찬가지로, 식물원도 창경원의 식물들을 이곳에 옮기면서 1985년 문을 열었다. 서울동물원 식물원은 동물원 안쪽 끝에 위치해 있다. 제1아프리카관을 지나, 산림욕장 출입구와 유인원관을 지나 오르다보면 유리 온실이 보인다. 칙칙한 색깔의 유리와 여느 옛날 양옥집에서나 볼 수 있는 검은 ‘새시’ 창살이 지루하다. 그러나 일단 안에 들어가면 정글에 들어온 기분이다. 다른 온실에 비해 천장이 높고 거대하다.

 

수도권 온실 중엔 최대 규모다. 1263종 3만1533본의 다양한 식물이 전시되고 있다. 식물원에 들어서 가장 먼저 만나는 것은 선인장 및 다육식물관. 액자에 낀 클림트의 그림이나 모나리자 얼굴에 구멍을 뚫고 사진을 찍는 포토존이 눈에 띈다. 이 같은 이질적인 사물들의 부조화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길거나 둥글거나 뾰족하거나 구불구불한 선인장들이 제 생명력을 뽐내고 있다. 야자수 같은 과수류와 이국적인 관엽식물을 만날 수 있는 열대관엽식물관, 수생식물관, 난 전시관 등이 이어진다. 아, 이곳 온실에서는 회색 고등어 무늬의 작은 고양이도 산다.

가는 길 : 지하철 4호선 대공원역 2번 출구로 나오면 된다. 동물원 안에 온실이 있다. 이용 요금은 어른 3000원, 청소년 2000원, 어린이 1000원. (02)500-7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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