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연예] 유승연…오늘아침에도 이 '이슬요정'과 눈맞췄나요

    이 게시글을 알리기 tweet

  • 글쓴이 : 자료제공 : 뉴시스 [http://www.newsis.com]
  • 11.02.10 13:50:21
  • 조회: 908

  



매일 아침 사람들의 시선은 그녀에게로 향한다. 한류스타도, 걸그룹도, 유명 정치인도 아니지만, 이때만큼은 그녀는 그들보다 더 강렬한 스포트라이트 앞에 선다. KBS 1TV '뉴스광장'(오전 6시~7시50분), 'KBS뉴스'(오전 9시30분~10시)의 기상캐스터 유승연(25)씨다. 찜통더위와 호우가 지루하게 이어진 지난해 여름에도, 태풍 앞에 두렵기만 하던 지난해 가을에도, 혹한과 폭설에 포위된 올 겨울에도 그녀는 늘 상큼한 미소와 생기 있는 목소리로 궂은 날씨 탓에 잔뜩 찌푸릴 사람들을 달랬다.


"일기예보하면서 '왜 웃느냐?'고 하는 분들도 있기는 하지요. 하지만 날씨가 궂은데 기상캐스터까지 인상을 쓰면 찜찜하지 않겠어요? 날씨가 좋거나 나쁘거나 밝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니 귀엽게 여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유씨는 2009년 2월 KBS에 기상캐스터로 입사했다. 초짜 신인으로서는 파격적으로 그해 4월 2TV 생방송 '세상의 아침'에서 날씨를 담당했고, 지난해 1TV로 옮겨 아침 일기예보를 책임지고 있다.


메인 뉴스인 오후 9시 1TV '뉴스9'의 날씨가 녹화방송인 것과 달리 아침뉴스의 날씨는 생방송이다. '뉴스광장' 4번, 'KBS뉴스'에서 1번 등 새벽부터 아침까지 수시로 시청자 앞에 선다. "아침에는 날씨가 시시각각으로 변하거든요. 그러다 보니 녹화해놓을 수 없어서 생방송으로 바로 들어가는 거죠."

 

아침 생방송을 위해 오전 4시에 출근한다. 가족은 그녀를 배려해 얼마 전 서울 강남에서 KBS가 있는 여의도로 이사했다. 덕분에 조금이라도 더 잠을 잘 수 있게 됐다. 출근하자마자 분장실로 직행해 메이크업과 헤어 손질을 받는다. 이어 오전 5시께 기상청 예보가 나오면 이를 정리해 예보 코멘트를 작성한다. 날씨를 한 눈에 보여줄 그래픽도 정해야 한다. 작가, PD 일을 혼자서 다 해야 하는 셈이다.


그것으로 끝도 아니다. 총 5차례 출연하는 동안 코멘트는 각각 조금씩이라도 달라야 하니 모두 5가지를 써야 한다. "날씨가 급작스럽게 바뀌면 차라리 멘트 쓰기가 편하죠. 하지만 변동이 없으면 같은 날씨를 두고 다른 얘기를 써야 하니 정말 힘들지요. 덕분에 문장력이 많이 늘었답니다."


그런데, 더 큰 비밀이 숨겨져 있었다. 흔히 날씨 코멘트도 뉴스 코멘트처럼 카메라 아래 달린 프롬프터에 자막을 띄워 읽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사실은 다 외워서 한다. 코멘트 작성-외우기-생방송을 하루 5회, 그것도 2년 가까이 해오고 있다.


"처음에는 정말 정신이 없었죠. 불안하고 무서웠어요. 그저 믿고 맡겨준 분들께 누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발버둥쳤다고 할까요. 하지만 지금은 그 시간이 더 기다려져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에 보람을 느낍니다."


'이슬 요정'처럼 뽕하고 등장했다가 휙 사라지고, 다시 나타났다가 이내 떠나는 그녀를 사람들은 용케도 주목했나 보다. 각 포털사이트에 개설된 팬카페에는 수백명씩 회원으로 가입해 있다. 회원수는 많지 않지만 늘 든든한 힘이 돼준다. 유난히 눈이 많이 내린 지난해 말 1일 10차례나 날씨 특보를 하다 보니 목이 상해 4일간 쉬었다. 그러자 걱정을 담은 팬들의 e-메일과 쪽지가 쇄도했다. 그녀의 목에 이상이 생겼다는 사실을 알고는 차, 보약 등을 보내오는 이들도 있었다.


"무척 감사했어요. 아침에 다들 바쁘게 하루를 준비할텐데 저한테까지 관심을 가져줄 줄은 몰랐죠. 목 관리를 위해 늘 마시는 유자차도 시청자분이 보내주신 겁니다."  유씨는 원래 서울교대에서 초등학교 교사를 준비했다. 고교(대원외고) 시절 방송반 활동을 했지만 막연히 '재미있겠다' 정도였지 '꼭 하겠다'는 아니었다. 그러다 대학생 때 우연히 방송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아나운서 시험을 준비하면서 케이블채널 MC, 구청 아나운서, TV홈쇼핑 전문보험 게스트 등으로 현장경험을 쌓은 뒤 KBS 기상캐스터가 됐다.


"기상캐스터는 제 코너를 제가 꾸미게 되죠. 독립적으로 준비하고, 저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이 아나운서나 방송기자와는 또 다른 매력을 가진 직업입니다." 물론, 힘든 부분도 많다. 새벽에 일어나기 위해 전날 밤 9시면 잠자리에 들어야 하는 게 처음에는 쉽지 않았으나 이제 완벽히 적응했다. 역시 버릇들이기 나름인가 보다. 다만, 또래 여성들과 다른 생활을 해야 하는 것은 아쉽다.


"생활 패턴이 친구들과 전혀 다르기 때문에 친구들을 자주 볼 수 없어 인간관계의 폭이 좁아지더군요. 아무리 재미있는 드라마도 그날그날 볼 수 없고 재방송으로 봐야 하죠. 현빈씨 팬인데 '시크릿가든'도 재방송으로 겨우 봤네요. 최종회 엔딩을 안 들으려고 애썼던 것이 생각납니다."


기상캐스터의 전문성 얘기가 나올 때면 몹시 괴롭다. "기상캐스터는 기상청 예보관과 달리 전문성에서는 떨어질 수 밖에 없어요. 하지만 기상캐스터는 통역자이고, 전달자입니다. '기상'이라는 전문정보를 실생활에 필요한 '날씨'로 통역해 전달해주는 사람으로 이해해주면 좋겠네요. 1분30초 동안 필요한 정보만 쏙쏙 빼서 전해주기 위해서 그만큼 공부를 많이 하고 있답니다."


한 가지 더 있다. 방송 일기예보의 한계다. "시간이 제한적이다 보니 전국 각지의 날씨를 모두 전할 수 없고 수도권, 대도시처럼 인구밀집지 중심으로 하게 되죠. 때문에 섬이나 바닷가처럼 그날의 날씨가 생명이나 재산과 직결되는 분들이 사는 곳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것이 죄송스러워요."


3년째 일기예보를 하다 보니 노하우도 생겼다. "날씨에 민감한 분들이 많으니 멘트 하나 하나 신경을 써야 하죠. 주관적인 표현은 절대 금물입니다. 개인적으로 비를 싫어하지만 그렇다고 '다행히 비가 오지 않는다'고 할 수는 없죠. 비가 와야 생업이 되는 분들도 있거든요." 우산장수 아들과 소금장수 아들을 둔 어느 어머니로 보이는 순간이다.


일기예보 시간이 짧은 만큼 한 눈에 그날의 날씨를 짐작할 수 있도록 옷을 맞춰 입는 것도 신경 써야 할 일 중 하나다. "개인 취향도 반영되지만 일단 날씨에 맞추죠. 비 오는 날에는 레인코트, 눈 내리는 날에는 모직 코트를 입는 식입니다. 그렇다고 폭염이 쏟아지는 날이라고 티셔츠를 입을 수는 없구요. 아침 시간에는 어르신들이 특히 많이 보니까 거기에 맞춰서 단정한 분위기의 정장풍으로 차려 입어요." 유씨가 각 방송사 기상캐스터 중 유난히 '청담동 며느리' 분위기를 풍기는 이유가 드러났다. 유씨는 설 연휴에도 정상출근해 청초하고 단아한 한복 차림으로 날씨를 전한다.


어느 때보다 힘든 겨울이 계속되고 있다. 기상캐스터가 날씨를 마음대로 바꿀 능력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왠지 유씨는 이슬요정처럼 동장군을 고향으로 되돌려 보낼 수도 있을 것 같다. "매일 매일 모든 분들이 골고루 만족할 수 있는 날씨가 됐으면 좋겠어요. 비나 눈이 필요한 분을 위해 비나 눈이 내리고, 맑은 날을 원하는 분을 위해 맑게 개이고…. 하지만 그 꿈이 아직 불가능한만큼 기상캐스터로서 시청자들께 같은 기상 정보라도 요점을 정확히 잘 집어내 생활에 도움이 돼줄 수 있는 날씨방송을 하고 싶어요."

 

  • 이글은 실명인증이 완료된 회원이 작성한 글입니다.
  • 목록으로
  • tweet tweet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글쓴이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