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의향기] ‘600년 서울’ 지키다 홀로 늙어간 나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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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11.02.07 12:5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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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월 향나무, 흥선대원군 소나무, 비리 감시 ‘절개나무’…

 

서울 중구 정동의 배재학당에 있는 향나무는 525년의 세월을 품에 안고 있다. 높이 17m, 가슴높이(흉고) 둘레가 2.3m에 달한다. 이 나무가 유명한 것은 김소월 시인과 데이비드 매캔 하버드대 교수가 아꼈기 때문이다. 매캔 교수는 1960년대 평화봉사단원으로 한국에 왔다가 우연히 발견한 시집을 읽고 ‘김소월 연구가’가 됐다. 시를 통해 한국 문학을 접하며 소월이 좋아했던 이 향나무가 고사하지 않도록 가꿨다고 한다.


또 이 나무는 임진왜란 당시 전설도 전해온다. 상부에 박힌 못이 왜장 가토 기요마사가 말(馬)을 묶으려고 박았다는 이야기다. 1940년대 7명의 배재중학교 졸업생이 나무 앞에서 찍은 사진에도 쇠못이 찍혀 있다. 학생들의 평균 키를 165㎝로 가정해서 못의 위치를 산정해 보면 400여년간 향나무는 5m 정도 자란 것으로 추정된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비단 이 향나무뿐만 아니다. “…비바람 맞고 눈보라 쳐도, 온누리 끝까지 맘껏 푸르다….” 그 유명한 노래 ‘상록수’처럼 서울에는 수백년간 ‘서럽고 쓰리던 지난날’을 묵묵히 버텨온 ‘푸르른 고목’이 많다. 서울시는 서울시 지정 보호수 216그루 가운데 사계절 늘 푸른 ‘상록수’ 24그루의 사연을 소개했다. 소나무 8그루, 향나무 14그루, 측백나무 2그루 등이다.

 

◇ 역사를 간직한 상록수 = 구로구 가리봉동의 측백나무는 ‘수호수’로 통한다. 나무를 훼손하면 재앙이 오고, 나무 속에 큰 뱀이 살고 있었다는 전설이 전해온다. 500년이 넘은 이 나무 앞에서 마을 주민들은 한국전쟁 전까지 정월 대보름과 가을 추수기에 고사를 지냈다.


지금도 2003년부터 매년 10월 주민 화합과 안녕을 기원하는 행사를 연다. 종로구 소격동에는 선비들의 절개를 간직한 140여년이 된 소나무가 있다. 나무가 서 있는 곳은 조선시대 부정·비리를 감시하던 종친부 집터 우물자리다. 종친의 정치 참여를 막고 비위를 규찰하는 종친부의 절개를 상징한다고 전해진다.


◇ 기록을 가진 상록수 =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앞에는 높이 16m, 둘레 3.6m에 달하는 향나무가 서 있다. 나이가 872년 6개월로 상록교목 중 최고 수령이다. 1968년 보호수로 지정될 당시 이미 830년이었다. 차량이 많은 서초역 사거리에서 각종 환경오염에도 굳건히 견디고 있다.


종로구 부암동에는 흥선대원군의 벗인 석파정 소나무가 있다. 석파정은 조선말기 중신(重臣) 김흥근(金興根·1796~1870년)의 별장이었다가 흥선대원군이 집권 후 자신의 별장으로 사용한 곳이다. 특히 이곳의 소나무는 잎사귀들이 만들어내는 그늘의 넓이가 무려 67㎡다. 무더운 여름 석파정을 찾는 이들에게 휴식처가 되고 있다. 나무 높이는 5m로 그리 높지는 않지만 1968년 보호수로 지정될 때 수령이 180년이었다.


◇ 특색 있는 상록수 = 강서구 오곡동에는 옆으로 45도 기울어진 기이한 형상의 향나무가 있다. 475년된 이 나무는 높이 14m, 흉고 둘레는 2.95m로 웅장하다. 원래는 김포공항 내 관사 정원에 있었으나 1984년 김포공항 신활주로 확장 공사로 지금의 자리에 이식됐다. 한쪽으로 기운 탓에 A자형 지주와 보호대를 설치해 관리 중이다.


강서구 개화동에는 ‘고개 숙인 향나무’가 있다. 일반 단독주택 뒤뜰과 주택 출입구 담벽에도 꿋꿋이 서 있다. 수령이 약 510년인 나무는 주택 단지로 고개를 숙이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오래전부터 이곳에 사는 주민에 따르면 제사상 향불이 귀하던 시절, 아래로 내려진 향나무 가지를 잘라 설날, 추석에 차례를 지내기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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