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설국문학기행’서 만난 ‘철도원’ 작가 아사다 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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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11.01.28 17: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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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와바타의 ‘설국’ 좋아해 소설가 길로”

아사다 지로(60)는 입담이 좋았다. 중후한 스토리에 박진감 넘치는 역사소설부터 <철도원>처럼 잔잔하면서도 가슴 뭉클한 서정적 소설까지, 스스로를 “소설의 대중식당”이라고 자부할 만큼 다양한 이야기를 자유자재로 풀어내는 작가다웠다. 그는 “내 책을 읽는 독자들을 지루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 다양한 스타일의 소설을 쓴다”고 말했다. 아사다 지로는 일본을 대표하는 ‘탁월한 이야기꾼’이다.

 

국내에는 영화 <철도원>의 원작이 된 단편소설 ‘철도원’과 최민식·장백지 주연의 영화 <파이란>의 원작소설 ‘러브레터’로 유명하다. 1995년 장편소설 <지하철>로 요시카와 에이지상 신인상을, 97년 첫 단편소설집 <철도원>으로 나오키상을 수상하며 작가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국내에도 많은 독자들을 거느리고 있어 그의 작품 57종이 번역됐다.


일본 도쿄 시내의 에비스 지역에서 그를 만났다. 교보문고와 대산문화재단이 주최하는 ‘설국문학기행’ 참가자들과 함께한 자리에서 그는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과 관련된 자신의 이야기부터 술술 풀어냈다. 자신의 문학관부터 한류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걸그룹에 대한 이야기까지, 그는 청중들이 지루할 틈이 없게 만들었다. “몰락한 명문가의 아이가 소설가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했던 말이다. 아사다 지로가 소설가가 되기로 결심한 계기도 바로 그것이었다.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집안의 몰락으로 방황하던 그는 가와바타의 그 말에 자극받아 소설가가 되기로 결심했고, 온갖 직업을 전전하다 서른여섯에 늦깎이로 등단했다. 가와바타는 고난과 방황 속에서도 그가 소설가의 꿈을 포기하지 않게 만든 등대와 같은 존재였다. “가와바타가 <설국>을 쓴 곳인 다카한 료칸으로 신혼여행을 갔을 정도로 그를 좋아했습니다.

 

그의 모든 책을 읽었고, 작가가 되려고 공부하던 시절에 그의 원고 전부를 옮겨 적기도 했죠. <설국>의 첫 구절은 일본 근대문학사에서 가장 유명한 구절이라고 생각합니다. ‘철도원’을 쓸 때에도 <설국>을 의식하면서 마음에 드는 풍경을 묘사하기 위해 고쳐 쓰곤 했습니다.” ‘철도원’의 주인공 오토마쓰는 세월의 변화에도 개의치 않고 철도원으로서 자기의 직분에 충실한 인물이다. 아무도 찾지 않는 산골 기차역을 오토마쓰 역장은 끝까지 홀로 지킨다. 오토마쓰의 모습은 고난과 방황 속에서도 작가의 꿈을 접지 않았기에 소설가로 성공할 수 있었던 작가 자신의 반영이기도 하다.

 

그는 “40대까지 가족과 장모님과 함께 살면서 생계를 위해 일과 글쓰기를 병행했다”며 “등단이 늦었지만 소설가로 남을 수 있던 것은 여러 일을 하면서도 소설을 포기하지 않고 한 우물을 팠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작가는 또한 오토마쓰 역장의 모습에서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기도 했다. “어렸을 때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셔서 친척집을 전전했습니다. 젊은 시절부터 ‘누군가는 해야 하는데 아무도 안하는 일’은 내가 반드시 했습니다. ‘누구도 하기 싫은 일’은 결국 ‘남의 밥을 얻어먹는 아이’가 해야 하는 것이죠. 고도의 경제성장이 개인에게는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을 일찌감치 알게 됩니다. ‘누구도 하기 싫은 일’을 묵묵히 해내는 오토마쓰 역장의 모습이 제 어린 시절과 겹치는 것 같습니다.”


아사다 지로의 인생역정은 그의 소설만큼이나 극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야쿠자 생활, 세탁소와 세차장 직원 등 ‘밑바닥 인생’을 산 것으로 알려져 있고, 여성복 매장을 직접 운영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등단이 늦었기 때문에 야쿠자를 했다는 등의 말이 전설처럼 회자되곤 하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며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자위대에 들어간 것과 최근까지 여성복 부티크를 운영했다는 것 정도만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어린 시절의 어려운 경험은 그의 작품세계에 많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밑바닥 인생’의 생생한 모습이 드러나는 소재적 측면뿐 아니라, 현실의 고통과 추함을 그리면서도 인간에 대한 믿음과 희망을 강조하는 면에서도 그렇다. 매우 다양한 그의 작품 세계를 일관되게 관통하는 것은 가슴뭉클한 감동, 인간의 선의에 대한 믿음, 사랑 등의 따스한 메시지다. “사람의 마음을 위로하고 고통을 덜어주고, 인생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게 소설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소설을 쓰는 세 가지 원칙이 있습니다. 아름답게 쓸 것, 알기 쉽게 쓸 것, 재미있게 쓸 것. 장편이든 단편이든, 현대물이든 역사물이든 제 모든 작품은 그 원칙 안에서 쓰여집니다.”

 

그는 “요즘 젊은 작가들은 만화나 게임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인지, 소설 속에 너무 많은 폭력과 살인이 일어난다”며 “그런 표현 양식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좋은 소설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고 말했다. 재미와 따뜻한 감동. 그 밖에 그의 소설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요소는 환상이다. 그의 환상은 현실에 기반을 두어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며 일본 기담과 설화 속에 등장하는 환상에 가깝기도 하다. 그는 “전부 80여편의 소설을 썼는데 그 가운데 15편 정도가 환상적 요소가 들어간 소설이다.

 

소설 안에서 꿈같은 세계를 그리는 것이 더 재미있다고 생각해 환상적 요소를 많이 쓴다”며 “그러나 스스로는 리얼리스트라고 생각해 환상과 꿈을 잘 믿지 않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환갑의 나이에 이르렀지만 창작력은 아직도 왕성하다. 지금도 각종 잡지와 문예지에 3~4개의 글을 연재하고 있는 그는 “일하는 것을 워낙 좋아한다”면서 “술을 안 하기 때문에 술을 많이 마시는 다른 작가들보다 글을 더 많이 쓰는 것 같다”며 웃었다. 아사다 지로는 문학에 대한 애정과 당부의 말도 전했다.

 

그는 “독서는 작가와 독자가 같은 시공간을 공유할 수 있게 하는데 이런 특별한 경험은 영화나 TV를 통해 얻기 힘들다”며 “영상매체의 유혹에도 불구하고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문학이 죽었다는 얘기도 있지만 활자문화는 2000년 가까이 이어져 오고 있다”며 “활자문화의 역사가 쉽게 무너질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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