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육아/교육] 상장수여 없음, 졸업생과 어머니들의 축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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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11.01.27 15:0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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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방학이라 난방도 되지 않는 추운 강당에서 학생들 서너명이 음악을 틀어놓고 브레이크 댄스를 연습하고 있다. “잠깐만, 이 부분이 안 맞는데? 다시 고민 좀 해보자.” 무언가가 마음에 안 차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음악을 끄고 안무를 다시 맞춰본다. 다음달 열리는 졸업식 무대에서 공연을 하기 위해 맹연습 중인 인천 정각중학교 3학년 학생들이다. “저희가 춤추는 걸 좋아해서 가끔 학교 행사 때 공연을 했었는데 그때마다 호응이 좋았거든요.

 

졸업식준비위원회에서 이번에도 무대에 서달라고 하기에 미리 연습 중이에요.” 안무를 담당하고 있는 김영재군(15)이 말했다. 원래는 기존 가수들의 안무를 똑같이 따라했는데 이번에는 졸업식이란 특별한 무대인 만큼, 직접 창작한 안무로 춤을 출 예정이다. “연습할 때마다 자꾸 안무가 바뀌어서 헷갈린다니까요.” 댄스팀 친구들의 원성이 자자하지만, 중학교 마지막 공연을 멋지게 장식하고 싶은 마음을 누가 탓하랴.

그 시각, 학교의 빈 교실 한 쪽에서는 학부모 7~8명이 모여 카세트 테이프를 틀어놓고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 연습이 한창이다. “어머님이 키가 제일 작으시니까 7남매 중 막내 역할을 하셔야겠네요.” “그런데 대령 역은 누가 해? 우리 다 엄마들이잖아. 호호호.” 연습하는 시간보다 웃느라 보내는 시간이 더 많다. “학부모도 학교의 한 주체인데, 아이들만 졸업식을 즐기란 법 있나요.

 

우리도 뭔가 참여하고 싶어서 뮤지컬을 하기로 했어요. 애들한텐 아직 비밀이에요. 그날 ‘짠’하고 보여주고 싶어서요.” 학부모 남경희씨(49)는 마치 여고시절로 돌아간 듯 마냥 들떠 있었다. 밀가루와 계란으로 범벅된 교복, 단체로 옷을 벗겨 알몸 상태로 뛰던 일그러진 졸업식 문화가 축제로 바뀌고 있다.

이 학교는 지난해 5월 학부모와 학생들을 대상으로 졸업식 아이디어를 공모했다. 교과서 태우기’ 같은 철 없는 아이디어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의견이 모두가 즐길 수 있는 행사로 만들어달라는 것이었다. 박훈이 교무부장은 “상 받는 아이들을 위해 나머지가 모두 들러리가 되어버리는 그런 졸업식은 재미가 없지 않나”라며 “특히 올해가 정각중학교가 신설된 이래 열리는 첫 졸업식인 만큼 뭔가 의미있는 기억으로 남겨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학생회장을 중심으로 졸업식준비위원회가 구성됐다. 지루한 시상식 일정은 과감히 빼버렸다. 대신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준비한 공연 무대로 꾸몄다.

‘고래의 꿈’이란 프로젝트도 진행했다. 학교의 한 쪽 벽면을 졸업생들의 장래 희망을 담아 만든 지점토 작품으로 장식한 것이다. 피아니스트가 꿈인 아이는 피아노를 만들었고, 교사가 꿈인 아이는 칠판을 그렸다. 아이들이 학교를 떠난 후라도, 언제든 자신들의 옛 흔적을 찾아 모교에 놀러올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였다. 지점토 작품이 오랫동안 보존될 수 있도록 유약을 발라 여러번 굽는 작업까지 공들여 거쳤다. 작은 작품 하나하나가 모이니 거대한 고래 모양이 됐다.

 

각자의 꿈을 품고 이제 더 넓은 바다로 헤엄쳐 나가라는 뜻이다. “사실 초등학교 졸업식은 기억이 잘 안나요. 그냥 자리에 앉아있다가 남들 상 받는 거 보고 돌아왔던 것 같아요. 그런데 올해는 기대가 많이 되어요. 우리가 만드는 거니까. 오랫동안 추억으로 남을 것 같아요.” 김영재군의 말이다. 모두가 축하받아야 하고, 모두가 즐거워야 할 행사. 고이 간직해야 할 마지막 페이지. 그게 진짜 졸업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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