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육아/교육] “님아 안녕, 내 걱정 좀 들어주삼” 인터넷서 고민상담 10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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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11.01.27 15: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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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아 안녕.” 23일 ‘네이트온’ 메신저에 들어가자 황모군(17)이 반갑게 말을 걸었다. 황군은 기다렸다는 듯 최근 여자친구와 헤어진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님아 나 여자친구랑 헤어졌삼. 그 고운 입술로 날 사랑한다고 하더니… 씁쓸하구먼.” 황군의 고민 토로는 2시간 넘게 계속됐다.


서울 소재 고교 1학년생인 황군의 네이트온 메신저 친구는 150명에 달한다. 대부분 인터넷 카페에 올라온 ‘네이트온 친추(친구추가) 구함’을 보고 등록한 사람들이다. 이들 중에는 같은 학교 친구도 있지만 황군은 굳이 그들의 신분을 알려 하지 않는다. 그저 대화를 하면서 고민을 털어놓고, 메신저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주면 그만이다.

황군은 지난해 5월 같은 반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기 시작하면서 네이트온 메신저와 미투데이, 트위터 등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같은 반의 소위 ‘잘 나가는’ 아이들의 괴롭힘에 시달리던 황군은 상담실도 찾아가고, 담임교사에게 도와달라고 요청도 해봤지만 아무도 그를 적극적으로 돕지 않았다.


그러나 온라인에서 만난 사람들은 달랐다. 얼굴도 모르는 친구들이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성의껏 들어주고, 위로도 해주었다. 네이트온 친구에게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털어놓는 한모군(18) 역시 “학교 친구들에게 아버지 흉을 보면 앞에서는 막 걱정해주는 척하면서 뒤에서는 ‘집안이 안 좋다’ ‘노는 데 끼워주지 말자’는 등 뒷담화를 하는 경우를 여러 번 겪었다”고 말했다.


한군은 “선생님도 공부 잘하는 애들이나 신경쓰지, 우리 아버지가 무능하고 술 마셔서 괴롭다는 이야기까지 들어주지는 않는다”고 했다. 메신저 친구에게 고민상담을 하는 10대들이 늘고 있다. 친구와 교사에게 할 수 없는 고민들을 ‘익명의 친구’에게 털어놓는 것이다. 실제 포털 네이버를 통해 ‘네이트온 친추’를 검색하면 수백 개에 달하는 ‘네이트온 친추해요’ 글이 뜬다. 대부분은 10대 중·고생들이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2009년 내놓은 ‘인터넷 중독 유형에 따른 청소년의 온·오프라인 친구관계’에 따르면 청소년들은 또래관계가 소원할수록 우울해지고, 우울할수록 인터넷 의존도가 높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연구결과 청소년 채팅중독 집단은 게임중독 집단에 비해 온라인에서 정서적 안정과 친밀감을 더 많이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현상은 관계지향적인 성향의 여학생들에게 더 두드러졌다.

도승이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청소년들이 온라인에서 만나는 사람들에 대해선 ‘친절하고 내 고민을 들어줄 사람’이라는 환상을 가지기 때문에 쉽게 고민을 털어놓는 것”이라고 말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10대들에겐 신체적 부분뿐만 아니라 심리적 부분에 대한 치료도 중요한데, 우리나라는 청소년 심리상담의 중요성을 고려하지 않아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익명의 온라인 친구를 사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곽 교수는 “우리나라도 미국처럼 학생들의 심리상담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학교심리사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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