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강/의학] 소·돼지 살처분에 ‘살아남은 자’의 죄책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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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11.01.17 13: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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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 파동이 국민적 트라우마가 되고 있다. 키우던 소와 돼지를 살처분한 축산농민은 물론 해당지역 주민이나 방역요원, 수의 의료진까지 상당수가 정신질환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과 전문의들에 따르면 이번 구제역 파동의 재난 상황에서 이뤄지는 무리한 살처분과 방역 과정은 심리적·정신적으로 큰 충격과 부담요인이 되고 있다. 이런 충격을 받은 사람은 일시적으로 무감정 상태가 되거나, 자신이 다른 사람인 것 같은 느낌을 받기도 하고, 충격 받은 장면이 수시로 떠올라 심한 고통을 겪게 된다. 살처분한 장소와 비슷한 곳과 상황을 자기도 모르게 피하게 되거나, 작은 일에도 쉽게 놀라고, 잠을 이루지 못하는 등 다양한 정신적 증상을 경험하게 된다.

 

의학적으로 이를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증후군)’라고 한다. 이런 상황이 오래가고 방치되면 우울증 등 다른 정신질환으로 악화될 수 있으며 자칫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질 수도 있으므로 주의가 요망된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란 일종의 불안장애다. 홍수, 태풍, 지진, 전염병과 같은 천재지변이나 전쟁, 교통사고, 화재와 같은 위협적인 사건을 경험한 후에 생긴다. 반복적으로 그 괴로운 사건을 회상하거나 꿈을 꾸기도 하고 마치 그 사건이 다시 나타날 것 같은 착각, 환각 등을 경험한다.


강북삼성병원 정신과 오강섭 교수는 “가까운 사람이나 기르던 가축이 재해로 죽은 경우 자신만 살아 남은 데 대한 죄책감에 시달리기 쉽다”면서 “특히 그 재난이 피할 수 있었던 인재일 때에는 억울함으로 인해 더욱 자극되어 분노와 함께 상대적 무기력감, 죄책감, 우울감이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대병원 정신과 손지훈 전임의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는 쉽게 만성화하고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뿐 아니라 우울증 등 다른 정신질환을 유발한다”면서 “충격적 사건이 있은 후 수개월이 지난 뒤에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기 때문에 세심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사건이 충격적이고 위협적일수록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가 생길 가능성이 높지만 충격적인 일을 경험한다고 모두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우울증이나 불안장애가 원래 있거나 주변에 의지할 사람이 부족한 경우, 최근 술을 많이 마신 경우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가 나타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서울대병원은 홈페이지(www.snuh.org)와 전화(02-2072-1177), e메일(gujeyeok@snuh.org) 등을 통해 구제역으로 인한 정신질환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홈페이지에서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뿐 아니라 우울증, 자살성향 등의 자가진단도 가능하다.

 

충격이 너무 크거나 적절한 응급치료를 받지 못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가 발병한 경우에는 정신치료 및 약물치료가 필요하다. 이때는 조기 발견 및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재난 후 각종 정신적·신체적 증상이 계속되는 경우에는 정신과 전문의의 진료를 받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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