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연예] 인기는 물거품 연기가 행복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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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11.01.14 15:30:33
  • 조회: 708

 

“어느 부부나 결혼해서 살다보면 많은 갈등과 혼란을 겪잖아요. 또 정말 미칠 것처럼 사랑해서 연애하고 그것도 아쉬워 결혼까지 했는데 어느날 보니 생활의 일부가 돼 있죠. 그런데 이 작품은 그 사랑이 식기 전에 마누라가 죽어요. 죽은 사람의 시간은 산 사람의 기억 속에 멈춰 있지만, 산 사람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늙어갈 수밖에 없잖아요. 30대의 남편이 70대 노인이 될 때까지 마누라의 무덤을 찾아와 이런저런 푸념을 늘어놓는데 거기엔 처음의 사랑이 변함없이 존재해요. 초연 때 관객으로 공연장을 찾았다가 눈물을 펑펑 쏟았어요. 그때부터 꼭 해보고 싶은 작품이었죠.”


SBS드라마 <자이언트>에서 뼛속까지 검은 욕망으로 점철된 악역 ‘조필연’으로 분해 소름돋는 카리스마 연기의 진수를 보여준 배우 정보석(49)이 연극무대에 나선다. 2008년 <연극열전2>로 초연돼 이듬해 앙코르공연까지 전회 매진 기록을 세우며 10만 관객을 동원한 <민들레 바람되어>(21일 대학로 예술극장 대극장 개막)이다. 대학로에서 만난 정보석은 “컷마다 끊어 연기하는 영화나 TV드라마는 한 인생을 온전히 연기한 느낌이 부족하지만 연극 무대는 어느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한 인물의 삶을 사는 데서 오는 쾌감이 크다”며 “하고 나면 잘 논 뒤 오는 뿌듯함과 카타르시스가 커 자주 출연하려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작품에서 30대에서 70대까지 모두 다섯번 분장을 바꾸고 무대에 등장하는데, 나이들면서 한 인물이 변화하는 과정을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의 연기 스펙트럼이 넓다는 것은 이미 여러차례 증명된 사실. 지난해만 해도 MBC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 무능한 구박덩어리 ‘주얼리 정’으로 분해 배꼽을 잡게 하더니, 이내 <자이언트>에서 극악한 모습으로 보는 이들의 혀를 내두르게 했다. 지난 연말 열린 ‘SBS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많은 시청자들이 그를 대상 수상자로 지목한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 결과적으로 우수상에 그쳤지만 정작 정보석은 “작품하는 동안 많이 행복했고 그걸로 만족한다”며 손을 내저었다. 그는 “제2의 전성기를 맞은 것 아니냐”는 질문에 “아직은 전성기가 오지 않았다”고 응수했다. “저는 여전히 진행형이고 도전 중이기 때문에 제2의 전성기라는 말은 맞지 않다고 생각해요. 분명한 사실은 작품을 통해 얻은 인기는 내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작품 속 캐릭터를 향한 갈채이기 때문에 온전히 혼자 받아야 할 영광이 아니죠. 작품이 끝나면 시청자들의 관심은 또 다른 곳으로 이동하니까요. 좋은 작품이 존재할 때만이 인기도 따라오죠. <폭풍의 연인>(출연 중인 MBC드라마)만 해도 시청률이 잘 안나오고 있잖아요(웃음).”


그는 오늘의 자신을 있게 해준 것은 초창기 연기를 못한다는 질타, 그로 인한 좌절의 아픔이라고 말했다. 중앙대 연극영화과에서 연출을 전공한 그는 졸업작품 <소금장수>에서 주연을 맡았다가 교수, 선배들로부터 “다시는 연기할 생각하지 말라”는 호통을 들었다. 오기가 생겨 졸업후 라면, 떡볶이를 팔아 번 돈으로 연기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했고 1986년 당시 스타등용문이던 MBC 창사 25주년 기념 특집극 <젊은날의 초상>에 500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뚫고 주연으로 캐스팅됐다. 하지만 연기를 못한다는 이유로 또 촬영 하루 만에 쫓겨나야 했다. 하지만 7전8기라고 했다. 오히려 이를 악물었다. ‘칼을 뽑았으니 끝장을 봐야겠다’고 작심했다. 하지만 단 한순간도 ‘스타’가 되겠다는 욕심은 없었다. “인기는 한순간이고 물거품 같은 것이라고 생각해요. 다만 그렇게 망신을 당하면서도 하고 싶었던 연기를 이렇게 하면서 사는 것이 행복하고 감사할 뿐이죠.”


12년째 수원대 교수로 출강 중인 그는 “연기는 배우가 살아온 날들과 생각이 작품 속 캐릭터와 만나 표출되는 것이기에 누가 가르친다고 발전하지 않는다”며 “결국 진지한 삶의 태도와 많이 이해하려는 노력이 좋은 배우를 만든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언제나 ‘딱 하루치’만 생각하면서 단순하게 산다는 정보석. 그에게 올해 계획을 묻는다는 게 의미가 있을까. 대신 그는 “방송데뷔 25년을 맞은 이 시점에서, 지금까지는 연기를 막 발산만 해왔다면 이제는 조금씩 담아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담아내야 할 게 무엇인지 찾아내는 과정의 하나로 그는 요즘 사진공부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에게서는 인생을 관조할 줄 아는 사람만이 지닌 넉넉한 여백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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