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대중문화적 상상력 늘고‘인터넷 소설’의 일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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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10.12.30 15: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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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세대의 약진 = 2000년대는 새로운 상상력이 약진한 시기다. 만화나 영화, 게임이 갖고 있는 대중문화적 요소를 소설 속에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등 이전과는 전혀 다른 감수성으로 무장한 젊은 작가들이 등장했다. 문학평론가 황종연은 “할리우드 영화부터 일본 애니메이션까지 다국적 문화 소비의 경험들이 소설의 중요한 밑천이 되고 있다”며 “2000년대 새로운 목소리로 부를 수 있는 작가들은 대중문화의 자원들을 전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설가 박민규나 김중혁이 하위문화적 요소를 전복적으로 사용한 대표적인 작가들이다. 또 잔혹하고 폭력적인 스릴러 요소를 비틀어서 사용한 편혜영, 백가흠도 이에 속한다. 이른바 ‘순수문학’과 장르문학의 경계가 희미해지면서 미스터리, SF, 판타지 등 장르문학적 요소를 적극 차용하는 문단 내 작가들도 늘어났다.

 

역으로 문단 밖의 작가인 SF 소설가 배명훈이 문단 내에서 ‘러브콜’을 받는 것도 이를 입증한다. 시에서도 ‘세대교체’가 활발히 이뤄졌다. ‘미래파’라고 불리며 낯설고 난해한 시를 쓰는 일군의 시인들은 기존의 서정시와 전혀 다른 새로운 감수성과 미학으로 ‘미래파’를 둘러싼 시단의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김행숙, 황병승, 김경주 등이 대표적이다.

 

◇ 문학도 디지털화 = 인터넷과 소설의 접속 또한 이제 일상이 됐다. 2007년 소설가 박범신이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소설 <촐라체>를 연재하면서 시작된 인터넷 소설 연재가 황석영, 신경숙, 은희경, 김훈 등 내로라하는 유명 작가들이 줄줄이 참여하면서 붐을 이뤘다. 포털사이트에서 인터넷 서점으로, 출판사별 웹진이나 블로그로 인터넷 연재 지면이 늘어나면서 유명 작가부터 신인 작가까지 다양한 작가들이 온라인에서 독자들을 만나고 있다.

 
문학평론가 이광호는 “블로그나 웹진을 통해 문학이 소비되고 전자책 시장이 점차 성장하면서 문학이 생산되고 소비되는 방식에 중요한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며 “종이를 통하지 않고 실시간으로 독자들과 소통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 장편의 증가, 풍요 속의 빈곤 = 2000년대 한국 문학은 단편 위주의 창작 풍토에서 장편소설 중심으로 완벽히 체질 개선을 한 듯하다. 해외에 소설을 수출하고, 영화나 드라마·뮤지컬 등 대중문화 산업의 ‘원재료’로 사용하는 장편소설 수요가 증가하면서 문단에 ‘장편 대망론’이 떠올랐다.

 

1억원짜리 상금을 내건 장편소설 문학상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으며, 인터넷 소설 연재지면 확대로 장편소설 창작과 출간이 크게 증가했다. 그러나 문학의 ‘체질 개선’이 출판시장이나 급작스러운 연재지면의 팽창에 따른 외부적 요구에 의해 강제된 것이어서 그에 걸맞은 질적인 변화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른바 풍요 속 빈곤이다.


소설가 김영찬은 주목받는 젊은 소설가 편혜영과 이기호의 첫 장편에 대해 “장편이 단지 기존 단편들의 조합이나 반복 혹은 부풀림이 아님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장편은 기존의 세계와 대결하는 문학이며 전체 사회의 문제를 상상력으로 떠맡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학평론가 백낙청도 “훌륭한 단편을 곧잘 써내다가도 장편을 시도하면 이름값을 못하는 작가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백씨는 그러면서도 100만부가 넘게 팔린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 박민규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를 2000년대 한국 문학의 활력을 보여주는 뛰어난 소설로 꼽았다.

 

◇ 사회로의 귀환, 문학과 정치의 새로운 관계 맺기 = 2000년대 전반부의 작품들이 현실보다는 대중문화 등 하위문화적 요소에 관심이 많았다면, 후반부로 오면서 작가들은 현실문제에 관심을 표출하고 그것을 자신의 미학으로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촛불집회, 전직 대통령의 죽음, 용산참사 등은 이런 작가들의 현실로의 귀환을 촉진시켰다. 젊은 작가들은 ‘작가선언 6.9’를 결성해 정부를 비판하는 성명을 내고 용산참사 유족들과 연대해 1인 시위 등을 벌이는 실천을 하면서 동시에 이를 어떻게 문학으로 끌어올 것인가 고민했다. 이런 논의는 ‘미래파’로 명명되는, 정치와는 무관해 보이는 젊은 시인들을 중심으로 활발히 이뤄졌다.

 
문학평론가 이광호는 “예전의 참여문학이 문학작품 속에 정치적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이었다면 요즘은 내용이 아니라 언어나 감각의 차원에서 문학의 정치성을 사유하게 됐다”며 “직접적 정치적 메시지가 아닌 언어나 감각의 급진성 차원으로 문학의 정치성에 대한 논의를 제기하면서 정치성 문제를 새로운 층위로 끌어올렸다”고 말했다. 이런 흐름과 함께 다문화 사회, 88만원 세대의 문제, 재개발 문제 등을 다룬 소설들도 2000년대 후반에 활발히 창작됐다.

 

◇ 2000년대를 대표하는 작가는 누구 = 많은 평론가들이 박민규를 꼽았다. “2000년대적 경향을 대변한다”(황종연), “소설의 새로움을 모색하면서 젊은 세대의 무기력증에 과감히 도전했다”(고명철)는 평을 받았다. 김연수도 빼놓을 수 없다. 평론가 김윤식은 “한국적 상상력은 소멸되고 세계적 상상력이 지배하는 지구화 시대에서 그것을 가장 깊이 고려한 작품 세계를 선보이는 작가”라고 호평했고, 고명철은 “인문사회학적 지식을 동원해 소설이 아니면 표현할 수 없는 미학적 현실인식을 보여준다”고 평했다. 김애란도 “부성에 대한 긍정적 희화화, 가족의 재구성 등을 통해 새로운 여성상을 그려냈다”(김미현), “반문화적 충동을 갖고 있는 젊은 여성을 통해 하류지향적 상상력을 보여줬다”(황종연)는 이유로 2000년대를 대표할 작가로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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