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져/여행] 아찔한 벼랑길 따라 ‘전설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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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10.12.22 13:5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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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여수는 섬천지다. 육지에서, 바다에서, 섬에서 섬을 본다. 이곳 다도해 해상 국립공원 지역엔 섬만 310여개가 있다. 또 하나, 지금 여수는 시간을 가로질러 가고 있다. 2012년 여수 엑스포를 앞두고 관광지 재정비와 도시 새단장에 한창이다.

 
다도해해상국립공원 금오도 지구의 중심인 금오도에도 엑스포의 기운이 조금 흘러들었다. 깎아지른 해안 절벽을 따라 섬 둘레를 도는 생태탐방로가 최근 새로 생겼다. ‘비렁길’이라 불리는 이 둘레길은 총 8.5㎞, 4시간가량 걸리는 코스. 이 중 함구미~초포 5.5㎞, 1시간 30분짜리 코스를 걸었다. ‘비렁’은 ‘벼랑’의 여수 지역 사투리다.

 

금오도는 아름답다. 흔한 수사가 아니라, 남녘에서도 보기 드문 풍광을 지닌 섬이다. 배를 타고 마을 입구에 들어섰는데, 곳곳에 건조 중인 유자가 즐비하다. 마을 사람들이 유자를 말려 약초로 판매한다고 한다. 그만큼 섬에 유자나무가 흔하다. 붉은 동백을 통째로 툭, 툭, 떨어뜨린 동백나무도 많았다. 바닥으론 방풍나물 밭 천지다. 언뜻 보면 바닥에 꼭 붙어난 모양새가 시금치 밭 같기도 한데, 그보다 노란빛이다. 그리하여 느낌이 따뜻하다.

 

길을 걷다보면 억새밭, 이순신 장군이 꺾어다 화살로 만들었다는 얇은 줄기의 대숲도 곳곳에 펼쳐진다. 원시림은 희귀한 생물을 품는다. 노랑때까치, 수리부엉이 등 희귀조류 35종이 여기 산다. 워낙 풍광이 수려해 <인어 공주> <혈의 누> <김복남 살인 사건> 등 많은 영화들의 촬영지로도 이용됐다. 비렁길은 해안에 접한 50m 내외의 벼랑을 따라 조성돼 있다. 남해안에서 찾아보기 힘든 해안단구의 벼랑이다. 탐방로를 조성하면서 목재 난간과 데크를 설치하고, 표지판을 갈림길에 세웠다. 왼쪽엔 원시림, 오른쪽엔 바다를 두고 오솔길을 따라 걷다보면 나무 데크가 설치된 길이 나온다.

 

여기부터가 아찔한 벼랑 위를 걸을 수 있는 길이다. 바다 멀리, 물이 빠지면 하나의 섬으로 연결되는 개도와 사도, 나로호를 발사한 나로도 등 섬들을 볼 수 있다. 비렁길 지기를 자처한 남면사무소의 윤은택씨(50)는 “마을 노인들은 예전에 절벽 위에 배를 깔고 누워 상어를 낚았다고 회상하기도 한다”고 했다. 한갓지기 짝이 없다. 40분 정도 걸으면 갑자기 드넓은 평지가 나온다. 여기는 마을 사람들이 ‘절터’라고 부르는 곳이다. 구전되는 이야기가 있다. 한 도사가 이곳에서 지팡이를 두드려 절터를 만들고 절을 짓고 불공을 드렸다 한다. 하루는 상좌아이가 공양쌀을 씻다가 벼랑 아래로 떨어져 죽었다. 그래서 도사는 이곳을 떠나게 되는데, 떠나면서 지팡이를 쳐 산봉우리를 무너지게 하고 절의 흔적을 없앴다 한다. 믿거나 말거나, 지금도 상좌아이가 쌀을 씻던 절벽 위에 하얀 쌀뜨물 흔적이 남아 있다 한다. ‘신선대’라고 부르는 곳은 집터처럼 보이는 곳인데, 그곳 경치가 아름다워 신선이 살았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전설은 개연성을 지닌다. 절터는 산봉우리를 일부러 무너뜨린 듯 갑작스러운 평지이고, 신선대는 초현실적인 기운이 묻어나는 곳이다.

 

다시 내려오는 길, 민가에 들렀다. 이곳 민가는 자연 돌담이 소박하고 예쁘다. 부디 ‘예술 마을’ 바람에 휩쓸려 벽화로 오염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 마침 아낙네들이 김장에 한창이었다. 한 입 받아먹고, 수돗가 물을 틀어 마셨는데 그게 꿀맛이다. “저 우에 절터 다녀왔냐”고 재차 묻던 주민은 “함구미 물맛 좋지?”라고 묻는다. 그러면서 “그게 벙어리가 말문이 트이고, 마시면 아들 낳는다는 물이제” 한다. 김치, 물, 김치, 물을 서너번 반복하고서야 그곳을 나왔다. 폐가나 빈집터 몇 개가 눈에 띄었다. 주변 사람들 몇몇이 “이사와야겠다…”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여행길잡이
호남고속도로에서 순천 IC로 진행한다. 17번 국도를 타고 여수방향으로 달리다 보면 여수 여객 터미널이 나온다. 여기서 여객선을 타고 들어가야 한다. 항공편을 이용해도 된다. 여수 공항이 있다. 2011년엔 KTX도 들어서 3시간 20분이면 닿을 수 있다.
중앙동 물량장에서 금오고속훼리호가 3회, 여객선터미널에서 한려페리호가 3회 왕복운항한다. 소요시간은 1시간 10분. 차량 운반도 가능하다.
문의 (주)화신해운 061-665-0011, 한림해운(주) 061-666-8092 현지 남면콜택시 011-608-2651
여수시 남면 사무소에서 추천한 시간별·난이도별 코스.
1코스(함구미~여천): 함구미 선착장-용두(도장바위, 미역바위, 스달빛벼랑)-절터-전망대-대부산 정산-여천(2시간 30분 5㎞, 등산이 포함돼 난이도 중)/2코스(함구미~초포): 함구미 선착장-용두-절터-신선대-초포(1시간 30분 5.5㎞, 난이도 하)/3코스(함구미~직포): 함구미 선착장-용두-절터-신선대-초포-굴등 전망대-촛대바위-직포(3시간 30분 8.5㎞, 가족·연인과 한가롭게 걷기 좋은 코스 난이도 하)
섬마을 민박(함구미) 061-664-9133, 곽한영 민박(초포) 061-664-9231, 보대민박(직포) 061-665-9857
문의 남면사무소 061-690-2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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