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연예] “가끔은 철부지이고 싶은데… 어른이 될 수밖에 없는 게 연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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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10.12.14 11:5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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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촌들의 예쁜 조카, 군인 아저씨들의 여동생, 또래들의 애인이자 친구. 우리시대의 ‘소녀시대’는 걸그룹을 떠나 하나의 ‘문화 아이콘’이 됐다. 이제는 현해탄 건너 일본에서까지 인기를 끌면서 굵직한 수출품목(?)으로 자리잡았다. 행복하게도 김제동은 이들 멤버 9명의 ‘오빠’다. 흠흠. 아저씨지 무슨 오빠냐? 항변하신다면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그네들이 나를 ‘오빠’로 부른다. ‘소녀시대’의 수영을 만났다. 왜 수영만 만났느냐? 잘못하면 팬클럽에서 ‘짱돌’이 날아올 것 같아 해명하자면 이 인터뷰의 특성과 멤버들의 스케줄 때문에 일방적으로 소속사에서 추천했다. 그러니 오해 없으시길.

 

-얼마만이고? 1년 됐나?
“에이 무슨 1년이에요. 하하 오빠 집에서 봤잖아요. 반년 만인 거 같은데요.”
-오빠가 깜박깜박해. 니도 나이 들어봐라. 그나저나 일본 가서 1등 하니 기분이 어떻디?
“아직도 믿을 수가 없어요. 모든 게 신기하고. 예전에 제가 혼자서 일본에서 3년간 활동했던 적이 있잖아요. 그 시절에 <뮤직 스테이션>이라는 일본 음악 프로그램에 나가고 싶어서 일본 매니지먼트사에 졸랐어요. 그런데 거기에 나가기엔 너무 무명이었죠. 이번에 그 프로그램에 출연했어요. 얼마나 신기하고 좋던지. 다른 친구들은 그냥 출연하나보다 했는데 저는 정말 소리없이 울었어요.”
-뭉치니까 산 거네. 그래도 외국 나가서 활동하는 게 쉽지는 않을 거야.
“멤버들이 너무 소중하고 사랑스러워요. 사람들이 너무 힘들지 않으냐고 묻는데 멤버들끼리 똘똘 뭉쳐서 수학여행 간 것처럼 재미있게 지냈어요. 우리끼리 디즈니랜드도 갔다왔어요. ‘우린 죽어도 성공해야해’. 이런 거 없어요. 우리가 즐겁고 재미있어야 팬들도 재미있거든요.”
-난 디즈니를 별로 안 좋아해. 아니 ‘눈이 큰 것들’이 싫어.
“아유 참, 오빠도. 난 디즈니 너무 사랑해요. 하늘이 내려준 선물같아요. 팅커벨이 와이어 타고 갈 때는 너무 감동해서 울 뻔했어요.”
-너 스물두살인데 이제 놀이공원이나 미키마우스 보고 좋아할 나이는 지나지 않았니?
“상관없어요. 우리 언니는 스물여섯인데 아직도 미키마우스 진짜 좋아해요.”

 

이쯤 얘기하면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운 수영 때문에 내 맘이 콩당콩당 뛰어야 하는데 마치 자수성가하고 돌아온 여동생을 뿌듯하게 바라보는 오빠의 심정이다.

“오빠. 제가 데뷔하기 전에 한 패션잡지에서 CF를 찍은 적이 있어요. 그때가 중학교 2학년 때였는데 짧은 인터뷰도 했죠. 어떤 연예인을 좋아하느냐고 묻기에 제동오빠 팬이라고 말했어요.”
-그런데 왜 그런 말을 이렇게 늦게, 그렇게 소곤거리듯이 하니?
“애들이 알면 왕따시키거든요. 저 조인성, 조승우씨 완전 팬이에요. 한 번도 만난 적 없는데 꼭 만나보고 싶어요. 황정민씨도 그렇고.”
-야, 말 돌리지 말고. 갑자기 내 팬이라고 하더니…. 왜? 지금은 팬 아니야?
“제가 닿을 수 없는 거리, 만나지 못한 상태에 있을 때가 팬이고 좋은 거죠. 친해지고 나면 친한 선후배인 거지 팬은 아닐 것 같아요. 오빠도 그런 거고.”
-흠. 나는 그런지 몰라도 조인성, 조승우는 다를걸? 그 친구들은 그냥 친한 선후배, 친한 오빠는 안될 거야. 남자가 봐도 매력있거든. 어쨌든 잘해라. 이상하게 난 자꾸 어린 친구들만 보면 짠해.
“사실 저는 무척 설레였어요. 오빠랑 인터뷰한대서. 내가 오빠처럼 정신과 개념이 제대로 된 사람과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 내가 오빠와 이야기가 통하는 사람 범주 안에 든다는 그런 뿌듯한 기분이 들어요.”
-어이구, 그걸 아는 거야? 하하. 하여튼 대중이 너로 인해 계속 행복할 수 있으려면 네가 가진 고유의 모습을 잃지 않는 것일 거야. 그나저나 일본에도 삼촌팬들이 많은 거야?
“아뇨, 일본에서도 우리나라처럼 여성팬들이 많아요. 언니팬, 이모팬도 많구요. 무대에 오르면 또래들이 제일 열광해요. 삼촌팬들은 조용히 지켜보시죠.”
-마음은 뜨거운데 힘이 달려서 그럴 거야. 소리 지르고 싶은데 2분 이상 지르고 나면 기침 나오고 목에서 뭐가 올라와서 힘들어. 아직도 팬레터 많이 받아?


“너무 많죠. 일본 팬들이 한국어 공부해서 쓴 편지도 기억에 남구요. 책을 읽고 선물해준 분도 있는데 그냥 책만 보낸 게 아니라 두꺼운 노트에 일일이 좋은 구절을 적어서 보내주세요. 션(가수) 선배가 쓴 책을 보내신 분도 있었는데 그 분이 ‘언젠가 이분들처럼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싶다’고 하셨어요. 저 역시 그러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벌써 결혼 생각해?
“그냥 생각해 본 적 있죠. 이 세상 어딘가에는 있을 내 인연 말이죠. 얼굴은 물음표지만 존재 자체는 있을 거 아녜요. 누군지는 몰라도 그 존재가 사랑스럽다는 생각도 들고 궁금하기도 하고 그래요.”
-난 그런 생각하면서 37년을 견뎌왔어. 얼마나 억울하겠니. 그런데 아이돌로 살면서 연애를 한다는 건 힘든 것 같아. 만나는 사람이 한정돼 있고 스케줄도 워낙 바쁘고, 갈 수 있는 곳도 제한돼 있고.

왜 사람들은 ‘소녀시대’에 열광할까. 그것도 한국뿐 아니라 일본, 대만, 홍콩 등지의 사람들까지. 수영이는 그걸 “에너지와 열정”이라고 했다.

“제가 멤버 중에서는 좀 엄격한 편이에요. 늘 제가 부족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멤버들에게 다음엔 좀 더 이렇게 해보자는 의견도 많이 내놓고, 안무에 대해 지적도 많이 해요. 줄 틀리거나 뭔가 일사불란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도 제가 많이 꼬집고. 한마디로 멤버들에게 ‘지적질’을 많이 하는 거죠.”
-우하하. 나 지금 육군병장이나 선임하사하고 인터뷰하는 것 같다. 그런데 네가 틀리면 어떡하냐?
“애들이 지적해주죠. 틀린 것 잡아서 이야기해주면 전 고마워요. 단체생활을 하면서 배운 것 중 하나는 ‘말의 중요성’이죠.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내 마음에 꼬투리를 잡겠다는 의도가 있으면 아무리 순화시켜도 받아들이는 사람은 결국 기분이 나빠요. 그리고 내가 흥분이 돼있거나 화가 나 있으면 한 템포 쉬고 다음에 괜찮아졌을 때 이야기해요. 그럼 기분이 나쁘지 않도록 얘기하니까 오히려 받아들이는 쪽이 고마워하죠.”

-왜 이렇게 철이 일찍 들었니. 옛날에도 그랬지만.
“멤버들이랑 있다보면 내가 어른이 된 것 같고 그래요. 연예인이란 게 어른이 될 수밖에 없는 직업인 것 같아요. 그런데 그걸 엄마가 많이 잡아주죠. 네가 아무리 ‘소녀시대’라 해도 집에 오면 내 막내딸이지 ‘소녀시대’가 아니다 그러시거든요. 한편으로는 내가 나를 통제해야 하는 어른이 빨리 되는 게 너무 싫어요. 영원한 소녀가 좋은데….”

 

수영이와 얘기하다 보니까 내 누나 같은 생각이 든다. 하긴 나도 내가 덜 자란 소년이 아닐까 생각하다가도 문득 어른이 됐다는 걸 깨닫는다. 예전에 어른들이 음료수컵에 소주를 부어마시는 걸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데 요즘은 내가 밥먹으면서 글라스에 소주를 따라 마신다. 천상 내가 아저씨가 됐구나 하고 느끼는 순간이다.

“오빠도 연예인이 무대에서 내려오고 녹화가 끝나면 어떤 생활을 하는지 아시잖아요. 어른들의 생활이라고 해야할까. 가끔 스물두살 철부지가 되고 싶은데 세상이 그걸 용납하지 않잖아요. ‘소녀시대’로 사랑받고 살면서 가질 수 있는 게 늘어나고, 거기에 익숙해지고…. 그런 게 두려워지면서 그게 익숙해지면 안될 것 같고 그래요. 흔히 말하는 연예인의 모습이 되고 싶지 않은 거죠.”

-그래. 초심을 지키면 돼. 그게 있어야 무대에서 내려왔을 때 허탈한 마음을 치유할 수 있거든. 다른 사람에 의해 평가받지 않는 자신만의 지위와 위치를 간직하고 고수해야 하는 거지. 연예인 수영은 언젠가 사라질 무지개일는지 모르지만 막내딸 수영이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안락하고 편안한 지위지.
“우리가 인기를 얻게 되기까지 많은 분들이 낸 아이디어에 동참한 것뿐이라는 생각이에요. 한 곡이 완성되어 무대에 오르기까지 정말 많은 분들의 피땀이 배어 있어요. 우리는 입혀준 대로 옷 입고, 사진찍고, 연습한 대로 춤추고 노래하고. 막연하게 사랑받는 게 좋다가도 이렇게 사랑받아도 될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수영의 얘기처럼 그들의 뒤에 수많은 사람들의 피땀이 있었겠지만 나는 아이돌 멤버들이 얼마나 많은 걸 포기하고 노력했는지 잘 알고 있다. 인기를 얻기 위한 노력과, 그 인기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들. 이 나라 젊은 친구들이 다 그렇겠지만 아이돌 역시 그 고민들을 안고 대중 앞에 서는 것이다.

 

-늘 궁금했는데…. 네 또래들이 소개팅하고 그런 걸 보면 부럽다는 생각이 안드니?
“그건 못하지만 딱히 부럽지는 않아요. 다른 애들처럼 영화도 보러가고, 놀이공원도 가고, 네일아트도 하고, 머리염색도 하러 가는걸요?”
-난 누가 선을 보러 간다면 부럽더라. 왜냐면 내가 못보잖아. 선이라는 건 서로를 모르는 상태에서 나가는 건데 우리같은 연예인은 상대가 나를 알고 나오잖아. 얼굴이 알려지고 이름이 알려지는 순간 선이나 소개팅의 설렘은 불가능한 거야.

 

수영과 얘기하면서 스물두살의 꽉찬 소녀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녀에게서 ‘소녀시대’가 이토록 사랑받는 걸그룹으로 거듭난 비밀을 엿보는 듯했다. 하긴 MBC <환상의 짝궁>에 함께 나오는 오상진 아나운서가 당찬 수영이 때문에 철딱서니 없는 어른같다는 생각을 자주 했었다.

“오빠가 모르는 게 있어요. 여자들에겐 내숭이라는 게 있거든요. 저는 매일 내가 ‘초딩’같다는 느낌을 자주 받아요. 사소한 일에 삐치거나 생색내고…. 멤버들끼리 신경전을 벌일 때도 그래요. 예를 들면 내가 호피무늬의 네일아트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어느날 다른 멤버가 하고 올 때가 있어요. 괜히 고깝고 얄미운 생각이 들어요. 반대로 제가 네일 숍에 가서 어떤 무늬를 했는데 주변에서 예쁘다고 칭찬하면 괜히 으쓱하고 자랑하고 싶어지죠. 그런 심리 누구나 있잖아요.”
-으흠, 알겠다. 멤버들끼리도 싸우긴 싸운다는 얘기네. 여성들의 심리에 대해서 한 수 배웠다. 넌 남자들 심리에 대해 궁금한 거 없니?
“술이오. 오빠도 주당이지만 왜 그렇게 쓴 술을 죽자고 마시는지 잘 이해할 수 없어요. 컴퓨터 게임을 밤새워 하는 것도 이해 못하겠고.”

 

그래 아직 수영이 그걸 이해할 수 있을 나이는 아닐 터이다. 나라고 왜 소주를 글라스에 부어 마시는지 알겠는가. <어린 왕자>에서 술꾼이 그 질문에 답한 말이 있다. “왜 술을 마셔요?” “내가 술마시는 게 부끄럽다는 걸 잊기 위해서지.”
흐흐 수영아. 삼촌팬들은 가끔 너와 술잔을 마주하며 두 사람의 미래를 얘기하고 싶어 한단다. 그게 단지 꿈일 때 술을 마시는 거란다. 그것도 밤새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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