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연예] ‘두여자’ 심이영 “포스터에 얼굴만 나와도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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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10.11.30 14:0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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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알아볼 뻔했다. <파주> 속 이선균의 아내, <두 여자> 속 정준호의 정부는 전혀 다른 배우로 보였다. 인터뷰를 위해 마주앉은 그는 또 달라보였고, 그날 저녁 본 미니시리즈 <매리는 외박중> 속에서도 얼굴을 알아보는 데 시간이 걸렸다.

 

심이영(30)은 첫눈에 기억되는 개성있는 얼굴을 갖지 않았다. 다양한 역을 해야 하는 배우에겐 좋은 일 아니냐고 속편하게 얘기들 하겠지만, 그건 어느 정도 이름을 알린 뒤의 일이다. 2000년 <실제상황>으로 데뷔했으니, 벌써 10년이 됐다. 하지만 포스터에 얼굴이 나온 건 <두 여자>가 처음이다.

 

심이영은 이 영화에서 건축가 지석(정준호), 산부인과 의사 소영(신은경) 사이에서 불화의 씨를 뿌리는 여인 수지로 등장한다. 수지는 지석과 함께 일하는 건축학도이자, 파트 타임 요가 강사다. 더없이 행복한 가정생활을 누리고 있다고 생각한 소영은 남편에게 다른 여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채고 그 여자 수지를 미행한다. 수영은 얼떨결에 수지의 요가 수업을 듣기 시작하고, 두 여자는 차츰 교감을 나눈다.

 

신은경·정준호라는 유명 배우가 등장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온 이들이 입에 올린 이름은 심이영이었다. 마음 속에 뜨거운 불덩이를 안은 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20대 중반 여인 역을 영리하게 소화한 낯선 배우에 호기심이 생겼다. “욕심이 끝이 없네요. <파주> 때는 ‘포스터에 내 얼굴만 나와도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막연히 그 다음 단계를 생각하고….”

 

<두 여자>에는 노출 장면이 많다. 남녀 사이는 물론이고, 두 여자 사이에도 묘한 느낌의 관계가 형성된다. 두 여자가 고급 온천 호텔에서 상반신을 드러낸 채 개인 욕탕에 함께 들어가 있는 장면 같은 것은 한국영화에서 나온 적이 없다. 심이영은 “여자들은 속까지 드러낼 만큼 친해지지 않는 이상 함께 목욕하는 일이 없다. 둘의 관계를 보여주기 위해 꼭 필요한 장면이었다”고 설명했다.

 

남은 감정의 싹을 힘겹게 뽑아낸 채 돌아서는 종반부의 한 장면은 촬영 전부터 걱정이 많았다. 다행히 생각보다 좋은 연기를 한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했다. 심지어 완성본을 두 번 봤는데, 매번 이 장면에서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수지의 아픈 마음이 잘 이해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정윤수 감독은 심이영에게 <두 여자>에서 세 가지 모습을 보여줄 것을 주문했다. 소영에겐 사랑스럽지만 불쌍한 동생으로, 지석에겐 착착 ‘감겨드는’ 여자로, 요가 시간엔 무뚝뚝한 강사로. 쉽지 않은 주문이었지만, 신인 아닌 신인 심이영은 이 까다로운 요구를 능숙하게 충족시켰다.

 

심이영은 고교 졸업 후에도 별다른 목표가 없었다. 학원에서 제빵 기술을 배운 뒤 빵집에 취직했고, 작은 회사에서 경리로 일하기도 했다. 지인의 권유로 연기 학원에 가봤는데 꿈에도 생각하지 않던 연기가 생각 이상으로 재미있었다. 이후 영화, 시트콤, 드라마를 가리지 않고 출연했다. 10년 세월동안 크게 이름을 알리진 못했다. 하지만 “남들의 이목을 끌건 안끌건 난 변화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라도 스스로 격려해야 했다”고 그는 말했다.

 

<두 여자>는 그의 배우 생활에 한 전기가 될 듯하다. “얼굴이 아닌 연기로 기억에 남겠다”는 말도 공허한 다짐으로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감독의 손길에 따라, 영화 색깔에 따라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보이는 여배우를 누가 마다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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