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장르문학 ‘사회속으로 한 걸음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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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10.11.22 17: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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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소설이나 추리소설 같은 장르소설은 때로 그 시대의 사회문제를 포착하고 미래를 전망하는 예리한 촉수가 되기도 한다. 장르문학 작가들이 우리 사회의 문제를 독특한 상상력으로 풀어낸 작품들이 잇따라 출간됐다. 한국 장르문학의 현주소를 가늠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환상문학 웹진 ‘거울’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과 SF작가 듀나는 ‘독재자’를 테마로 한 단편집 <독재자>(뿔·왼쪽)를 펴냈다. 김보영, 김창규, 곽재식 등 9명의 작가가 우리 안에 잠재된 독재와 권력의 실체를 파헤친다. 민주화가 이뤄진 현재, 젊은 작가들이 그려내는 ‘독재자’는 구체적인 개인의 모습이기보다는 대기업을 비롯한 자본, 국가권력, 언론과 같은 강고한 사회 시스템으로 형상화된다.

 

듀나의 ‘평형추’는 국가 이상의 권력을 행사하는 다국적 기업을 그린다. 죽은 회장의 뇌에 이식되었던 ‘웜’을 우연찮게 이식받은 최강우는 죽은 회장의 기억을 공유하게 되고, 그것을 이용해 크게 한탕하려 한다. 그러나 그의 행동조차 죽은 회장의 의도대로 흘러가고 있음을 알게 된다. 거대한 시스템 안에서 설계자의 통제를 벗어나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많지 않음을 보여준다. 동남아시아의 섬을 통째로 사들여 이에 저항하는 원주민들을 말살하고 이로 인해 테러 위협에 시달리는 등 자본권력이 국가를 넘어 실질적으로 세계를 지배하는 독재자가 된 모습이 드러난다.

 

김보영의 ‘신문이 말하기를’은 홀로그램을 내세워 여론 조작이 가능해진 근미래 사회가 배경이다. 시스템 유지의 첨병인 언론을 조작해 개인의 행동과 사고를 움직이는 사회를 그린다. 출판사 관계자는 “지난해 여름 기획에 들어갔다”며 “당시 한국 사회의 독재와 권력에 대해 작가들이 민감하게 의식하고 있었고 대중들도 관심을 가질 만한 소재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국추리스릴러 단편선3>(황금가지·오른쪽)도 입시제도, 외국인 노동자, 노인 인권 등 우리 사회의 다양한 문제들을 담아내고 있다.

 

최혁곤의 ‘밤의 노동자2’는 우리 사회의 외국인 인권 문제를 다룬다. 신문사 기자에게 테러를 예고하는 사진이 보내지고 전직 형사와 전직 기자가 함께 사건을 쫓는다. 사진을 분석한 결과 탈레반 조직원이 한국에 잠입했음을 알게 되고 그들의 거처를 급습한다. 폭탄 제조의 흔적을 발견하고 테러 예상 지역을 추적하지만 폭탄과 ‘테러범’은 엉뚱한 곳에서 발견된다. 이슬람권 사람에 대한 우리 내부의 편견과 외국인 노동자의 인권 실태를 꼬집는다.

 

이 밖에도 박하익의 ‘무는 남자’는 사립여고를 배경으로 아침마다 등굣길 여고생을 물고 도망치는 변태를 추적하는 여고생의 활약을 통해 한국의 입시위주 교육과 사학재단의 비리를 드러낸다. 전건우의 ‘전철 수거왕’은 지하철에서 무가지를 수거하는 노인들의 이야기를 통해 노인 근로복지 문제를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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