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야기] 평균나이 58살, 늙었지만 늦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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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10.11.18 18: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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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이 채 보름도 남지 않은 고3 학급. 연필로 밑줄을 쳐가며 영어단어를 외우고 또 외운다.

점심시간에 도시락을 먹으면서도 기출문제를 풀어본다. 수업이 끝난 뒤에는 학교 안에 마련된 독서실에서 다시 책상에 얼굴을 파묻는다. 여느 학교에서나 일상적으로 볼 수 있는 풍경이겠지만,


일성여자중·고등학교(서울 마포구 염리동) 3학년 4반은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 이 학급 학생들의 평균 나이는 58세다. 연필을 들고, 책장을 넘기는 학생들의 손에는 세월이 새겨 놓은 주름이 져있다.

이 학급 59명의 학생들은 제때 배우지 못한 회한과 한을 가지고 있다.

가난 때문에 또는 결혼하고 애 키우느라, 아니면 다른 이유로 이들은 젊었을 때 배움에 대한 꿈을 접어야 했다.

남들보다 늦게 시작한 공부이기에 학생들의 학구열은 남다르다. 임명자씨(66)는 8남매의 장녀로 태어났다.

어려운 가정 형편과 동생들 뒷바라지에 중학교에 진학할 수 없었다.

남들보다 한참 늦게 중학교 과정을 이수하면서 한자자격증을 4개나 땄다. 지금은 고3 학생이다.

예전에 한복가게에서 일했던 경험을 살려 대학에 진학하면 의상디자인을 전공할 계획이다.

젊었을 때 배우지 못해 생긴 절실함 때문일까?

대부분의 학생들이 중학교 2년, 고등학교 2년 과정 동안 결석 없이 개근을 한다.

어머니 학생, 할머니 학생들의 대학진학률은 70% 가까이 된다.

늦깎이 배움에는 가족들의 격려가 큰 힘이다.

“책가방 메고 다니는 모습이 멋있다고 손자·손녀들이 얘기해 줍니다.”

4반 최고령 학생인 75세 이병순 할머니의 말이다. 이 할머니는 네 자녀와 손자·손녀를 키운 경험을 살려

대학을 진학하면 청소년 상담과 관련된 공부를 하고 싶어 한다.

학교를 소개하는 책자에 이런 글이 있다.

“지금도 늦지 않았습니다. 세상은 배운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행복합니다.”

3학년 4반 학생들이 아내와 어머니로서가 아니라 잊고 지냈던 자신을 찾기 위해 다시 책을 펼친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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