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져/여행] 천상으로 오르는 오솔길 끝, 섬진강 시작되는 작은 옹달샘 ‘데미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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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10.11.16 13:3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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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 생명을 품고 유장히 흐르는 강이 어느 산 속의 조그만 샘에서 비롯된다는 이야기. 사람들은 이런 이야기에 감동을 받는다. 안을 들여다보면 강의 발원에 대한 갑론을박이 시끄럽다. ‘우리 고장 샘이 진짜다. 아니, 우리 마을에 있는 샘이 진짜다’라는 ‘처음’ 혹은 ‘원조’에 대한 합리와 집착들. 데미샘에 가기 전엔 ‘시작은 미미했으나 네 끝은 창대하리라’는 예견된 흥분이 물론 있었다. 그러나 그곳을 찾은 더 큰 이유는 사실 ‘데미샘’이란 이름 때문이다. 혀끝을 간질이는 이 어여쁜 이름에서 출신을 짐작키란 쉽지 않다.

 

섬진강의 발원지는 현재 자타공인 데미샘(전북 진안군 백운면 신암리 팔공산)이다. 예전에는 택리지엔 마이산, 동국여지승람엔 지리산, 동아대백과사전엔 팔공산 하는 식으로 발원지가 중구난방이었다 한다. 이것을 정리한 이가 하천연구가 이형석씨다. 그는 1983년 직접 섬진강을 걸으면서 발원지를 계측했다. 그리고 국립지리원으로부터 ‘데미샘이 원조’라는 인증을 받았다. 강의 발원은 사실 한두 개가 아니다. 섬진강의 경우 호남 정맥 전체가 발원이라 할 수 있다. 데미샘은 수많은 발원 가운데 강 하구로부터 가장 먼 ‘최장 발원지’다.

 

데미샘으로 가는 길은 인적이 드물었다. 산기슭의 원신암 마을에는 10가구가 채 살지 않는다. 마을 위쪽 팔선정이란 정자에서 데미샘까지는 1.19㎞의 산속 오솔길이다. 갔다 오는 데 1시간30분이면 충분하다. 계곡을 따라 오르는 오솔길은 호젓했다. 머리 위로는 총천연색 단풍이, 발아래로는 그보다 낮은 명도의 낙엽이 가득했다. 눈앞은 황홀경인데 귓속은 고요하다. 졸졸 계곡 물소리, 낙엽 밟는 소리만 들렸다. 후두두, 소리에 고개를 돌렸더니 낙엽이 흩날리고 있다.

 

데미샘은 가을이 좋다더니 과연 그렇다. 15분쯤 걸었는데 물소리가 끊겼다. 팔선정 근처 선각산 자연휴양림 관리자는 “가을엔 풍광은 더없이 좋은데, 수량이 적다”고 했다. 그는 “그래도 데미샘 물은 안 마른다”고 그랬다. 계곡 가로 가 보니 물이 말라 있다. 다행히 조금 더 오르니 계곡 바위 밑에서 물이 똑똑 떨어진다. 이끼도 파랗다. 바위틈으로 적은 양이지만 물이 흐르고 있단 얘기다. 발걸음이 바빴다. 숨이 찰 때쯤 데미샘은 무심히 나타났다. 바위들이 넓게 펼쳐진 너덜지대다. 그곳에 직경이 두 뼘이 채 안되는 작은 옹달샘이 있다. 곁엔 표지석도 자랑스레 서 있다. ‘섬진강 발원샘’이라 쓰고 밑에 ‘진안군수’라고 굳이 새겨놓았다. 샘 주위 돌더미 사이로 새끼손가락보다 얇은 물줄기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 작은 샘에서 3개도 10개 시·군, 34개 읍면을 지나는, 225㎞의 호남의 젖줄 섬진강이 시작된다. 물맛은 소문만큼 미묘하진 않았다. 대신 맑고 찼다.

 

이름의 비밀도 풀렸다. 생뚱맞은 스테인리스 표지판엔 이렇게 쓰여 있다. ‘데미샘에 있는 봉우리를 천상데미라고 하는데, 데미라는 말은 더미(봉우리)의 전라도 사투리로 섬진강에서 천상으로 올라가는 봉우리라는 뜻으로 이 샘이 천상데미에 있다 하여 데미샘이라고 이름한 것이다.’

 

데미샘에 가면 근처 마을 뒷산에 있는 폭포에 가보라고 누가 그랬다. 거기에 도닦는 사내가 있는 암자가 있다 했다. 이름도 모르는 폭포를 찾을 수 있을까 했는데, 마을 사람들에게 물으니 모두 “아아 그 폭포” 했다. 물어물어 찾은 마을은 동산마을, 폭포는 내동폭포, 암자는 약수암이다. 이들은 모두 전라북도 진안군 백운면에 위치한 해발 887m의 내동산 자락에 있다. 내동산은 백운면을 포함해 성수면, 마령면의 삼각지대에 능선을 걸치고 있다. 멀리서 봐도 나무 사이사이로 바위가 옹골차다. 동산마을 회관 왼쪽에 내동산으로 오르는 등산로가 나 있다. 마을회관 앞에 주차를 하고 걸어가면 된다. 이름난 산은 아니어서 찾는 이들이 많지 않다. 마을회관 앞에서 수확한 벼를 포장하던 김문수씨(73)는 “사륜구동이면 차도 올라간다”고 말했다. 등산로엔 큰 돌이 많지만 그만큼 널찍하다. 주위론 소나무들이 죽죽 뻗어 있다.

 

20분쯤 걸으니 깎아지른 절벽이 보였다. 30m의 절벽에서 물이 떨어지는데 이게 내동폭포다. 수량은 극히 적다. 여름엔 물이 제법 떨어진다고 한다. 폭포물이 떨어지는 곳의 수심도 깊지 않고, 물의 세기도 적당해 물안마를 즐기기에 좋단다. 그 기슭에 일명 ‘백마사’라 부르는 작은 암자가 서 있다. 도닦는 사내는 없고 60대 보살 김동순씨(66)가 커피를 권했다. 김씨에 따르면 이곳은 사계절 모두 좋지만 특히 겨울이 절경이다. 폭포 수량이 적어 위에서 내려오던 물이 겹겹 얼음을 만들고, 아래쪽은 고드름을 매단다는 것이다. 뒤를 돌아보니 산 아래로 노랗게 익은 백운평야와 덕태산, 선각산 등 호남 지역의 산자락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김씨는 “새벽녘이면 저 위로 안개가 깔려 솜이불을 깔아놓은 듯하고, 그 위로 산봉우리만 비죽비죽 보인다”고 했다.

 

마을 어르신들은 약수암 자랑에 침이 말랐다. “그게 나 태어났을 때부터 있었제.” “아 태어났을 때가 뭐시여, 몇 백년은 됐다더구먼.” “고려시대부터 있었다니께.” 김문수씨는 “거가 앉은뱅이가 인나고 문둥이들이 물 맞고 나은 곳이여” 했다. 절벽 아래로 약수물이 똑똑 떨어지는데 이걸 ‘장군수’라 부른단다. 만병통치약으로 불렸다. 지금도 매년 정월 초하룻날엔 마을 사람들이 올라가 이곳에서 해맞이를 한다. 암자에는 손님을 위한 작은 방도 있다. 보살은 “가끔 원하는 사람이 있으면 기꺼이 머물라 한다”고 했다. 약수암을 시작으로 내동산을 등산도 추천할 만하다. 정상까지는 1시간30분가량 걸린다.

 

여행 길잡이

*경부고속도로~대전·통영고속도로를 이용한다. 진안IC로 빠져 임실 방향으로 30번 국도를 타고 가다가, 중간에 장수 방면 742번 지방도로 좌회전하면 원신암 마을이 나온다. 원신암 마을 입구에서 마을을 지나 5분쯤 걸어 들어가면 팔각정이 나온다. 팔각정 곁에 선각산 자연휴양림 관리소가 있다. 이곳에 주차 후 표지판을 보고 산길을 따라 1.19㎞가량을 올라가면 데미샘이다. 진안군청 문화관광과 (063)430-2227

*데미샘은 산림청의 생태숲 조성 공모사업에 선정돼 일대를 선각산 자연휴양림으로 조성하는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2011~2014년 공사가 마무리되면 진안고원 마실길과 연계한 생태탐방로가 정비되고 휴양숲 등이 조성된다.

*백운면 신암리에 펜션들이 있다. 큰바위펜션 (063)433-4978, 데미샘펜션 (063)432-9004

*먹거리는 백운동, 마이산 근처에 모여 있다. 유명한 음식은 새끼돼지로 만든 애저요리. 진안관(063-433-2629), 금복회관(063-432-0651) 등이 소문난 곳이다. 애저찜, 애저탕은 1인분 1만~2만원을 받는다. 단 2~4인 이상 주문해야 한다.

*약수암은 전북 진안군 백운면 백운교 근처에 있다. 다리 왼쪽으로 동산마을 비석이 보인다. 이 주변이 덕현리인데 동산마을을 포함해 석현, 윤기, 내동마을 등 소담한 마을들이 모여 있다. 동산마을회관 옆으로 등산로가 나 있다. 내동산 등산로라는 간판도 붙어 있으니 찾기 쉽다. 마을회관 앞에 주차하고 올라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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