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연예] ‘방가?방가!’ 방방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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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10.11.11 13:40:30
  • 조회: 524

 

저예산 영화 <방가?방가!>가 의외의 흥행세를 이어가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지원작인 <방가?방가!>의 순제작비는 8억원에 불과하다. 영진위에서 현금으로 4억원, 현물로 2억원을 받았고, 배급사인 시너지로부터 후반작업비용으로 2억원 정도를 더 받았다. 주연배우인 김인권이 스타급 배우도 아니었고, 이주노동자와 청년실업을 다루는 소재 역시 흥행과 멀어보였다.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기 어려웠다. 제작사 상상역엔터테인먼트의 김복근 대표는 “개봉이라도 했으면 좋겠다는 심정으로 영화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가까스로 지난 9월30일 개봉한 <방가?방가!>는 현재 올리버 스톤 감독작 <월 스트리트:머니 네버 슬립스>와 오우삼 감독, 정우성 주연의 <검우강호>를 제치고 박스오피스 5위를 차지하고 있다.

 

<방가?방가!>는 착한 영화다. 취업난에 시달리다 외국인 노동자 행세를 해야 하는 주인공과, 그가 관계를 맺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이야기는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준다. 이야기를 중시하는 한국 관객들에게 ‘웃기면서 의미도 있다’는 입소문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영화를 만든 육상효 감독은 “다문화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되 코미디를 망설임 없이 과감하게 밀어붙이자는 생각을 많이 했다”며 “그래서인지 사회적인 소재이지만 주저하지 않고 즐겁게 봐주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방가?방가!>의 성공은 한국 영화 시장이 좀 더 다양한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구조로 갈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스타캐스팅에 의존한 대형 제작비 투입, 상영관 와이즈 릴리즈 등의 ‘규모의 경제학’이 통하지 않는 시대가 도래할 수 있는 징후라는 평가다.

 

이 같은 징후는 290만명을 동원한 2008년 <워낭소리>를 비롯해 <똥파리> <영화는 영화다>, 최근 손익분기점을 가뿐히 넘기며 장기상영을 이어가고 있는 다큐멘터리 <울지마 톤즈> 등까지 최근 들어 빈번해지고 있다. 영화평론가 이상용은 “한국 영화시장은 쏠림현상이 심해서 ‘백만’은 흔치 않다. 잘되면 400만~500만명이지만 대부분은 100만명 아래”라며 “소위 한국영화의 ‘허리’인 100만~200만 관객이 드는 영화가 저예산으로 만들어진다면, 한쪽 축으로 쏠려 있는 구조에 대한 반작용이 서서히 형성되는 긍정적 가능성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관객들 역시 세분·다양화되고 있다. 더 이상 스타에만 의존한 비슷비슷한 영화로는 관객의 필요를 충족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영화평론가 전찬일은 “최근 들어 남들이 볼 때 안될 거라는 시도들이 일련의 성과로 나타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며 “관객은 세분화되고 배급 역시 예전에 비해 다양화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영화 <퍼머넌트 노바라>는 언뜻 작은 시골마을의 소동극으로 보인다. 미용실에 모여 야한 이야기를 만담처럼 늘어놓거나, 바람 피우는 남편을 차로 치어버리거나, 정신나간 동네 어르신이 전기톱으로 전신주를 잘라 온 동네 전기가 끊기는 식이다. 등장인물 역시 많다. 주인공인 나오코(간노 미호)는 이혼 후 어린 딸과 함께 고향에 내려와 어머니가 운영하는 미용실 ‘퍼머넌트 노바라’에서 지내고 있다. 바닷가 작은 마을의 유일한 미용실인 ‘퍼머넌트 노바라’에 모여 이런 저런 연애 이야기를 풀어놓는 중년의 여성들, 나오코와 소꿉친구인 미짱(고이케 에이코)과 도모(이케와키 치즈루), 나오코의 연인으로 등장하는 가지마(에구치 요스케), 그리고 그들과 얽힌 수많은 가족들….


영화는 한정된 시간 안에서 주변부의 인물을 묘사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다. 주인공은 나오코이지만 이야기는 모두에게 흩어져 있다. 영화 안에서 허투루 지나가는 인물이 없으며, 그들 각자의 삶의 무게를 생각해보게 한다. 그렇게 영화 중반에 이르러 이들 각자의 이야기가 관객의 마음 속에 자리잡게 되는 시점이 오면, 소동극은 마냥 웃고 넘길 수 없는 페이소스를 지니게 된다.


페이소스는 이들이 ‘여성의 힘’을 보여줄 때 극대화된다. 영화의 중심축을 이루는 나오코는 어딘지 불안해 보인다. 이혼 후 고향에 내려와 자신의 첫사랑이자 고교시절 은사인 가지마와 사귀고 있다. 그는 잡힐 듯 자꾸 멀어진다. 나오코는 편모가정에서 자란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데, 그 역시 딸아이를 홀로 키우게 된다. 좀처럼 말을 하지 않는 나오코의 어린 딸은 어쩌면 나오코 자신일 것이다. 나오코가 영화 후반부, 바닷가에 서서 “혹시 나, 미쳤어?”라고 묻는 장면은 이미 탄탄하게 기반을 다진 페이소스를 절정으로 끌어올린다.


동네 여성들, 나오코의 엄마, 나오코의 친구들이 만드는 느슨한 공동체는 그런 나오코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다독인다. 그들 역시 가까스로 다잡고 있을 뿐 마음 속에 상처를 지닌 필부이기 때문이다. 나오코는 겉으로 코믹해 보이는 이 모든 여성들의 내면이 현현한 유일한 인물일 뿐이다.일견 아비 없는 세상에서 여성끼리 연대하는 <가족의 탄생>과 같은 영화를 떠올릴 만하다. 그러나 영화는 이 모든 것을 힘주어 말하지 않는다. 영화에는 “행복해?”라는 질문에 “사람 사는 게 다 이런 거지”라고 대답하는 장면이 나온다. 영화는 그저 ‘사람 사는 게 다 이렇다’는 정서로 소소한 삶의 본질을 노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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