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연예] “기획사는 외모를 보지만 ‘슈스케’는 매력과 열정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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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10.11.08 14:0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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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상암동 CJ E&M센터에서 <슈퍼스타K 2> 총괄연출자(CP) 김용범 프로듀서(PD·35)를 만났다. 김 PD는 <슈퍼스타K> 기획단계부터 참여해 시즌1과 시즌2 연출을 도맡았다. 그는 다른 매체와의 인터뷰를 마치고 약속시간보다 늦게 나타났다. 약간 헐렁한 카디건 차림에 수염을 깎지 못해 조금 피곤해보였지만 ‘모범생’ 같은 모습이었다. 후배 사진기자에게 “에스에스오공일(SS501)이 아니라 더블에스오공일”이라는 지적을 받을 정도로 대중음악에 대한 ‘무식’을 드러내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 케이블TV로는 기적이라고 할 만한 20%의 시청률이 나왔다. 이런 ‘초대박’ 성과를 낸 기분이 어떤가.
“<슈퍼스타K 2>의 캐치프레이즈가 ‘기적을 노래하라’여서 기적이 이루어진 것 같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기분이 좋다. 처음부터 노래를 통해 희망을 이야기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었다. 그런 목표에 한 발짝 다가섰다는 것이 시청률보다 더 중요하다.”
- <슈퍼스타K 2>의 인기를 언제 실감했나.
“매회 현장의 열기와 문자투표에 놀라곤 했다. 70대인 작은어머니가 ‘잘 보고 있다’고 전화를 하셨다. 조카가 무슨 일을 하는지도 잘 모르시는 분이었다.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재미있다고 하셨다. 할머니와 손자 손녀가, 아버지와 딸이 함께 시청한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가장 기분이 좋았다.”


- 매 순간 긴장의 연속이었을 것 같다.
“스태프 모두 사생활을 반납했다. 1년 동안 회사에서 먹고 잤다. 늘 조마조마한 순간을 겪어서인지 심장병까지 생겼다. 정말 후회없이 일했다. 혼기가 지나가는데 연애도 못하고 있다. 이러다가 독신으로 늙을까봐 걱정이다. 하하하.”
- 어릴 때 어머니가 집을 나가고, 중학교를 졸업한 뒤 낮에는 환풍기 기사로 밤에는 행사장에서 노래하며 꿈을 키워온 허각이 우승자였기에 더욱 감동적인 드라마가 됐다. 허각의 우승을 예감했나.
“시청자 투표가 나올 때까지 제작진도, 심사위원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허각은 163㎝의 작은 키, 통통한 몸에 얼굴도 미남이 아니다. 그렇지만 그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무엇보다도 노래를 잘한다. 그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감을 찾았고, 무대를 휘어잡았다. 노래 잘하는 사람 중에서도 그처럼 애잔하거나, 기쁘거나, 뭉클한 감정을 잘 전달하는 가수는 많지 않다. 외모의 단점도 특유의 야생적인 매력으로 극복했다. 정말 좋은 곡과 만나는 순간 빵, 터질 수 있는 친구다. 허각은 꿈을 잃지 않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줬다.”
- 정치인과 종교인이 우리 정치와 사회가 허각을 배워야 한다고 말하는데….
“88만원 세대의 이미지를 대표하는 보통 젊은이의 뜨거운 성공담이 감동과 희망을 줬다는 점을 평가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 허각을 비롯한 최종 11명(톱11)이 모두 화제가 되는 것도 대단하다. 어떻게 지내고 있나.
“모두 촬영과 녹음, 방송 출연, 각종 매체의 인터뷰로 정신을 못차릴 정도다. 연예기획사들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허각, 존박, 강승윤, 장재인은 광고모델이 됐다. 정식 가수로 데뷔하지도 않았는데 강승윤의 ‘본능적으로’, 장재인의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이 벌써 각종 음원 차트를 휩쓸고 있다. 11명 모두가 개성과 매력이 뚜렷한 친구들이다. 자신의 절실한 노력에 따라 빛나는 다이아몬드가 될 수 있는 원석들이다.”
- 소위 ‘슈스케 신드롬’을 일으킨 이 프로그램의 성공요인을 꼽는다면.
“노래를 듣는 재미를 일깨웠다. 서바이벌 리얼리티의 극적 재미, 휴머니즘의 요소도 잘 어우러졌다고 본다. 그동안 오디션 프로그램이 성공한 경우가 별로 없었다. 노래로만 경쟁해서는 관심을 끌기 어렵다는 생각에서 <슈퍼스타K>만의 스토리텔링을 기획했다. 참가자들이 노래를 부르게 된 배경, 경쟁자들이 합숙하면서 겪게 되는 성장 과정, 노래실력과 열정, 절박함들을 있는 그대로 전달했다. 출연자와 시청자들이 함께 이야기를 만들고 완성하면서 열광했다.”


- 외국의 오디션 프로그램 참가자들과 우리나라 참가자들의 문화 차이도 있을 텐데.
“<아메리칸 아이돌> 같은 외국 프로그램 출연자들은 자신의 속마음까지 적극적으로 드러낸다. 우리나라는 겸양의 전통 때문인지 기쁨과 슬픔을 잘 표현하지 않는다. 아버지가 지역예선에서 우승한 딸을 껴안으면서도 어색해서 어쩔 줄 모른다. 노래하겠다는 딸을 혼내기만 했지 안아줘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평소에 가족에 대한 사랑을 더 많이 표현했으면 좋겠다.”
- 이 프로그램이 방송문화에 가져온 변화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본격적으로 문자투표라는 형식의 ‘쌍방향’ 방송을 시도했다. 사실 케이블TV는 시청자가 적기 때문에 걱정을 많이 했다. 다행히 시즌1부터 반응이 좋았다. 올해는 문자투표를 확대했다. 이것이 케이블에 새로운 시청자들을 끌어들이는 계기가 됐다. 앞으로 방송에서 쌍방향 프로그램이 더욱 늘어날 것이다.”
- <슈퍼스타K 2>의 성공이 침체된 한국의 음악시장과 연예계 세태에 자극이 될 수 있다고 보나.
“나는 ‘서태지와 아이들’ 세대다. 음반 100만장이 쉽게 팔렸다. 1990년대 들어 음반시장이 급격히 무너졌다. 2000년대에는 음원판매로 가수들의 수익구조가 바뀌었다. 대형기획사들이 아이돌그룹을 앞세워 음악시장과 방송무대를 장악했다. 좋은 노래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음악 장르가 획일화됐다. <슈퍼스타K> 참가자들의 미션곡을 선곡하다 보면 대부분 90년대 이전의 노래였다. 아이돌 중심의 가요계 풍토에서 보면 ‘흘러간 명곡’들이었다. <슈퍼스타K>의 인기는 대중이 ‘노래’에 대한 갈증을 느끼고 있었다는 방증이다. <슈퍼스타K>를 계기로 또 한 번 음악의 황금기가 찾아왔으면 좋겠다.”


- <슈퍼스타K> 출연자들은 실력이 출중한데도 왜 연예기획사에 들어가지 못했나.
“20대는 노래와 춤을 가르치는 동안 30대가 넘어버리기 때문에 기획사들이 중·고생만 찾는다. 노래실력보다 외모를 먼저 본다. <슈퍼스타K>는 외모, 나이와 관계없이 재능 있는 사람들에게 음악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내년에는 중·장년층도 많이 도전해서 노래와 인생으로 감동을 주었으면 좋겠다. 한국의 폴 포츠나 수전 보일이 나오지 못할 이유가 없다.”
- <슈퍼스타K>의 심사에 대한 공정성 논란도 있었다.
“공정성과 객관성은 이 프로그램의 생명이다. 후배 PD들에게 우리는 수도승이 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시청자 투표에서도 정확하게 룰을 정해놓고 공정성을 끝까지 지켰다.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었지만 결국 심사위원과 시청자들이 노래에만 집중해서 우승자를 뽑았다.”


- 자극적인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출연자의 사생활을 과도하게 까발렸다는 비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없는 이야기를 만들어서 미화시키거나 다르게 편집하지 않았다. 참가자들은 부모의 이혼 등 결손가정, 외환위기의 영향 등으로 가정형편이 어려운 친구들이 많았다. 꾸미지 않아도 가슴 아픈 사연이 넘쳐났다. 노래 또한 절절할 수밖에 없었다. 노래에는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고 다른 사람의 마음을 위로하는 힘이 있다. 그래서 그들의 노래가 듣는 이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자극을 더하기 위해 조작할 이유가 없었다.”
- 승부를 부추긴 점도 있지 않나.
“누군가 쓴 ‘허각의 사회학’이라는 글을 보고 쓴웃음이 나왔다. 이 프로그램 자체가 음악을 소재로 한 서바이벌 리얼리티 예능프로그램이다. 1등을 뽑는 전국노래자랑 같은 거다. 재능을 뽐내면서 그들의 꿈과 희망을 이야기하는 프로그램이라고 보면 된다. 그리고 톱11이 지금 활동하고 있는 것처럼 탈락자들에게도 충분히 기회가 있다. <슈퍼스타K>의 미덕은 탈락자도 상처받지 않는 것이다.”


- 참가자들이 네티즌들의 악성 댓글, 흠집내기에 시달리기도 했는데.
“인터넷이 ‘제3의 권력’이라는 말을 실감했다.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프로그램의 반응을 알아봐야 하기 때문에 무시할 수도 없다. 네티즌은 월드컵처럼 확 끓어올랐다가 순식간에 차갑게 식어버린다. 익명성에 숨어 막 질러대는 것이 문제다. 아이들끼리는 사이가 너무 좋은데 네티즌들이 사실 확인도 하지 않고 마약설 같은 걸 퍼뜨리고, 이상한 사진을 퍼나르는 것 때문에 힘들었다. 심사위원들을 비난하는 글도 많았지만 그들은 프로답게 눈치 보지 않고 소신대로 심사했다.”
- <슈퍼스타K> 출신들이 앞으로 어떤 가수가 되기를 바라는가.
“자기 색깔이 확실한 가수가 오래도록 대중의 사랑을 받는다. 외모보다 매력과 열정이 먼저다. 톱11 가운데 외모가 뛰어난 친구는 별로 없다. 그런데도 노래를 듣고 있으면 위로가 되고, 행복해지고, 진한 느낌이 전해진다. 요즘 젊은이들이 성형하고 외모를 가꾸는 데만 관심이 많은데 자기의 숨은 매력을 키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

 
- <슈퍼스타K>를 통해 많은 젊은이들을 만났을 것이다. 요즘 젊은 세대를 어떻게 생각하나.
“10대, 20대들은 형제가 많지 않다. 대부분 외아들, 외동딸이다. 그러나 사회는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학교에서도 사회에서도 경쟁만 했지, 화합하거나 공동작업을 해본 경험이 별로 없다. 그래서 이 프로그램에서 가장 어려웠던 것이 그룹 미션이었다. 참가자들은 합숙생활을 통해 서로 돕고 노력하면서 변해가는 모습을 보여줬다. 추상적인 표현이 아니라 진정한 음악의 친구들을 얻었다. 승자가 패자를 붙잡고 우는 것은 진심이었다. 이런 따뜻한 배려가 우리 사회에 더 확산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 우리나라는 ‘연예인 공화국’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가수를 꿈꾸는 젊은이들이 많은 것 같다.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젊은이들에게 연예인은 욕망의 사다리와 같다. 개천에서 용이 나는 유일한 돌파구라고 생각한다. 연예인의 위상도 많이 높아졌다. 부모들까지 자녀를 스타로 만들고 싶어 기획사를 찾아다닌다. 많은 젊은이들이 연예인을 동경하지만 그 길이 쉽지는 않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성공을 통해 대리만족을 얻는 것 같다. 그런 사회현상이 보통사람이 화려한 연예인이 되는 ‘스타탄생’의 <슈퍼스타K>로 분출된 것이라고 본다.”

 
- 공중파 방송에서도 <슈퍼스타K>와 비슷한 오디션 프로그램을 시작한다고 한다. MBC는 이미 <위대한 탄생>의 지원자를 모집하고 있다. SBS도 오디션 프로그램을 기획 중이다. 어떻게 생각하나.
“환영한다. 다양한 개성의 가수들이 더 많이 나와 활동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다만 충분한 사전 조사나 탄탄한 구성 없이 너무 서두르는 것 같아 안타깝다. 진행방식은 물론 지원서 양식까지 <슈퍼스타K>와 똑같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슈퍼스타K>는 전사적인 차원에서 3년 동안 따로 태스크포스(TF)팀을 조직해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기획안을 수없이 수정하면서 새로운 오디션 포맷을 만들었다. 우리는 충분한 경험과 노하우가 있어 걱정하지 않는다.”
- 공중파와 비교할 때 케이블방송만의 장점은 무엇인가.
“도전 정신이다. 케이블은 그동안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많은 실험을 해왔다. 이 프로그램도 엠넷이니까 가능했다. 엠넷은 음악 전용 케이블이면서 음악공장 같은 곳이다. 음원 유통, 포털사이트, 공연, 연말시상식 등 음악과 관련된 모든 것이 모여 있다. 올인할 수 있는 구조다.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케이블 채널도 공중파와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 앞으로 어떤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은가.
“실험적이면서도 사람 냄새 나는 도전적인 프로그램을 하고 싶다. 내년에 시작할 <슈퍼스타K 3> 연출은 후배에게 물려주고 새로운 프로그램을 맡았으면 하는 것이 개인적인 희망이다.”
- 휴가계획은 세웠나.
“휴가는 받아놨는데 막막하다. 1년 동안 ‘쪽잠’을 너무 많이 잤다. 일단 집에서 잠부터 푹 자야겠다. 여행도 하고 싶다. 가보고 싶은 곳은 많았는데 하나도 생각나지 않는다. 그동안 못 본 영화도 몰아서 보고 싶다. 하루종일 영화관에서 보낼지도 모르겠다. 다른 것은 그때 가서 생각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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