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의향기] 50년 수도자의 삶으로 보여준 ‘청빈·정결·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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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10.11.01 17:2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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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철저히 비우고 비워내는 겸손을 통해 한없이 낮은 곳에서 예수 그리스도와 하나가 되려는 사람들이 있다. 예수의 삶, 그 정신을 ○○○아 그들은 끝없이 기도하고 명상한다. 또 사도가 되어 세상으로 나서기도 한다. 예수 그리스도의 삶과 정신을 ○○○아 지난 50년간 수도해온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의 이팔종 수사(왼쪽)와 방학길 신부는 서로를 “50년 동지이자 ‘웬수’”라고 표현했다.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의 수사들이다.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복자수도회)는 한국에서 자생한 최초의 남자 수도회다. 방유룡 안드레아 신부(1900~86)가 1953년 한국인의 정서와 한국인 순교자들의 영성을 따라 창설한 ‘토종 수도회’다. 복자수도회가 사상 처음으로 소속 수도자 가운데 서원한 지 50년, 즉 금경축을 맞는 수도자 2명을 탄생시켰다. 이팔종 수사(70·토마스)와 방학길 신부(73·말셀로)다. 복자수도회는 오는 30일 서울 성북동 ‘복자사랑 피정의 집’에서 이들의 수도서원 50주년을 기념하는 금경축 미사를 봉헌한다. 금경축 미사에 앞서 20일 오후 성북동 복자수도회 본원에서 이팔종 수사와 방학길 신부를 만났다.


이 수사는 1957년 3월 17세에, 방 신부는 57년 8월 20세에 수도회에 들어왔다. 60년 12월에는 첫 서원을, 64년 11월에는 종신서원을 똑같이 했다. 수도생활에 들어선 이 수사는 평수사로, 방 신부는 성당에서의 사목 등 성직수사의 길을 걸었다. 평수사와 성직수사로 걸어온 길은 다르지만, 이들은 청빈, 정결, 순명이라는 3대 서원을 지키며 평생 수도생활을 한 수사들이다. “친하시겠네요”라는 물음에 두 수도자는 똑같이 “50년 동지이자 ‘웬수’ ”라며 함박웃음을 터뜨렸다.

 
수사로서 50년, 소회가 남다를 것 같다. 그러나 수사들은 담담한 미소, 짧은 몇마디로 답을 대신한다. 많은 말이 아니라 지금도 검은 수도복을 입고 기도하고 맡은 일을 해내며 사는 모습, 지금까지 살아온 삶이 어쩌면 수만마디의 말보다 더 많은 것을 전한다. 이 수사는 “ ‘수도원은 성인이 되는 학교다’라는 방유룡 신부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보잘 것 없어 보이고 미천하지만 내가 맡은 일의 가치를 알고 온 정성을 들이는 것이 성인으로 가는 길이라 생각하며 살아왔다”고 밝혔다.

 

방 신부는 “지난 수도생활이 꿈 같기도 하다. 금경축 이야기가 나오면서 세월 참 빠르다라는 그런 생각을 한다”고 했다. 외람되지만 “다시 태어나도 수사의 길을 걷겠느냐”고 물었다. 두 수사는 “자주 듣는 물음”이라고 한다. 방 신부는 “보람있는 삶이었다”며 “다시 태어나도 이 길을 갈 것 같다”고 한다. 이 수사는 “다시 태어나도 이 길 간다는 사람을 보면 위대해 보인다”며 “보람이 있는 삶이었다. 하지만 나의 지금 이 성격이나 성향을 똑같이 갖고 다시 태어난다면 ‘여전히 이 길을 가겠다’는 말은 못하겠다”고 한다. “공동체 생활을 해왔는데, 다음에는 자유스럽게 수도하고 싶다”는 것이다. 방 신부가 거들었다. “밖에서 보면 수도생활이 평화롭고 거룩하고 성스럽기만 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인간의 모든 약점들이 집약돼 나타나는 곳이지요. 매일 기도하고, 명상하면서 조금씩 인간의 약점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겁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삶은 고난의 길이다. 그저 나의 복과 성공을 얻으려는 기복신앙에 젖어 ‘쉽고 넓은 길’을 찾는 신앙인들에게 이들 수사의 고단한 삶은 올바른 신앙의 길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방 신부는 “(수도회를 나가려고) 6번인가 보따리를 쌌지만 그때마다 저절로 성당으로 가 기도하게 되고, 다시 보따리를 풀었다”고 한다. 이 수사는 “딱 한번 있었다. 수도회 입회 직후 보따리를 쌌다가 ‘절대 돌아오지 말라’던 어머님의 말씀도 생각나고, ‘에이 그냥 있자’ 한 게 지금까지 있었다”고 한다. 수사들에게 3대 서원 중 그래도 가장 어려운 것은 무엇일까. 방 신부는 “순명이다. 장상(수도원장)이나 동료, 후배에게 순명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자연현상에 순명하는 게 그렇게 어렵다”고 했다. “우리 수도회는 더워도 부채질을 못하게 했다. 어려움도 하느님이 허락하신 것이라 생각하며 견뎠다”고 덧붙였다. 이 수사는 “나는 정결이 지금도 어렵다”고 해 모두의 웃음을 터뜨렸다. “마음과 몸의 완전한 정결을 지키는 것, 혼자 사는 것이 참 어렵습니다. 이건 생리적인 현상이니까 사람 죽이는 일이거든요. 지금도 고민된다니까요….”

 

젊은 수사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들을 부탁했다. 방 신부는 “요즘 사람들은 한마디 들으면 두 세마디를 생각하는 사람들이라서…. 그저 내가 사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 수사는 “나는 지금도 젊은 사람들과 생활하고 있어 세마디 정도를 해준다”고 했다. “수도자는 하느님을 찾는 사람이라는 것, 공부든 운동이든 모든 것이 하느님의 뜻이라는 것이지요. 둘째는 자기 자신과 싸우는 사람이지요. 하느님을 찾지 않으면 자신과 싸울 일도 없거든요. 마지막으로 수도자는 기도하는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수도자는 오직 기도하는 사람이니까요.” 평생 곁에 두고 있는 성경말씀을 묻자 방 신부는 ‘나를 믿는 사람은 성서의 말씀대로 그 속에서 샘솟는 물이 강물처럼 흘러 나올 것이다’(요한 7장38절)를, 이 수사는 ‘얘야 번제물로 드릴 어린양은 하느님께서 손수 마련하신단다’(창세기 22장8절)를 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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