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한꺼번에 만나는 작가들 ‘자전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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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10.10.28 14:2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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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자전소설은 특별한 매력이 있다. 박완서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나 신경숙의 <외딴방>을 읽을 때 우리는 작가의 문학이 어떤 체험과 고통 속에서 불쑥 솟아올랐는지 그 내밀한 자리를 더듬어 볼 수 있게 된다. “모든 소설은 자전소설”이라는 말이 있지만 작가가 ‘내 이야기’라며 털어놓는 자전소설에는 작가로 하여금 글을 쓰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게 만들었던 작가의 원체험과 상처, 세상과 작가의 싸움과 화해를 엿볼 수 있기에 더욱 각별하게 다가온다.


소설가 김훈은 1990년대 문학기자로 일하던 시절 “자전적 기록은, 작가 생애의 편린이나 흔적에 관하여 은밀한 정보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가 아니라, 작가와 세계의 글 사이에 맺어지는 친화와 소외, 삼투와 배척, 그리고 싸움 속에서 맺어지는 항쟁과 화해의 모습들을 드러내 보인다는 점에서 독자들의 사랑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쓰기도 했다.

 
최근 출간된 강출판사의 <자전소설>(1·2)은 김연수, 박민규, 정이현, 김애란, 김사과 등 젊은 작가들로부터 성석제, 조경란 등 중견 작가들까지의 자전소설을 한꺼번에 만나볼 수 있는 ‘종합선물세트’라고 할 만하다. 계간 ‘문학동네’에 젊은 작가특집 시리즈에 실린 작가들의 자전소설을 엮은 것이다. 일부 작품들이 소설가들의소설집에 수록되기도 했지만 이들의 자전소설을 한데 모아놓으니 새롭게 보인다. 강출판사는 앞으로 공선옥, 한강, 권지예, 편혜영 등의 자전소설을 담은 3·4권을 추가로 펴낼 계획이다. 정이현의 ‘삼풍백화점’은 ‘강남 세태 소설’ ‘트렌디’의 수식에 감춰진 정이현의 상처와 아픔을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소설은 “그해 봄 나는 많은 것을 가지고 있었다. 비교적 온화한 중도우파의 부모, 슈퍼 싱글 사이즈의 깨끗한 침대, 반투명한 초록색 모토로라 호출기와 네 개의 핸드백. 주말 저녁에는 증권회사 신입사원인 남자친구와…”로 시작한다.

 
1995년 대학을 졸업하고도 갈 곳이 없어 국립중앙도서관과 삼풍백화점을 오가며 시간을 보내다 백화점 점원으로 일하는 고등학교 동창을 우연히 만나 적당한 우정을 나누던 ‘나’의 생활과 삼풍백화점 붕괴라는 사건이 겹쳐진다. 물질적 풍요와 정신적 결핍 가운데 방황하던 ‘강남사람’들의 의식과 평탄한 길을 갈 수도 있었던 중산층 자녀가 어떻게 글쓰기를 시작했는지를 보여준다. 박민규의 자전소설 ‘축구도 잘해요’는 ‘무규칙 이종 소설가’라고 불리는 박민규답게 자전소설이라면 으레 기대할 법한 공식을 어이없이 깨버린다. 관철동의 한 점쟁이에 따르면 “전생(前生)엔 마릴린 먼로였다”는 작가는 뜬금없이 마릴린 먼로의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마릴린 먼로가 비극적 죽음으로 생을 마감하고 갑자기 우주선에 납치돼 우주인과의 교배를 통해 자식을 낳더니 지구로 돌아오는 길에 마릴린 먼로의 전 남편이었던 아서 밀러와 평론가 김현 선생을 만나는 식이다. 엉뚱한 상상력과 언어유희, SF적 요소 등 박민규의 모든 것이 들어있는 그다운 자전소설이다.

 
김천 역전에 자리잡은 뉴욕제과점의 막내아들이었던 소설가 김연수는 자전소설 ‘뉴욕제과점’에서 제과점이 박정희 정권과 제5공화국을 지나며 서서히 사라져가는 과정을 더듬으며 자신의 성장담을 담담하게 풀어낸다. 천명관은 ‘이십세’에서 “털이 다 빠진 늙은 개처럼 아무런 의욕도 없었고 알 수 없는 무력감에 뱃속이 늘 휑한 기분이었”던 스무살 시절을 회고한다. 다방 여종업원과 첫사랑을 나누고 공사판에서 노가다를 뛰며 무의미한 나날을 소비하던 그는 어느날 시내 한 복판에서 대학생 시위대를 마주하며 인생의 한 지점과 작별한다.


한편 소설가 강영숙은 현대인의 글쓰기에 대한 욕망과 글쓰기의 본질이란 무엇인가를 다룬 장편소설 <라이팅 클럽>(자음과모음)을 출간했다. 소설의 디테일한 설정은 허구이지만 주인공이 글쓰기를 통해 세상을 견디고 성장하는 과정에는 작가의 체험이 녹아들었다. 작가는 “많은 사람들이 자기 얘기를 글로 쓰고 싶어 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나도 그런 사람들 중의 하나로 출발했기 때문에 멈추지 않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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