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패러디 뮤지컬 ‘스팸어랏’, 아무 생각하지 말고 그저 웃어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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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10.10.18 15:17:49
  • 조회: 12220

 

프랑스의 성문을 지키는 문지기가 유창한 프랑스어(?)로 성문앞 영국 아서왕과 기사들을 조롱하자 객석은 ‘빵’ 터진다. 이런저런 단어를 이어붙여 마치 프랑스어처럼 구사하는 배우 정상훈의 코믹 연기가 배꼽을 잡게 한다. 지난달 28일 개막한 패러디 뮤지컬 <스팸어랏>은 이 같은 웃음의 뇌관이 곳곳에 포진해 있다.

 

영화 <몬티 파이톤의 성배를 찾아서>(1975)의 뮤지컬 버전으로 2005년 브로드웨이 초연 당시 최우수 뮤지컬상, 연출상,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아서왕과 원탁의 기사 이야기를 패러디한 극에 풍자와 언어유희, 그리고 수많은 뮤지컬을 패러디한 장면이 한데 버무려진 코미디 종합선물세트다. 탄탄한 이야기 구조, 심각한 철학 따위를 기대해선 안된다. “인생 뭐 있나요. 웃어봐요”라는 가사로 된 엔딩곡 ‘Always Look On the Bright Side Of Life’에 잘 나타나 있듯이 그저 아무 생각 안들도록 웃게 해주겠다는 게 이 작품의 목적이다. 제목 <스팸어랏>은 ‘스팸’ 그리고 아서왕과 원탁의 기사들의 주거지인 ‘캐멀럿’을 합친 스패멀럿의 발음을 스팸이 많다는 뜻(Spam a lot)의 유사발음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 작품이 입소문과 함께 국내 순항 중인 데는 출연 배우들의 공이 크다. 특히 원탁의 기사로 출연 중인 정상훈(34), 김재범(31), 박인배(28), 김대종(30) 4인방의 코믹 멀티 연기가 압권이다. 정상훈은 랜슬럿 경 외에 프랑스 성문지기, 니의 기사, 마법사 미미, 김재범은 로빈 경과 허버트 왕자, 박인배는 갈라하드 경 외에 악극단 단장과 병사, 김대종은 베데베르 경 외에 갈라하드 엄마와 허버트 아빠, 흑기사 등 저마다 2~5개의 다역을 소화한다. 카멜레온 같은 이들의 변화무쌍한 변신 연기에 객석은 웃음바다가 된다. 원작의 대사와 가사를 한국 실정에 맞게 번안하는 데도 이들의 아이디어가 대거 반영됐다.

 

“성문지기의 프랑스어는 한국의 욕과 프랑스어 느낌이 나는 단어를 합친 거예요..”(정상훈) 여러 배역을 오가다 보니 분장실은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의상을 빨리 갈아입고 무대에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무대의상 한벌의 무게가 10㎏에 육박하다보니 에너지 소모가 클 수밖에 없다. 김대종은 “무거운 카펫을 두르고 출연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코미디 연기라고 해도 이들의 색깔은 저마다 다르다. 탤런트 출신으로 2006년 이래 코미디 뮤지컬에 줄곧 서온 정상훈이 폭포수처럼 쏟아내는 입담과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웃음보를 건드린다면, 김재범은 희극연기와 거리가 먼 것 같으면서도 한 번씩 터뜨리는 재주가 있다. 특히 게이인 허버트 왕자로 변신해 고음으로 징징대는 모습에 관객들은 즐거워한다. 그러고보면 그는 게이 역할을 많이 했다. 뮤지컬 <공길전>의 공길 역에 이어 전작 <쓰릴미>에서도 게이로 출연했기 때문이다.

 

“게이역 전문배우가 될 것 같아 <스팸어랏>에서 허버트 역할만은 안하려고 했어요(웃음). 원작에도 허버트는 저희 말고 또다른 멀티배우가 소화하도록 돼 있거든요. 그런데 연습할 때 연출자가 제가 연기하는 것을 보더니 허버트 역할을 주문했어요. 무릎을 잔뜩 구부리고 하는 연기라 요즘 무릎이 시큰거립니다.”(김재범) 박인배는 극중 원탁의 기사가 돼 호수의 여인과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에 나오는 배를 타고 ‘The Song That Goes Like This’를 듀엣으로 부르며 짓는 우스꽝스러운 표정연기와 가창력으로 폭소를 자아냈다. 지나치게 낭만적이고 극적인 기존 뮤지컬들의 수많은 사랑의 듀엣곡들을 패러디하고 풍자한 노래다. 끝날 줄 모르는 사랑의 노래를 꼬집는 가사에 “입 냄새까지 나” “난 오줌 마려워”라는 투정까지 들어있다. 김대종은 갈라하드 엄마로 분해 콧소리를 내다가 어느새 사지가 차례로 절단되는 상황에서도 굴복하지 않는 용감한 흑기사를 열연, 존재감을 과시했다. <날 보러와요>에서 박형사, <쉬어매드니스>에서도 형사로 출연했던 배우다.

 

이들의 찰떡궁합은 무대 밖에서도 이어진다. 장난기가 많아 모였다 하면 잠시라도 소란스럽지 않을 때가 없을 정도. 특히 맏형격인 정상훈이 발동을 거는 경우가 다반사다. 후배들을 골탕 먹이기 위해 문고리에 뭔가를 발라놓는 것은 예삿일이고, 파스를 발라준다 해놓고선 클렌징 로션을 발라놓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짓궂은 장난들도 팀워크에 도움이 된다. 항상 웃음이 사라지지 않는 즐거운 분위기가 지속돼야 무대 위에서도 개그본능이 번득인다는 게 정상훈의 지론이다.

 

이들 4인방의 바람은 <스팸어랏>이 한국 시장에서 패러디 뮤지컬의 좋은 선례로 남는 것이다. 김대종은 “패러디로만 짜여진 작품은 생소해서 배우들에게도 큰 도전이었다”며 “이 작품을 잘 해냄으로써 향후 이런 종류의 또 다른 코미디 뮤지컬들의 자양분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내년 1월2일까지 서울 한전아트센터. 1588-5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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